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드레아 병원 ‘햇살 정원’
성안드레아 병원 ‘햇살 정원’
  • 정승환 기자
  • 승인 2018.09.10 10:10
  • 호수 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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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정원…정신적 아픔을 치유하다 part 2

[월간가드닝=2018년 09월호] 성안드레아병원은 50여 년 전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에서 젖소목장을 운영하다가 1990년에 정신병원으로 개원했다. 약 4만여 평의 면적에는 환우들이 산책할 수 있는 숲길과 너른 잔디밭 등의 쾌적한 환경으로 유명하다. 이런 환경 때문에도 이곳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너른 잔디밭에 가운을 입은 개방 병동의 환우들이 간호사와 보호사들의 안내를 따라 잔디광장을 걷는다. 기자도 잔디를 둘러싼 숲의 산책길을 걸어보니 녹색의 자연과 함께 동화되는 느낌에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환우들도 기분의 안정감을 찾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가 된다. 성안드레나 병원의 지강원 수사는 “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산책은 울타리 한 바퀴 도는 정도이다. 이곳 병원은 상황과 증상에 따라 산책을 하는데 하루 한 번 안정병동에 있는 환우들을 대상으로 동반산책을 한다. 치료진들이 같이 가거나 봉사단이 조성한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서 쉬기도 한다. 좀 더 호전된 반개방 환우들은 하루 두 차례 잔디밭으로 산책하고, 더 나아진 환우들은 하루 네 차례 1시간씩 자유산책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개방병동에 있는 환우들은 성당, 잔디밭 등 병원 내라면 자유로운 산책이 허락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정신병원의 병동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위험성을 고려해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보통의 일반인들이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폐쇄, 하얀 벽, 창살, 무거운 철문 등 단절된 느낌의 단어들이 먼저 떠올리는 곳이다. 하지만 성안드레아 병원은 개방형 정신병원을 지향하고, 환우의 감정의 안정화와 인권의 존중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바깥세상. 즉, 자연과의 소통을 우선으로 했다. 이런 이유로 성안드레아 병원은 14만㎡의 대지면적에 무처골산의 숲을 배경으로 초록색 짙은 조경이 잘 되어 있는 곳으로 자연과의 접근성이 좋다.

성안드레아 정원은 2015년 4월부터 신현자 미소가득 화초봉사단장의 의지와 당시 원장이었던 김선규 수사가 봉사단을 유치해 시작된 곳이다. 성안드레아 정원을 만들기 전에 신현자 단장은 “영국의 정원역사를 보면 남자 정원사에 의해 수목과 잔디 위주로 가꾸어지던 정원 풍경이, 여류 화가출신 가든디자이너 거트루트 지킬이 꽃을 심기 시작하면서 더욱 화사해졌다”며 조경과 정원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정원 조성을 시작했다.

성안드레아 병원에는 곳곳의 자투리 공간에 작은 미니정원이 만들어졌다. 우선 건물 입구의 벽면과 건물이 ‘ㄱ’자로 꺾이는 곳이었다. 환우들이 입구를 나와 바깥으로 이동하는 동선에 항상 지나치는 곳이기도 했다. 정원을 조성하기 전에는 둥글게 전지된 주목나무 몇 그루가 있는 단출한 정원의 모습이었다. 등수국과 흰색 조팝나무, 고광나무, 화살나무, 좀작살나무 등 관목을 심어 잎과 꽃, 그리고 열매까지 볼 수 있도록 하고 클레마티스 몬타나로 벽면을 스케치 삼은 꽃의 작품을 만드는 등 차가운 벽의 이미지에 부드러운 감성의 손길이 식물을 통해 디자인되어 꾸며졌다.

