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시대 세상을 바꿀 식물, 한반도 자생식물!
미래 시대 세상을 바꿀 식물, 한반도 자생식물!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19.08.19 21:23
  • 호수 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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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가드닝 76호=2019년 08월] 지구상에는 많은 식물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식물들은 각자의 지역을 터전으로 각자의 모습과 특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식물은 대략 39만 종에 이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대략 4,500여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특산식물은 393종으로 지구에 서식하는 식물의 약 0.1%에 불과하여 그 수는 매우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한반도는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기후와 지리적, 생태적 특성으로 인하여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간은 태초부터 식물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지 못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세상을 바꾼 식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한반도에 서식하는 식물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성과 가치를 모르고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유는 식물을 보는 관점에 있어 서양과 동양의 차이에서 온 것일 수도 있고, 식물을 이용하는 측면이 다르다는 점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단군신화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식물을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식용, 약용, 주거용 등 다양한 소재로 이용해왔으며 그 활용범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확대되었다. 식물로 인해 인간은 전쟁, 유희, 건강, 여가 등 희로애락(喜怒愛樂)을 함께하여 왔는데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미래 시대에는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이 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구상나무
정원문화가 한창 보급되고 있는 현재에서 겨울철의 윈터가든(Winter Garden) 또는 크리스마스트리하면 떠오르는 식물이 있는데 바로 구상나무(Abies koreana E.H. Wilson)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구상나무가 서양에 전해지기 전까지는 전나무가 트리의 역할을 했는데 구상나무가 다른 세상에 이동함으로써 겨울철 문화를 바꿨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의 고산지역에 서식하는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의 전나무속에 속하는 식물로 자라는 지역마다 솔방울의 색이 다르고, 잎은 구상나무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기도 하다. 구상나무는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여 혈액을 정화하고 기관지를 강화하고 염증질환에 효능이 탁월하며, 항균, 탈취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외에도 침엽수에 있는 테르펜이라는 방향성의 휘발성물질은 구상나무가 소나무의 2~3배가 발산되어 숲의 청량한 느낌을 주는데, 산림욕에 도움을 주는 피톤치드와 더불어 테르펜은 중요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구상나무를 처음 학계에 보고한 사람은 아놀드수목원(Arnold Arboretum of Harvard University)의 윌슨(Ernest Henry Wilson)으로 1915년경 제주도에서 처음 채집하여 1920년 신종으로 발표했는데, 우리나라 식물의 대부분을 분류한 일본의 나카이(Nakai)는 훗날 신종을 찾아내는 영광을 빼앗겨 억울해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이 외국 사람들에 의해 얼마나 남획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우리가 지금이라도 지켜야 할 식물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한반도 전역에서 자생하였을 구상나무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서서히 자생지를 잃어가고 있으며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는 1900년도 초반에 해외에 밀반출된 우리나라 구상나무의 후손들이 품종화되어 정원에 심기고 있는데 이제라도 특성화된 품종을 육성하여 외국에 수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름 자락에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있는 겨울철이 기다려지는 것은 구상나무가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며 크리스마스가 없어지지 않는 한 구상나무는 영원히 기록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물일 것이다.

구상나무를 정원에서 기를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은 첫째 배수가 잘되어야 하며, 둘째 서향을 피하고, 셋째 고온을 피해야 하며, 넷째 그늘을 피해야 한다. 또 최근 들어 겨울철 건조 현상이 많이 발생하는데, 겨울철도 건조를 피해 잎에 물을 15일 간격으로 분무해주는 것도 겨울철 건조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정원 및 경관수에 적합한 참싸리
다음으로는 콩과에 속하며 한반도에 서식하며 ‘은혜’라는 꽃말을 가진 참싸리(Lespedeza cytobotrya Miq.)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산이나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참싸리는 다른 싸리류에 비해 건조에 강하고 굵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참싸리라고 불리는데 공해에도 강하고 양지와 반 그늘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서 정원 및 경관수로 많이 식재된다.

한때는 왕성한 맹아력과 발아력 때문에 사방녹화나 척박지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양봉을 위한 밀원식물 또는 가축의 사료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참싸리에 대한 견해가 달라지고 있다. 골다공증과, 신장, 폐 등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참싸리는 생약명으로 ‘호지자’로 불리기도 하는데, 잎에는 인삼에 주로 많이 함유된 사포닌과 레스피딘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혈중에 포함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능이 높아 신약개발에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신장경화와 동맥경화 예방 및 항암효과 등의 효능이 높으며 두통과 무좀, 탈모예방에도 효과가 높다고 한다.

사실 참싸리는 균에 매우 강하여 병에 잘 걸리지 않는 식물로 전초를 이용하여 발효하면 아주 좋은 친환경농약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식물의 새로운 발견은 여성들이 가장 고민하는 미백효과 기능이 탁월하여 최근 불고 있는 K-Beauty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운 미모를 꿈꾸는데 다른 자생식물에 비해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하기닌(Haginin A)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피부색소 침착을 감소하고 피부를 검게 만드는 물질을 저해하는 효능이 높다고 한다. 물론 현재에도 많은 미백제품이 있지만 독성으로 인해 피부자극과 피부암유발 등의 부작용이 있어 안정성에 문제가 되고 있다. 참싸리는 저자극성 천연물질로 그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정원에 참싸리를 심는 사람은 많지는 않은데 다른 관목류에 비해 경관성과 이용성이 높아서 정원 내에 다른 식물과 혼식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다른 식물에 비해 병해충이 많지 않은 식물로 관리적인 면에서 매우 유리한 식물이고 구릉지나 비탈면에 심어도 내건성이 좋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주의할 점은 배수성이 좋은 토양이어야 하며, 그늘에서는 잘 자라지 않다는 점이다.

