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대나무
[나무이야기] 대나무
  • 김동진 집필위원
  • 승인 2019.07.10 16:02
  • 호수 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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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으로 ‘최고’를 만드는 나무

 

맹종죽

[월간가드닝 75호=2019년 07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을 희생하여 따뜻함을 주었던 추억의 작은 불꽃 연탄. 불씨가 꺼져갈수록 외면받는 연탄처럼 식물에도 사람들에게 발로 차이고 자라면서 무분별하게 번식하는 천덕꾸러기로 인식되는 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공기, 그리고 스스로 몸을 부딪쳐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만 사람들은 그 순간만을 즐길 뿐 돌아서면 소중함을 망각한다. 연탄과 다르지만 어쩌면 비슷한 식물인 대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조릿대 새순과 비교
조릿대 새순과 비교
반달리즘
반달리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떠한 대상의 우아함을 표현할 때 ‘백조’를 이야기한다. 아마 거친 수면 위를 고귀한 자태로 아름답게 움직이는 백조의 모습을 상상하며 비유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물속에서 수백 수천 번씩 움직이고 있는 백조의 다리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우아함과 화려함의 이면에는 이처럼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고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지금의 ‘백조와 같다’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깃든 식물을 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식물이 바로 ‘대나무’이다. 대나무는 그저 굵고 큰 나무, 어쩌면 아무 곳이나 식재를 해도 번식이 잘되는 평범한 나무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대나무가 ‘죽순’이라는 새로운 싹을 틔우기까지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수십 수백 가지의 뿌리가 뻗어 하나의 대나무라는 개체가 생성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대나무의 존재가치를 바로 보게 될 것이다. 처음은 더딜지 모르지만 무수한 노력 속에서 대나무는 콘크리트를 뚫고 나올 정도의 단단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름 없는 사람 없고, 이름 없는 식물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들판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풀을 보면 ‘잡초’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 잡초라는 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나무는 어떨까. 식물도감을 찾아보면 석죽과의 ‘대나물’이라는 식물은 존재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대나무’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대나무란 가장 두꺼운 ‘왕대’, 얇은 ‘이대’, 가장 작은 ‘조릿대’를 일컫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나무라는 식물은 정말 나무일까? 필자가 수목원 해설을 할 때 대나무가 나무일지 풀일지를 질문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나무라고 대답하고 일부는 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나무는 나무이기도 하며 풀이기도 한 이 세상 유일한 식물이라고 본다. ‘나무’란 목질화된 지상부가 오랜 세월 남아있고 단면에 나이테가 있는 것을 말하며, ‘풀’이란 지상부가 겨울철에 말라 죽어 없어지는 식물을 말한다. 풀은 성장 시기에 따라 당해에 지상부와 지하부가 말라 죽는1년초, 겨울이 지나 이듬해 모두 말라 죽는 2년초, 지상부는 말라 죽지만 지하부는 오랫동안 살아남는 다년초로 나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나무가 나무인 이유는 겨울철에도 지상부가 남아있고 줄기가 목질화되어 있기 때문이며, 풀인 이유는 목질화는 되어 있지만 나이테가 존재하지 않고 겨울눈이 없어 해마다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풀과 나무의 특성 모두를 갖추고 있는 식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원에서 대나무는 번식력이 뛰어나 화단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정원에서 대나무는 번식력이 뛰어나 화단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품종에 따른 유래와 효과
그렇다면 대나무의 품종은 어떻게 다를까? 먼저 왕대는 이름처럼 대나무 중에 가장 두껍고 크게 자라는 식물로 맹종죽(이명 : 모죽, 죽순죽)이라는 대표적인 품종이 있으며 봄철 맹종죽의 순을 채취해 식용하는데 이 식품이 바로 죽순이다. ‘맹종죽’ 하면 가장 먼저 담양 죽녹원이 떠오를 것이다. 이곳의 대나무는 굵고 일자로 곧게 뻗어 있다. 하지만 제주도 맹종죽은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대가 휘어져 자라며, 마디와 마디 사이가 한뼘(필자기준)으로 아주 작게 형성된 것을 볼 수 있다.
맹종죽은 삼국시대 맹종(孟宗)이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유래하였으며 추운 겨울에 지극한 효심으로 죽순을 채취해 어머니를 살려내 하늘도 감동하였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효를 상징하는 고사성어인 맹종설순(孟宗雪筍)이 탄생하였다.