벽면을 따른 작은 공터는 이병철 아침고요수목원 이사가 디자인을 총괄했다. 빨강의 벽돌로 된 벽면을 배경으로 어우러진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쉽게 구하기도 보기도 어려웠던 자엽안개나무, 황금 담쟁이, 뚝향나무 등 고급품종을 심었다. 여기에 휴케라와 호스타 품종, 노루오줌, 맥문동 등의 야생화로 유럽의 주택정원 분위기가 나는 정원을 만들었다. 유명 수목원을 총괄하는 가드너의 재능 기부는 단절된 병원의 모습을 감성의 소통장소로 탈바꿈하게 됐다. 특히, 황금담쟁이는 고가의 가격에 구하기 어려운 품종이라 천안의 농장을 운영하는 사장에게 장문의 문자로 부탁, 20포트를 구할 수 있었다고 신 단장은 말했다. 뜻깊은 정원봉사에 많은 이들의 후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병원 앞 느티나무 아래에도 환우들의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위한 쉼터에는 문현주 가든디자이너의 재능기부가 이어졌다. 잔디가 시작되는 곳에 디딤석으로 느티나무가 있는 공간까지 이어졌다. 나무 주위로 6개의 벤치가 감싸듯 놓이고, 그 주변으로 초화류로 작은 꽃밭을 만들었다. 어느 수사는 “느티나무 꽃밭이 동화나라 같다”고 말할 정도로 메말랐던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늘을 만드는 나무 아래 앉아 산들바람 맞으며 꽃 핀 정원의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환우뿐 아니라 직원들, 방문객까지 앉아 쉴 수 있는 성안드레아 병원의 명소가 됐다.

꽃밭이 늘어나고 병원 내에서도 호응이 좋아 화초봉사단의 화단을 조성하는 열정도 함께 높아져 갔다. 병원 건물 옆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외진 곳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던 치유의 성모성당 앞에도 화초봉사단의 손길이 닿았다. 소나무가 울창한 그늘에 산성화된 토양에 초화류가 생육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봉사단은 청아쑥부쟁이와 같은 적응이 잘되는 식물로 환경 적응성이 높은 식물을 선별하기도 하고, 제한된 수종에 상관없이 봄에는 무스카리, 튤립, 매발톱, 알리움 등으로 꽃밭을 만들어 밝은 분위기로 성당을 찾는 방문객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유도했다. 어떤 환우는 꽃밭의 꽃을 잘라 꽃다발을 만들어 성당 입구의 성모상 앞에 놓을 정도로 꽃이 가져다주는 감성의 변화를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직원들의 식사 시간에 즐거운 마음으로 휴식할 수 있도록 직원 식당 전면 자투리 공간에 꽃밭을 만들기도 했다. 스쳐 지나갈 공간이라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 공간을 ‘비밀의 정원’이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성안드레아 정원을 가꾼 지 4년, 미소가득 화초봉사단의 화단 조성 활동은 병원 내 환우들에게 많은 변화를 주고, 봉사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했다.

‘물을 보면 물이 되고, 꽃을 보면 꽃과 하나 되어 물 따라 흐르는 꽃을 봐요.’, ‘매화 시들고 나니 해당화 새빨갛게 물이 들였네. 들장미 피고 나면 꽃 다 피는가 하였더니 찔레꽃 가닥가닥 담장을 넘어오네. 정말 고맙습니다.’, ‘꽃들의 미소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성안드레나 병원 환우와 직원들은 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해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봉사단이 선물한 정원에 심은 식물 이름을 궁금해 하는 환우들이 늘고, 봉사단에게 먼저 말을 거는 환자도 생기기 시작했다. 신현자 단장은 “따뜻한 마음으로 작게 시작한 봉사가 풍경과 사람의 마음을 점차 바꾸면서 미소가득 화초 봉사단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성안드레아 병원에서 화초 봉사를 할 때

가끔씩 바나나도 주고 요구르트도 주고

과자도 입에 넣어 주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얼마 전 그 할머니께서

“꽃아줌마는 매일 꽃을 보고

살아서 좋으시겠어요.”

그래서 제가

“할머니는 매일 꽃들을 만날 수 있지만

저는 아파트에 살아서 화초 봉사 올 때만 꽃들을 봐요.”

할머니께서는

“그럼 제가 더 꽃을 많이 볼 수 있으니

행복한 거네요” 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미소가든 햇살고운 집 카페 미소지기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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