[민간정원을 찾아서-1] 비워내고 기다리는 ‘서유숙’
[민간정원을 찾아서-1] 비워내고 기다리는 ‘서유숙’
  • 장현숙 기자
  • 승인 2018.03.0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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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마다 피고지는 꽃들이 아름다운, 한옥펜션
정원 걷다보면 ‘집으로 가는 외출' 메시지 실감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느린 속도로 천천히 서유숙을 찾아가는 길은 약속에 늦어서, 출근에 늦어서 동동거리고 경쟁하며 달리던 서울 길과 너무 다른 고요한 풍경이 펼쳐진다. 얼음이 녹고 강이 내쉬는 숨소리가 들리고 찬바람을 이기고 억새를 살랑거리게 하는 부드러운 봄바람이 느껴진다. 지금 충주의 남한강을 따라 민간정원 서유숙을 가는 길 위에서는 누구나 ‘봄’을 만난다.


 


 
 


 

  • 집으로 가는 외출

서유숙은 한옥펜션이다. 천천히 머물다 잘 쉬고 갔으면 하는 뜻에서 이름을 서유숙(徐留宿)이라 짓고 몸에 좋은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황토와 소나무만을 고집스럽게 사용해 한옥펜션을 지었다.

연꽃이 피어나는 덕연제, 따뜻한 온기가 흐르는 가온채, 아담하고 밝은 집 아소정, 밝은 인연으로 만나는 정연, 몸과 마음이 힐링하는 별채, 해인숙 등 모든 객실은 독채로 되어 있고 마치 집에서 쉬듯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어 ‘집으로 가는 외출’이라는 수식어가 낮설지 않다.

모든 이불과 소품은 직접 바느질을 하고 자수를 놓은 핸드메이드로 준비하고, 유기농야채 샐러드와 수제 과일 야구르트, 구운 계란, 연차 등의 조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서유숙의 자랑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절기마다 피고지는 1000여평의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펜션’이라는 거다.
피고 지는 꽃과 정원이 너무 좋아 넓은 땅에 한가득 야생화를 심어봤으면 하고 꿈만 꾸던 서선수씨가 전국을 누비며 터를 보다가 밤나무로 둘러쌓인 야트막한 산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한옥펜션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이곳에 터를 잡은 지가 8년째다.
 


공부하던 큰아들은 장성해 결혼하고 어여쁜 아기를 낳아 서씨와 함께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년동안 아래채 한옥 3동을 지으면서 차분하면서 눈썰미가 있는 큰 아들은 목수 일과 행정을 도맡았고, 작은 아들은 식물과 관련된 직장을 다니면서 서씨와 함께 정원을 일궜다.

원래 있었던 위쪽의 구관은 황토벽으로 외갓집 느낌이 나 조용히 머물기에 안성맞춤이고 아래쪽에 새로 지은 한옥은 30대 이후 젊은 이들이 좀 더 모던한 환경에서 쉴 수 있도록 내부를 현대적으로 조성했다.

 


 

  • 민간정원에 힘 실고파

이렇게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펜션을 운영하면서 서유숙은 지난해 정원법에 의거해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는 ‘민간정원’에 등록을 했다. 어렵게 정원을 만들어 가는 이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같이 자리잡아 가고 싶어서다.
(사)한국민간정원협회가 만들어지면 올해 후반 즈음에는 조용히 쉬러 온 투숙객들과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는 선에서 평일에 일반인들에게 정원을 오픈하고 싶다.  
 

투숙객들에게는 최대한 방해받지 않는 동선과 시간을 고려하고 다양한 전통문화체험들을 접목해 보답을 하고자 한다. 프로그램 도입 초기에는는 자수체험과 민화체험을 운영했다. 지금은 주말예약에 한해서 나무로 솟대를 만들거나, 도자기를 만들고, 천연염색과 다도체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숙박만 하던 때와 달리 전통방식의 체험을 곁들이면서 운영하니 서유숙은 조용하면서도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통이 참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지난 가을에는 원래 운영하던 프로그램들과 문호리 프리마켓 몇팀이 함께 1일 가을장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민간정원이 나아갈 방향으로 올해 서유숙의 목표는 관내에 있는 초중고 학교와 연계해 가드닝수업을 통해 정원을 알리고 테라리움이나 모스를 활용한 식물정원, 가드너 교육 등 다양한 정원프로그램을 알리고 정원문화활성화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정원, 수국대첩에서 완패하다

펜션을 운영한지 8년 차에 접어들며 지난 날을 회상하니 웃지못할 헤프닝도 참 많다.  

