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가드닝] 식물의 이름은 살아온 세월을 담는다
[뒤죽박죽 가드닝] 식물의 이름은 살아온 세월을 담는다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19.07.10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도 그러하듯 식물은 새순을 내고 성장을 거듭하여 독자적인 생장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습성은 이 식물들이 고사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식물은 사람과 비슷하여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유전자 속의 DNA에 저장하여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사람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대는 쉽게 알 수 있지만, 이전 세대의 삶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과 성향을 통하여 이전 세대의 모습을 추론해 낼 수 있다.

노랑꽃창포
노랑꽃창포

현재 식물들이 어떻게 이름이 지어졌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통하여 사람들에 의해 붙여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단순한 식물 이름의 기억보다는 생긴 모양과 특성 등 다양한 요소와 이름을 맞추어 본다면 식물을 조금 더 알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먼저 우리나라의 식물들을 예로 들면 돌단풍, 두메부추, 물봉선, 바위채송화 등 살아가는 지역이 식물의 이름에 붙여져 있는데, 돌단풍과 바위채송화는 누가 보아도 살아가는 곳이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바위나 돌이라고 하는 곳은 물이 적은 곳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물이 고이지 않고 배수가 잘 되는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살고 있는 지역을 나타내는 것을 떠나서 예전부터 그곳에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두메부추는 당연히 산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이름을 통해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평지에 비해 해발고도가 높은 곳이며 실제 심어지는 정원의 평지보다는 온도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대체적으로 아고산 또는 고산의 기후에서 해가 잘 비치는 곳에 살았던 식물은 막상 평지의 정원으로 내려오게 되면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은 잘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단순히 광조건 만을 놓고 보면 문제가 없지만 실제 습도, 토양 등 일반적인 광조건에 수반되는 환경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서 비롯되는 결과이다.
이는 보수성이 떨어지는 토양의 조건에서 고산의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습도조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고산에 살던 식물이 평지의 조건에서 심어지면 고산기후에 비해 세근(작은 뿌리)이 발달하고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요즘 널리 심어지는 헬레보러스(Helleborus spp.)라는 식물은 해발 4,000m 이상의 고원에서 살아가는 식물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 고온을 이기지 못해서 해가 적은 나무 아래에 심어진다. 단순히 도감을 통해 양지냐, 음지냐의 문제를 넘어 살아가고자 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식물의 적응력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나침반이 없던 시절 서민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했던 식물도 있는 데 흔히 오리나무처럼 5리(2km)마다 이 나무를 심어 거리를 추정했다는 얘기도 있고 현재의 고도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는 식물들도 있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도로망이 좋아져 쉽게 알 수 있으나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하늘나리와 날개하늘나리와 같은 식물은 지대를 추정할 좋은 이정표의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참비름, 개망초처럼 진위(眞僞)를 나타내는 이름도 있고 식물의 색을 나타내는 노랑매미꽃, 흰붓꽃, 자주꽃방망이 등의 식물도 있다. 크기를 나타내는 땅비름, 애기나리, 큰꿩의비름도 있으며 우리나라 전래이야기를 포함하는 며느리밑씻개, 동자꽃, 과꽃 등도 있다.

동자꽃
동자꽃

식물은 혼자 살지 못한다
식물의 이름은 동물의 이름, 사람의 명칭, 방향에 대한 이름, 생긴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지어지는데 지금부터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한다. 물봉선은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식물이 살아가는 물은 산속의 계곡 주변을 뜻하므로 평지의 하천이나 강과는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계곡의 물은 다습한 환경으로 하루에 일조량이 4시간 미만인 곳이 많아 실제 정원에 심어진다면 물을 좋아하는 호습성과 어느 정도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면 생육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봉선화, 임파첸스와 산파첸스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정원에서 직사광선이 많은 조건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특성을 갖게 되는데 특히 산파첸스는 까다로운 호습성과 봉선화의 광조건을 적절히 합친 새로운 정원식물로 표현하게 되었다.
오이보다 더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오이풀 종류는 오이풀, 긴오이풀, 흰오이풀, 큰오이풀, 가는오이풀 등이 있는데 오이 냄새가 나는 식물 중에서도 다양한 형태적, 환경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수박 냄새가 더 난다고 하여 수박풀(Salad burnet)로도 불린다.
대부분 자생지는 전국의 산과 들이라고 표기하는데 여기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 결론적으로 혼자는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여러 식물들과 군집을 통하여 자신의 하부 근권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정원에 단독으로 심으면 상부의 입이 타는 일소(Leaf burn)현상이 생기거나 생육이 불안정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양지보다는 반그늘을 더 좋아하는데 양지에 살아가는 식물조차도 직사광선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 근권온도를 낮추기 위하여 여러 식물이 공생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돌단풍
돌단풍

