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즐겁다는 그곳의 비밀
출근이 즐겁다는 그곳의 비밀
  • 정경주 기자
  • 승인 2019.07.09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성그룹 이병철 조경본부장 / 팀펄리가든 이주은 대표

옥상 정원

 

 

송파구 문정동에는 수많은 빌딩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각 분야의 내로라 하는 사옥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직장인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회사에 가기 싫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몰래 들어가고 싶은 사옥이 생겼다. 출근이 아닌 휴식하러 가는 느낌? 아무리 지친 영혼도 이곳에서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휴양지 사옥. 이곳은 보성그룹 이병철 조경본부장이 총지휘하고 팀펄리가든 이주은 대표가 세부진행을 맡아 완성한 문정동의 새로운 숲정원이다. 이들의 정원스토리를 담아 더위를 이기는 시원한 바람을 맞이해 본다. 

 

 

이용자 품에 안은 대나무·소나무 숲

 

“모든 정원엔 얼굴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며 제일 먼저 이병 철 본부장이 꺼낸 말이다. 그는 정원이라는 것은 시각적인 면이 강하기 때 문에 관람 포인트를 어디로 잡을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정원에도 앞면, 뒷면, 그리고 옆면이 있는 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앞면이라고. 그의 말을 듣고 입체성에 관해 생각하다 보니 문득 사람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면이 보이지만 앞모습을 중심으로 보게 되지 않는가. 

 

이 본부장은 설계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앞면을 어디에 두느냐‘라며 말 을 이어나갔다. 우선 초점 경관이 보이는 곳은 내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는 공적인 공간이기 전에 이 안에 사는 입주자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실제 생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공간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고 그러다보니 첫 조망 포인트는 바로 로비가 된 것이다.


그는 로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정원을 보며 “여기서 한참을 서서 정원이 없다면 뭐가 제일 거슬렸을까를 생각했어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클라이언트가 하고 싶은 것이 있잖아요. 저는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에 클라이언트, 즉 이용자들이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잡아주고 싶었습니다. 인공지반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무슨 나무 를 심을까를 고민했고, 식재지반이 없는 여기에 숲을 만들 수 있는 소재는 대나무밖에 없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건물 로비에서 밖을 바라보는 경관에서 복잡한 교차로와 상가들을 대나무 숲으로 완충시키고 소나무 숲이 주는 익숙함과 편안함에 집중하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한다. 

 

모든 균형의 정점을 찍다


바위처럼 변함없는 묵직함으로 우뚝 선 건물을 배경으로 정원을 양분하는 대나무와 소나무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그는 이를 두고 음과 양, 직선과 곡선, 부드러움과 강함이 연속되는 이 세상의 삶을 대변하고, 그 아래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이 다채롭게 연출되는 소재들은 생동감 있는 묘사로 미묘한 자연의 변화를 상징하도록 설계하였다고 한다. 건물의 강한 수직선과 이어지는 대나무의 선으로 통일감을 주었는데 대나무 하나는 선이지만 선들이 모여지면 숲을 이루고 또 멀리서 함께 덩어리로 보면 작은 산과 그 옆에 소나무의 자연스런 선들이 이어지는 곡선의 스토리를 얘기한다. 


이 본부장의 말처럼 건물에 앞면과 뒷면, 외부와 내부 모습이 있듯이 대지를 아름답게 수놓는 공간예술로서 이 정원은 작품을 감상하듯 관람 포인트에 따라 또는 보는 사람에 따라 의미와 느낌이 달라지는 경관을 볼 수 있었다. 덧붙여 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르름과 대나무의 꿋꿋한 절개 등 남 다른 자연의 품격을 표현한 고산 윤선도 대표작 ’오우가‘ 속의 상징적인 소재를 모티브로 했다는 말까지 들으니 정원이라는 것은 어떤 스토리를 담는가에 따라 깊이감이 다른 감동을 준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대나무 정원과 소나무 정원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대나무 정원 은 곧게 뻗어 나가는 그룹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직원들의 기개와 화합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실제로 잿빛 삭막한 도시 공간에 펼쳐진 대나무 숲길에 들어서니 바깥세상과 구별되는 숨은 휴식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도시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춰 청아한 자연 소리만이 남아 있을 것만 같다. 조용히 눈을 감고 대나무가 불러주는 시원한 바람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조용한 산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본부장이 원했던 것만큼 이곳에 입주한 직원들은 마음의 평화를 얻고 활력을 찾아 힘나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소나무 정원은 한 방향으로만 치우친 직선보다 유연한 곡선이 더 힘이 세고 오래 가듯이 건물의 강한 직선을 자연의 선으로 중화시킨 대나무 숲과 밸런스를 이루기 위해 소나무의 선들을 하나하나 보물 찾듯이 공들이며 전국을 헤매었다고 한다. 그는 건물의 모든 출입구마다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닮은 소나무들을 배치하여 출입하는 모든 사업에 그룹의 비상하는 성장과 발전의 염원을 새겨 두었다.

“정원의 곳곳에 행운과 부를 상징하는 황금빛 노란색 소재(황금아카시 나무, 황금조팝, 황금눈향나무, 황금리시마키아 등)들과 액운을 막고 풍요를 기원하는 붉은색(자엽안개나무, 붉은매자나무, 자엽국수나무, 휴케 라 등) 소재들을 다채롭게 배치하였습니다. 구역 구역마다 적색과 황금색을 많이 썼죠. 식물의 색과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을 통해서 회사에 좋은 기운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나무 하나 색깔 하나 전체적인 정원의 분배에도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도록 균형을 맞췄다. 대나무의 선도 가운데는 키가 크고 가장자리는 작은 것으로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전체 덩어리로 산을 만든 것이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 내부가 가려져 건물은 그저 배경일 뿐이고 환상적인 대나무 정원만 시선을 사로잡을 뿐이다. 