몇해 전 서유숙을 들렀을 때 윗채 아래 땅에 있던 야생화밭이 사라지고 겨울수국들이 자리를 하고 있어 서씨에게 물어보니 작년에 야생화 밭을 엎고 수국밭이 너무 예뻐보여 수국 1000그루를 사다가 한꺼번에 심었단다.

그런데 수국은 물을 너무 좋아해서 이쪽에서 물을 주고 있으면 저쪽에서 말라가고, 스프링클러를 사다가 자동분사를 해도 2명이 종일 매달려 하루에 8시간씩 물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뙤약볕에 심으면 안되는데 하루 종일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에 수국을 심고, 수분을 잡아주는 토양을 섞어심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하루빨리 수국밭을 보고싶어 결심해서 한 일이 결국 물주기 전쟁을 한 것이다. 서씨는 “결과물만 생각했어요. 예쁜 수국 볼 생각에 잠을 못 잘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수국대첩에서 완패를 당하고 한꺼번에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깨달음을 크게 얻었다. 꽃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올해는 일정량의 수국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라스를 활용한 여유로운 산책길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 비우니 보이는 자연의 선들

서씨는 무조건 정원에 채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좋아하는 꽃을 사다가 심고 또 심고, 정말 눈만 뜨면 식물 생각만 떠올랐다. 잠시라도 시간이 허락하면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정원에 나가 앉았다. 꽉꽉 채워있으면 보기 좋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보니 마당 한 가득 피어있는 정원의 꽃을 보는 서씨의 마음은 늘 흡족했다. 하나씩 하나씩 땅을 일궈 공간들을 꽃으로 채워나가는 게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몇 년동안 서유숙을 다녀가던 지인이 마당이 너무 꽉 차 있어 큰 나무나 정원의 식물을 좀 비워보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서유숙이란 공간은 주인인 서씨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머무르고 쉬었다가 가는 게스트들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정원을 다른 시각으로 보니 강약이 없이 전체적으로 채우려고만 한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채우기는 쉬워도 비우기는 힘들어 마음아파하며 소나무들을 빼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니 한옥펜션의 느낌이 확 달라졌다.     

윗채에서 내려다보면 새로 지은 아래채 한옥의 처마선들이 보이고 파란 하늘과 맞닿은 지붕선 너머로 앞산이 눈에 들어온다. 하마터면 이렇게 예쁜 자연의 선들을 거스르고 살뻔하지 않았는가? 빼곡했던 식물대신 한옥에 어울리는 장독정원이 들어서고 ‘쉼의 공간’으로 번잡스럽지 않게 키 낮은 소담한 정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시골생활이라 시간있고 열정있고 좋아서 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과욕이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도시에서는 여러 가지를 해야하지만 시골에 내려오니 삶이 단순해져요.
그때 비로소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 심플한 삶, 그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다

큰 아들은 한옥 팬션을 지으면서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목공일을 하면서 그 일이 적성에 맞아 그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서유숙과 관련된 장기 플랜들을 기획하고 그것을 처리하는 일들을 맡으면서 행정적인 일들도 잘 맞는 일임을 느끼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둘째 아들은 그동안 한번도 정원만들기를 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서씨와 함께 돌을 이용해 작은 정원이나, 연못, 바닥 디딤석 등 세심한 것들을 만들어보고 틈날때마다 정원을 성장시키고 있다. 식물과 정원에 관심이 있고 잘 만들고 좋아하는 줄을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나도 몰랐던, 잠재되어 있는 나의 능력을 만나고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순간들은 복잡하지 않고 심플한 삶이 준 선물이었다.

 

 

 

 


 


 

고즈넉한 겨울정원

 

  • 더불어 함께 갈 길

서유숙은 지역내에서 폭 넓게 생각해보면 같이 할 수 있는 분야들이 많아 여럿이 더불어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충주 지역 내의 맑고 깨끗한 관광자원과 함께 연계할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넉넉하고 조용하게 흐르는 남한강, 한옥 처마선 위 붉은 저녁노을과 함께 소박하고 고운 성품을 가진 이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 서유숙에서 하룻밤을 묵어볼 일이다.

 

 

043-855-9909
충북 충주시 소태면 복탄리 839-4
www.seo883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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