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 열혈 주부의 소담스런 뜰…“식물 키우는 게 낙이예요”
가드닝 열혈 주부의 소담스런 뜰…“식물 키우는 게 낙이예요”
  • 정승환 기자
  • 승인 2019.01.21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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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서둔동 안성희 씨 댁 정원

수원 서둔은 조선 정조가 화성 축조 시 대규모 저수지인 축만제를 만들어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둔전이라는 군량미 보조를 위한 토지의 이름을 따서 서둔동이라 불리게 됐다. 경기권 농업연구의 중심이 되었던 농촌진흥청(현재 전북 김제로 이전)이 100년 이상 자리 잡았을 정도로 기름진 땅이었다. 논밭이 개발되고 빌라가 들어서면서, 예전 논밭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곳에서 작은 텃밭이나 정원을 조성해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베란다정원의 전경
베란다정원의 전경

 

식물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난다는 안성희 씨. 수원 권선구 서둔동에 이사 온지도 벌써 2년이다. 아파트 고층에 살다가 친언니와 가깝게 살고 싶어 주택으로 이사 왔지만 사실 작은 뜰이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 솔깃하게 했다. 아파트 베란다가 이미 식물로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이유였다. 그렇게 이사 온 주택은 50평 대지에 약 20여 평의 작은 마당이 있는 곳이었다.

“내가 식물을 좋아하는 그릇에 비하면 정원이 작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내 나름의 스타일대로 가꿔보고 있어요.”

 

여고생 딸 세 명을 둔 안 씨는 겨울이라 예쁜 화단을 보여줄 수 없어서 아쉽다며 수줍게 이야기했다. 이사 올 당시 사람보다 식물이 우선이었다. 발코니를 새로 내어 밖에 내놓을 수 없는 실내 식물을 모두 들이고, 시멘트 블록으로 도배되었던 마당은 걷어낸 후 마사토와 흙을 붇고 관목과 초화류를 심었다. 땅이 좁아 아쉬움은 늘 있었지만, 아파트에 키우던 식물을 다 배치하려면 마당이 꼭 필요했기에 규모는 작지만, 정성을 들여 정원을 조성했다.

앵초, 무스카리 등 작은 화단에 절기를 담아

실외 정원은 대문에서 시작. 전정과 중정이 하나의 길로 합쳐졌다. 뜰의 오른편은 마사와 흙을 더 넣어 입체감을 주려 했다. 정원이 조성된 마당은 안 씨의 부지런함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취재진이 찾은 시기는 겨울이라 나뭇잎은 거의 떨어지고, 봄에 피는 숙근성 식물은 땅 아래 휴면중이라 볼거리는 없었다. 지난봄에는 꽃잎이 앙증맞게 갈라진 앵초를 시작으로, 남보라색 무스카리가 꽃차례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금낭화, 매발톱, 할미꽃 등의 야생화가 자투리 공간을 밝혔다. 노랑과 연분홍색 달맞이꽃이 퍼지기 시작하면 죽당화(황매화) 꽃이 피면서 빨강의 열매를 갖는 산수유 꽃과 빨강색 명자나무 꽃이 꽃잎을 열었다. 그리고 5월에 튤립이 피기 시작하면 분홍의 작약과 백합이 정원의 분위기를 밝히고, 수수꽃다리에서 나오는 향은 화단을 향긋한 냄새로 가득 메웠다.

여름이 오면 채송화가 퍼지면서 지피를 깔고, 황화코스모스, 비비추와 옥잠화가 녹색의 잎을 드러낸다. 그리고 가을에는 현관 옆 국화가 만발하고, 메리골드, 치자나무 꽃이 오랫동안 정원의 계절을 붙잡는다.

달맞이꽃과 봄까치
달맞이꽃과 봄까치

 

자연소재를 좋아하는 정원주의 취향은 정원의 길을 만드는 단단한 화강암의 디딤석에서 눈치를 챌 수 있다. 특히, 작은 정원을 돋보이려고 깨진 항아리에 작은 측백나무와 뱀딸기, 으아리를 심거나, 현관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떨어진 열매로 키운 은행나무를 자기분에 왜성으로 키웠다. 메마른 나무가 세월에 뒤틀려 생긴 공간에 삼색조팝나무를 심고 뿌리는 이끼를 덮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한계성을 지닌 모습은 정원주의 재능이 엿보였다.

뜰은 안 씨가 산을 오르내리며 공수한 식물과 화원에서 구입한 식물이 혼재되어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다. 정원에는 으름나무, 화살나무, 소나무, 병꽃나무, 철쭉류, 골담초, 장미, 목수국까지. 관목들의 높이는 허리를 넘지 않았다. 중정의 끝에 눈높이 정도의 화살나무가 가장 크다고 할 정도이다. 안 씨는 웃자란 가지나, 구성하려는 수형을 위해서라면 수시로 전정을 한다. 자신의 관리법칙이 적용되다보니 소소하지만 안 씨만의 최적화된 디자인이 나온 듯싶다. “작은 마당에 빽빽한 정원의 모습은 지저분하다고 판단했다”는 평소 비움의 철학을 가진 정원주의 성격이 정원에 담겨 있다.