주기적인 습도유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보통 차로 마시는 둥굴레는 ‘두응구라’라는 어원에서 시작되었는데 계속 불려지면서 현재의 둥글레로 부른다고 한다. 어원에서 나타나듯 쉽게 먹을 수 있고 약재로 사용되어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원기둥 모양의 뿌리를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곤 사실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지와 반그늘로 환경조건을 국한하는데 이것은 사실 습도와 토양의 배수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과습한 토양에서는 생육이 불안정하고 강한 직사광선에서는 생육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 약간의 그늘이 제공된다면 좋은 둥글레를 키울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거꾸로 얘기하면 모든 면에서 둥글둥글 무난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름에는 ‘구름’이라는 말이 붙은 식물도 많은데 구름골풀, 구름국화, 구름송이풀, 구름제비꽃 등 무언가를 연상케 하는 식물이 있는데 주로 구름과 연관된 식물들이다. 구름은 보통 낮은 평지에서도 보이지만 실제로 해발고도가 높은 산중에서 식물들에게 도움을 주는데 앞서 언급한 식물들은 구름을 통하여 습도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이는 곧 식물이 생육하는데 필요한 수분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
실제로 아고산과 고산지역에 서식하는 식물들에게는 연간 약 200mm의 관수량과 맞먹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는 평지에 있는 다른 식물에 비해 건조 상황에 적게 놓인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고 다른 표현으로는 식물에게 주기적인 습도유지가 필요하다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식물을 정원에 심는다면 일반적인 광, 온도 등의 조건으로는 원활한 생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가끔 산행에서 채집한 식물들을 채집하여 집에서 키우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 생존시키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바위채송화
바위채송화

다양한 색으로 꽃이 피는 이유
우리는 보통 식물이 아름답다고 표현할 경우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는 식물을 말하는데 이것은 무엇에서 기인했을까? 우리나라의 자연에 서식하는 자생식물들은 다양한 색을 가진 꽃을 갖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색이 조합된 경우도 많은데 그중에서도 흰색과 노랑색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물론 같은 식물 중에서도 어떤 것은 노랑색, 어떤 것은 흰색 등 다양한 색을 띠는데 노랑색은 특히 벌과 관련이 된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식물은 후대의 종족번식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꽃을 피우고 이 과정에서 수정이라는 생식생장을 하는데 노랑색은 우리 인간에게는 노랑색이지만 벌에게는 아주 밝은 흰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벌은 색맹과 색약에 가까워 색을 구별하기 어려운데 노랑색은 아주 밝은 색으로 보여 꽃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계통에 비해 노랑색을 띠는 식물인 노랑꽃창포, 노랑매발톱, 노랑붓꽃, 노랑원추리, 노랑할미꽃 등은 같은 계통의 식물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수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노랑색으로 진화하지 않았나 생각되며 이는 곧 자연계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결과를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계절에 따라 노랑색을 띠는 식물이 많은데 주로 봄과 여름에 집중되는 것도
다른 색의 꽃보다 효과적으로 진화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되는 부분이다.