죽순은 90% 이상이 수분으로 되어있는 약간 차가운 성질의 식물로 다이어트나 변비,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죽순의 껍질을 활용하여 차(茶)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순에는 ‘시아노겐(Cyanogen)’이라는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익혀서 먹는 것을 추천하며, 몸이 찬 사람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죽순은 성장 속도가 빠르기에 어린 죽순일 때 빨리 채취하여 식용해야 하며 어느 정도 목질화가 진행된 죽순에서는 옥살산(oxalic acid)과 호모겐티신산(homogentisic acid)이 생성되어 식용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맹종죽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죽순의 표본이라면 이대는 대나무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이러한 이대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품종이 바로 오죽(烏竹)이다.‘오죽하면 이럴까?’ 하는 오죽은 어릴 적 강가, 혹은 계곡에서 대나무 낚싯대로 사용하던 추억이 담긴 식물이다. 또 강릉에 위치한 보물 제165호로 지정된 오죽헌도 주변에 오죽이 많이 자생하고 있기에 유래되었다고 한다.‘,오죽의 이름은 목질 부위가 까마귀와 같이 검은색인 이유도 있지만 어린 까마귀가 자라서 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고 보살피는 효를 상징하는 식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한편 생육환경이 까다로워 아무 곳에서 자라지 않고 살아갈 곳과 생을 마감할 곳을 스스로 정한다고 하여 ’자생지죽(自生之竹)‘이라 표현하기도 하며, 불면증과 고혈압, 당뇨에 효과적이라도 전해진다.

대나무 중에 가장 작은 조릿대는 다른 말로 ’산죽(山竹)‘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다른 대나무와는 달리 작고 빽빽하게 자라기 때문에 유실방지용이나 조경수로도 자주 사용하는 품종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번식력과 강한 생명력으로 한라산 고지대까지 잠식하여 시로미와 털진달래 등 한라산 자생식물에 피해를 주는 천덕꾸러기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대나무는 죽순부터 성장하면서 껍질을 한 겹 한 겹 벗겨 성장하여 최종적으로는 껍질이 모두 없어지는데 조릿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껍질이 붙어있다는 차이가 있으며 제주조릿대는 다른 품종에 비해 뚜렷하게 두꺼운 금색 테두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 조릿대 나무의 줄기를 사용하여 쌀을 일거나 물을 뺄 때 사용하는 도구인 조리를 만들어 사용한 것이 그 유래다. 대나무 품종 중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조릿대는 어린순을 말려 차(茶)로 마시는데 항암효과와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다른 차와 달리 떫은 맛이 적어 거부감 없이 약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음료로 시판되기도 한다.

팬더와 맹종죽
팬더와 맹종죽

세상 보기 힘든 꽃
대나무는 벼과 식물로써 벼의 꽃과 같이 아주 작게, 그리고 생애 단 한 번 개화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대나무가 꽃을 피우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꽃말은 지조, 인내, 절개이지만 이러한 꽃말보다는 ‘모성애’라는 꽃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이유는 꽃을 피우고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나무의 꽃이 보기 힘들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대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하면 나라에 흉년이 온다는 속설이 전해지기도 했으며, 대나무의 열매를 봉황이 먹었다고 전해질 정도로 보기 힘든 꽃이 대나무꽃이다.

예로부터 대나무는 사계절 푸르고 곧게 자라서 너그러움을 상징하였기에 ‘죽지청(竹之淸)’이라고 하였으며, 세한삼우(추운 겨울을 굳건히 견디는 푸른 세 가지의 나무)에도 대나무를 이야기하였다. 이렇게 대나무는 곧은 선비정신과 지조를 표현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의지가 강한 사람을 빗대어 ‘대쪽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렇게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식물이지만 현재는 무분별한 번식력으로 인하여 조경수로 활용하는 것을 꺼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원수의 집에 대나무를 선물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이에 반하여 오래전부터 ‘비보(집 뒤에 바람을 막는 것)’로 활용하거나 ‘신대’로 사용할 만큼 신성한 나무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해변을 찾으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폭죽 소리!

폭죽은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여 축제나 행사장 혹은 작은 놀잇감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유래가 대나무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폭죽(爆竹)은 한자어로 알 수 있듯이 ‘대나무를 터트린다’를 뜻하며 그 뜻은 중국에서 유래하였다. 오래전 사람과 가축에게 피해를 주는 ‘산조(山噪)’라는 생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산조가 큰 소리를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대나무를 태웠을 때 나는 시끄러운 소리를 이용하여 산조를 내쫓았으며 이후 대나무통에 화약을 넣어 터트리는 형태로 발전하여 현재의 폭죽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유래 때문에 중국에서는 명절이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무사를 기원하며 폭죽을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글: 김동진 제주 상효수모원 식물자원팀장/사진: 배주영 제주 상효수목원 식물자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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