감동적인 음료 재료 산사나무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중국은 올림픽을 치르면서 전 세계인을 감동시킬 새로운 음료가 필요했는데 바로 그 음료의 재료가 됐던 식물이 바로 산사나무(Crataegus pinnatifida Bunge)이다. 음료 외에도 젤리와 과자 등 다양한 먹거리로 활용되는 산사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차나 약재로 임금에게 진상하였으며, 서양에서는 1세기경부터 심장병과 불면증 등에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장밋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북유럽 및 북아시아에 걸쳐 자생하며 우리나라에도 널리 분포하는 식물인 산사나무는 산에서 자라는 사과나무라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유일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약재로 여겨지고 있다. 정원에서는 봄에 하얀색 꽃을 피우고 여름이 지나면서 붉은색 사과모양의 열매를 맺으며, 노란색에서 주황색에 이르는 단풍도 아름다워 꼭 필요한 식물 중의 하나이다. 때로는 곤충에게 필요한 밀원식물이 되어주기도 하고 사람에게는 좋은 한약재가 되어주는 산사나무는 한반도와 함께 걸어오고 있는 식물인데 우리는 사실 이 식물의 가치를 많이 알고 있지는 않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산사춘이 바로 산사나무의 열매를 발효하여 만든 것이다. 이 식물은 기독교에서는 성수로 여겨왔으며 예수의관, 곽 및 지팡이의 재료가 되었다. 책과 영화로도 많이 알려진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산사나무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사용하는 드레이크 말포이의 모습은 이 나무가 유럽에서 얼마나 훌륭한 소재였는지 보여주는 단편이기도하다.

사실 산사나무의 진짜 효능은 건강과 보건을 위해 한약재로만 사용되어온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는 이미 심부전 치료의 보조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인데 심부전의 증상 개선, 혈류량 증가, 운동능력 향상 등 다양한 효능은 이미 검증되어 있다. 산사나무의 꽃과 열매에는 항산화성분인 OPC(Oligomeric Proanthocyanidin)가 있는데 이것은 비타민C의 20배, 비타민E의 50배가 넘는 항산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예로부터 식용, 약용, 경관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어온 산사나무는 사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서 자리 잡아 왔는데, 이젠 사실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생식물이며 미래에 주목해야 할 자원식물인 것이다.

산사나무는 정원의 어느 곳에서도 잘 자라는 편으로 평지보다는 구릉 또는 경사지에 심으면 좋으며 어느 정도 토양에 습윤하면 잘 자라는 편이다. 하지만 배수가 불량한 지역에서는 병해충의 발생 빈도가 높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공해에는 강하므로 특별한 지역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이므로 주기적으로 거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늘에서는 생육이 불량할 수 있으므로 광조건을 고려하여야 한다.

인간에게 중요한 식물자원 엉겅퀴
마지막으로 알아볼 식물은 전국의 산이나 들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엉겅퀴(Cirsium japonicum var. maackii (Maxim.) Matsum.)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그러하듯 엉겅퀴를 보고 중요한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어디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 생각된다.

최근 여가생활의 발달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팔도를 누비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때 곤드레나물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사실 곤드레 나물이 고려엉겅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데, 이는 우리 민족이 예전부터 엉겅퀴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많이 이용해왔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엉겅퀴는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약용과 식용으로 이용되는데 잎에 가시가 있어 대체적으로 잡초처럼 취급되는 식물이다. 서양에서는 밀크시슬(Milk Thistle)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시나물로 불렸으며, 예로부터 한방과 민간요법으로 다양하게 이용되어온 식물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간에 특히 좋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의 분해효과가 높고 지혈효과가 탁월하며 항균효과가 높아 한방에서도 자주 사용되며, 또 고혈압 개선효과가 좋고 아토피 등 피부질환 개선, 노화방지 효과, 수족냉증 완화 및 항암효과가 높은데 이는 실리비닌((Silibinin)의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강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신약 또는 생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엉겅퀴이다. 엉겅퀴는 항암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는데 폐암의 전이를 막고 피부암의 재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잡초처럼 취급받던 이 식물이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 10여 종이 자생하고 있는 엉겅퀴 종류는 단순한 먹거리와 약재를 넘어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물자원으로 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필자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잡초에 대해서 ‘잡초는 없다’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사람도 그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대화가 필요하듯이 식물도 단순히 생김새와 꽃모양을 가지고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잡초처럼 들판에 잘 사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특별한 관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옥한 토양을 좋아하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라면 엉겅퀴의 재배는 쉬울 것이다. 또 높은 광조건을 요구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곳에 심는다면 병해충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엉겅퀴가 잘 자라는 곳은 도심에서는 하천 주변에서 많이 목격되고 구릉지에서는 산의 찬 기운이 유입되는 곳에 잘 분포하니 이점을 참고하면 좋은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야관문(비수리, Lespedeza cuneata)이 남성에게 좋다고 하여 들판의 비수리가 남아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 식물도 사실 그전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식물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이 부각될 지는 알 수 없다.

앞서 열거한 4종의 식물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무수히 많은 중요 식물유전자원이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들과 산의 풀 한 포기도 좀더 세심히 지켜나가고 아끼는 문화가 보급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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