항아리나 돌, 정원의 경계를 짓는 통나무 등의 소재는 밖에서 구했다. “밖에 나서면 정원에 쓰일 만한 것과 연결하다 보니 눈이 피곤하다”며 “이것도 병인 것 같다”며 취재진을 웃게 했다.

 

한련화
한련화

 

새로운 발코니 정원으로 리모델링
계절의 영향을 덜 받는 발코니에는 아파트에서 키우던 화분을 들였다. 이사 오면서 다칠까 봐 고이 모셔온 식물 몇 종은 리모델링 공사 할 때 죽었다고 한다. 공사기간 실내에 둘 곳이 없어 추운 겨울 밖에 놓은 것이 화근.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겠어요.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죽는데 하물며 식물정도야….” 그는 스스로 달랬지만 5년 이상 정성들여 키운 두툼하게 목질화된 란타나, 무릎이상 올라온 꽃기린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것은 가장 아쉬운 일이다.

유리문을 달아 만든 공간인 발코니는 현관문과 중문 사이에 거실과 이어진 통로 형식으로 되어 있다. 거실이 크지 않아 발코니를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식물을 키울만한 작은 실내 공간이 생긴 것에 만족했다. 천장은 충격에 강하고, 광투과율이 좋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렉산(Lexan)으로 시공했다. 유리로 되었던 벽은 폼블럭으로 붙여 찬 바람을 막으니 실내는 아늑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수십 개의 항아리와 항아리 덮개를 사용하고, 나무로 틀을 짠 ‘ㄱ’ 형태의 선반에는 작은 화분들을 전시하듯 펼쳐놓았다. 특히, 항아리를 활용한 화분은 옛 시골의 풋풋한 분위기로 실내정원을 가득 메웠다.

 

항아리, 짚 등의 소재 사용… 옛 시골 분위기의 실내정원

자주무늬달개비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된 풍로초(쥐손이풀)는 세월을 가늠케 할 정도로 줄기가 목질화 되었다. 이끼를 덮어 자기분에 심은 고급스러운 느낌의 홍콩야자나무는 그가 화분 가드닝 경력이 꽤 오래되었을 것으로 짐작케 했다. ‘플라스틱 화분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원주의 철칙이 반영된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짚을 엮어 화분을 만들어 매단 홍콩야자나 작은 발을 배경삼아 뿌리를 드러낸 후마타라 부르는 넉줄고사리와 짚분으로 매단 자주무늬달개비를 재치 있게 연출했다. 번식력을 줄이고자 분에 심은 워터코인(Hydrocotyle verticillata var.), 부친 산소에 다녀오며 구한 향나무, 향기 좋은 백화등 등은 식물 좋아하는 어느 집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어떤 화분에 어떻게 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게 했다.

나무로 된 틀로 만든 선반은 다육식물이 차지했다. 한때 다육식물에 심취했었던 안 씨는 작은 화분에 다육식물을 한 품종씩 담아 선반에 진열했다. 다육은 주로 돌나물과인 에케베리아(Echeveria)속, 그라프토베리아(Graptoveria) 속으로 줄기를 늘어뜨려 작은 화분에서 나오는 깔끔한 형태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실내에서 나올 때 입구 옆 벽면을 한옥에 달린 문살을 놓고, 직접 키워 재배했다던 조롱박과 그의 아버지가 짚으로 엮은 여러 바구니로 정원주의 시골 감성이 묻어나는 농촌의 풍경은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터라 농촌 환경에 익숙하다는 안성희 씨를 알 수 있는 연출이었다.

안 씨의 실내식물 관리…식물종류에 따라 흙도 다르게

실내 식물을 키우는 가드닝 독자들에게 그는 간단한 관수의 노하우를 알려줬다. 우선, 본인이 키우는 식물의 흙의 종류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육식물은 마사토로 물빠짐이 좋아야 하고, 야생화 종류는 흙 속에 수분과 산소가 남아있어야 하므로 마사토와 배양토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처음 마사토를 사용해 이식하거나 분갈이하고, 관수할 때는 미세한 마사 입자가 빠져 나올 때까지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입자가 식물의 뿌리 호흡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물을 줄 때는 손가락을 깊숙이 넣어 속흙의 습기가 느껴지면 안 줘도 된다.

 

안 씨는 실내식물의 영양관리는 거의 물로만 관리하고, 필요할 때만 영양제를 준다. 병해충관리는 진딧물류는 분무기로 떨궈 주거나 칫솔로 털어버리는 등 철저하게 물리적인 방식으로만 방제하고 있다. 그리고 공기 순환을 위한 방법으로는 항상 문을 열어놓는 것 중요시한다.

그의 열정적인 식물 가꾸기에 심통 난 딸들의 핀잔. “엄마. 꽃이 좋아, 내가 좋아.” 난제라 생각하는 안 씨는 “그래도 말을 잘 듣는 꽃이 조금 더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는 말에 취재진을 웃게 했다.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식물을 가꾸는 것에 열정을 가진 그는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지금보다 더 넓은 땅이 있는 곳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정원의 이름을 짓는다면 그의 이름의 별 성(星)을 따서 ‘별빛 정원’으로 짓겠다는 작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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