바위수국
바위수국

유사한 환경에 식재해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돌’자가 들어간 식물 또한 많은데 돌단풍, 돌부채손, 돌앵초, 돌창포, 돌채송화 등 돌과 연관된 식물이 많은데 광조건은 식물의 서식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공통된 특징은 척박한 토양환경에서 서식한다는 것이고 이는 풍부한 수분 조건은 도리어 이들의 생육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식물을 재배할 경우에는 보수성의 토양보다는 배수성이 좋은 토양을 사용하여야 하며 적절한 습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돌과 마찬가지로 바위라는 말이 붙은 바위구절초, 바위손, 바위솔, 바위수국, 바위취 등도 마찬가지로 척박한 곳에 서식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이것은 정원에 식재 시에도 유사한 환경에 식재해야 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산개나리, 산겨릅나무, 산국, 산구절초, 산닥나무, 산마늘 등 ‘산’자가 들어간 식물의 이름에는 평지보다는 산에 서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평지의 식물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특징은 산이라는 지역을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산에 반대되는 것이 들이라는 환경으로 구별되는데 산은 아무래도 들과는 달리 경사지고 척박하며 물이 고이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살아가는 환경을 대변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고 산이 메마르고 불모지를 뜻하지는 않는데 적어도 다른 식물을 피해 산이라는 곳에 정착한 데에는 식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식물진화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유사한 계통의 식물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정착한 경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애기’자가 들어간 애기골무꽃, 애기나리, 애기노루발, 애기말발도리, 애기사초, 애기수영 등의 식물은 같은 속의 식물에 비해 작다는 것을 암시하며, ‘왕’자가 들어간 왕가시오갈피, 왕골무꽃, 왕모시풀, 왕원추리, 왕쥐똥나무 등은 같은 계통에 비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계통에 비해 크고 또는 작아졌다는 것은 무엇을 암시할까? 생존하기 위해 크기를 키우거나 작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하며 기존의 생존환경을 고려한다면 광합성과 관련된 경우가 많아서 광조건의 차이가 따라 잎의 크기가 달라지는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재배하는 환경에 따라 재배양상은 달리 나타난다.

큰꿩의비름
큰꿩의비름

우리가 흔히 보는 자생식물들은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름의 이유가 있어 붙여진 이름들이 많다. 그 이유는 광조건, 사는 지역, 생김새 등 다양한 이유를 담고 있는데 독자들은 여기서 이름을 아는 식물은 위와 같이 판단하여 키우지만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자생식물을 모두 키워보지 못했으며 외래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는다면 다음과 같이 얘기해주고 싶다. 잎에 털이 있는 식물은 물을 좋아하지 않거나 토양의 배수성이 중요하고, 잎에 엽육질이 두꺼운 식물은 서식지가 바다와 인접하고 있어 염분을 싫어하거나 고산의 습기를 막기 위함이고, 거취가 많은 경우는 바람을 피하기 위해 거취가 발달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꽃받침이 없는 경우는 수정하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 자생지이고, 꽃이 통형태 모양을 하고 있는 식물은 벌이 서식하지 않는 곳보다는 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고, 종자에 날개와 같은 형태를 띠는 식물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서식하고, 식물에서 독특한 향이 나는 식물은 벌레에 강하고, 물속에 사는 식물은 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번식을 위해 물속에 사는 것이고, 종자가 과육에 쌓여 있는 식물은 누군가의 먹이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고, 종자가 먼지와 같은 식물은 반그늘을 좋아하는 식물이고, 식물체에 수분이 많이 저장되어 있는 식물은 건조에 강하고, 포복형의 줄기를 가지는 식물은 평지보다는 구릉지에 서식하는 경우가 많고, 꽃이 무한화서 등과 같이 차례차례 피는 경우는 수정이 쉽지 않은 깊은 산속에 사는 경우가 많고, 키가 작은 식물일수록 이른 봄에 꽃이 피거나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일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식물의 생김새와 특징들을 보면 어느 정도 재배환경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담겨 있는데 25년이 넘게 식물을 키워오면서 느낀 생각이다. 식물은 다양한 환경에서 절대적일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같은 식물이라도 재배하는 환경과 지역에 따라 재배양상은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매번 같은 식물을 키워도 그 결과는 항상 같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저 늘 식물의 입장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Key Point
- 식물의 이름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표현함
- 식물이 살아가는 지역은 기본적인 식물환경을 대표함
- 이름이 표현하는 환경과 이것에 기인한 환경을 유추해 보아야 함
- 식물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생관계를 유지함
- 구름은 관수를 대신할 수 있고 건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함
- 식물의 화색은 곤충을 유인하여 수정하기 위한 진화의 과정임
- 돌과 바위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토양의 환경이 매우 중요함
- 식물의 생김새는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임
- 식물은 다양한 경험이 반영되어야 잘 키울 수 있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