한편 대나무와 소나무 하부에는 사계절 다양한 꽃들이 이어지고 유연하게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들로 자연의 생태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적으로 위에서 보았을 때 모서리 부분은 작은 포인트가 된다. 출근길 도로와 맞닿은 모서리 정원은 이주은 대표가 여성스러운 섬세함으로 연출한 가드닝 느낌으로 아기자기한 눈요기를 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된다. 


 

새들도 착각하는 숲, 옥상 정원

 

옥상은 녹지가 200㎡ 정도로 지상과 달리 건물 입주자만 사용이 가능하다. 개인 집 정원 컨셉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정원’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사랑스럽고 화려하게 만들어 유명 가든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조성되었다. 그 중심에 이주은 대표의 ‘작가 특화 정원’이 계획됐다. 그녀는 이곳이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 올 수 있는 온전한 휴식 공간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옥상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먼저 적당한 위치에 돌을 얹고 큰나무를 심는 것을 시작으로 식물이 돋보일 수 있도록 식재했다. 그리고 나무의 크기와 색이 겹치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적당 한 여백을 두어 편안함을 강조하고 계절에 맞춰 꽃이 피고 지도록 해 정원의 재미와 아름다움을 살려냈다. 
특화정원에는 낙상홍, 남경도, 여름수국, 미스김라일락, 물철쭉, 불루 스타향, 삼색조팝, 불두화, 홍괴불, 줄댕강, 탑사철, 감둥사초 등이 식 재되었다. 이 대표는 ‘정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누구나 누리고 싶은 낭만적인 배경화면 같은 정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좁고 한정된 플 랜터에 다채롭고 다양하면서도 섬세한 연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고 말하며 업무에 지친 잠깐의 휴식시간에 이곳에 와서 바라보고 느끼는 정원 속의 모습은 눈을 시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인다. 하늘거리는 식물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바람이 지나가는 그녀의 공간은 일상생활에 지친 직장인에게 잔잔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나 만의 정원’이 되었다. 문득 이곳은 사람뿐만 아니라 새들의 쉼터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분명 이곳이 숲이라 느낄 것이다. 

 

정원을 넘어선 작은 수목원


이병철 본부장의 말에 의하면 옥상 정원은 빌딩 자체가 각지고 정형적인 느낌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래스를 많이 사용하여 색감이 나 질감에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그래스 종류는 바람과 짝을 이뤄 흔들거리면서 사람의 마음까지 고요하게 만들어 빌딩의 삭 막함을 부드러운 이미지로 바꿔줄 수 있다며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이곳에는 일반적인 사옥조경에서는 볼 수 없는 고급 수종을 심어놓았 다. 이 본부장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면 감동이 떨어지죠. 그래서 프라이빗한 공간이나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곳은 하나하나 똑같은 배치가 없고 화단마다 주제들이 있습니다. 계절감을 깊이 느끼도록 소재를 섞어 썼습니다. 일년초는 단 하나도 쓰지 않았죠”라고 말한다.

꽃들은 이곳에서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점점 단단해질 것이며 좀 더 성숙한 아름다움을 그려낼 것이다. 어쩌면 벌써부터 식물들은 이곳이 도심 한가운데라고 생각하지 않고 본래 자신이 있던 자리라고 느낄 수도 있으리라. 얼마 되지 않은 조성 기간에 비해 믿기지 않을 만큼 자리를 잘 잡았기 때문이다. 정원을 넘어선 작은 수목원이라고 할까? 깊은 산골에서 맑은 공기까지 통째 담아온 듯하다. 


이 본부장은 그린 파사드의 대나무와 함께 과하지 않은 색감의 포인트들이 지루함을 없애주고 바람에 자연스럽게 흩날리는 분홍바늘꽃과 그래스들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 식물 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여 사람들이 ‘정원이 이렇게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이구나’를 느끼도록 생동감 있는 생태의 정원으로 품격을 높이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가 연출하고자 했던 생동감은 또 다른 공간에도 있다. 직원들이 점심식사 후 간단하게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옥상 가장자리에 145m의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트랙 위는 하늘을 막아주어 비가 오는 날에도 걷거나 뛸 수 있다. 둘레는 대나무로 빡빡하게 채워 정원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해 놓았다. 그는 대나무가 일조량이 풍부하고 고급주택의 정원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훌륭한 소재가 된다고 말한다. 


식물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정원에 관한 전문가로서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던 이병철 본부장은 이 번 사옥 정원에서 진정한 고수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에 게 있어 정원이란 어떤 의미일까? “정원은 한결같은 것? 계속 영원할 것 같고 감동을 주고 끊임없이 고마운 공간이죠. 별로 한 게 없는 데 기대 이상으로 저를 감동하게 만듭니다. 식물은 정말 자기들이 보여 주려는 연출을 충분히 합니다. 항상 기대를 져버리지 않죠.” 그는 이렇게 말하며 식물은 각자 개성이 다르지만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어 공감과 소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정원에 관한 이 본부장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그가 수많은 사람과 식물을 대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정원 만들기가 단순한 완성에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정원의 원숙미까지 꼭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