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우리나라 사립식물원] 진해 보타닉뮤지엄
[이야기가 있는 우리나라 사립식물원] 진해 보타닉뮤지엄
  • 정대헌 기자
  • 승인 2019.09.10 13:39
  • 호수 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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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작품을 만나는 듯한 품격 있는 정원
월간가드닝-(사)한국잡지협회 공동기획

 

진해 보타닉뮤지엄 전경
진해 보타닉뮤지엄 전경

[월간가드닝 77호=2019년 09월] 잉크가 덜 마른 신생 수목원이므로 군데군데 어설픈 곳도 있으리라. 조성 5년째라니, 세월 흐를수록 완성미 높아지는 수목원 특성상 ‘아직은 포토존으로 승부 보는 예쁘기만 한 곳’으로 상상됐다. SNS에 쏟아지는 사진과 해시태그들은 핫플레이스임을 인정하게 했어도 왠지 식물보다는 조형물이 더 많을 것 같았다.

편견은 스무 발자국 넘어서면서 깨졌다
#예쁜식물원 진해보타닉뮤지엄은 섬세하면서 다양하고 싱싱했다. 도심과 인접해 있어서 면적은 약 33,000㎡(1만평)로 아주 넓은 건 아니지만, 입체적인 공간 구성과 압축미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꽃 천지’였다. 1월부터 12월까지 언제 어디서든 꽃을 볼 수 있게 했다. 각 식물의 특성을 고려한 혼합식재 솜씨는 고수가 아니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다. 평평한 화단은 물론 비스듬한 경사면, 조형물 주변과 관람 산책로까지 이곳의 주인공은 계절 꽃이다.

보타닉뮤지엄은 섬세하면서 다양하고 싱싱했다.
보타닉뮤지엄은 섬세하면서 다양하고 싱싱했다.

‘꽃을 발견한 뒤 걸어가서 보는 게 아니라, 있는 자리에서 고개만 돌리면 꽃을 만날 수 있도록’ 꾸몄다고 하니, 어떤 취지로 수목원을 조성했는지 헤아릴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철저하게 우리 야생화 중심으로 심었기 때문에 외래종 초화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6년간 매일 오더라도 여기 있는 꽃을 모두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립자 김영수 대표의 자부심은 보타닉뮤지엄의 가치를 빛나게 했다.

바위와 바위 사이, 작은 돌 틈에도 흔한 석간수 없이 계절을 번갈아 피는 야생화들로 채워져 있다. 포크레인과 석공이 돌을 놓을 때 김영수 대표는 그곳에 어울리는 꽃들을 심었다. 그래서 보타닉뮤지엄은 언제나 다양한 꽃들이 섬세한 조화를 이루며 피고 지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보타닉뮤지엄을 처음 방문한 취재진은 다섯 번 놀랐다.

▲새로 개원한 수목원 같지 않게 섬세함과 안정미를 보여줬고 ▲수목이 아닌 초화가 중심이 돼 사계절 서로 다른 꽃을 볼 수 있도록 혼합식재를 했으며 ▲특히 500여 종의 야생화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것에 놀랐다.

여기에 ▲‘보타닉뮤지엄’이라는 브랜딩과 품격있는 마케팅을 통해 바늘구멍보다 꿰기 힘들다는 사립수목원의 흥행을 이뤄낸 점과 ▲최초 구상부터 디자인, 시공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김 대표가 손수 일궈왔다는 점은 충격이었다.

진해 보타닉뮤지엄 설립자 김영수 대표
진해 보타닉뮤지엄 설립자 김영수 대표

설립자 김영수 대표의 내공이 궁금해진다.

그냥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고 말한다. 17년 전 이 부근에 전원주택을 지은 뒤 정원을 가꾸면서 실력을 연마했고 그 노하우와 재료들을 가지고 보타닉뮤지엄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경·원예를 전공하거나 정원디자인을 따로 배운 적도 없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 그에게 왜 ‘~뮤지엄’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물었다.

“우리는 박물관에 가면 조심스럽고 귀하게 작품을 감상합니다. 이 공간에 와서도 아무렇게나 취급하지 말고 귀하게 봐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어느 식물과 정원이든지 작품처럼 관람객들이 대하기를 바라는 거죠”

그래서 작은 요소 하나라도 작품처럼 만들었고, 구간별로 꽃향기까지 고려해서 조성했다. 습하거나 지저분하지 않도록 청결하게 관리한다고 했다. 심어놓은 식물들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상의 꽃을 피우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지만 해내고 있다.

꽃과 식물이 너무 싱그러우니까 관람객들이 하는 질문이 있다. “이 종자는 특별한 것이냐?”고 자주 묻는다는 것이다. 똑같은 것을 심어도 정성이 더해졌으니 싱싱한 감동을 보여줄 수 있다.

보타닉뮤지엄에서는 스프링클러를 통한 획일화된 물주기를 하지 않는다. 어려움 있더라도 식물 하나하나를 마주하면서 상태를 살펴 가며 적당하게 물을 주고 필요한 조치들을 바로 한다. 또한 빈틈없이 식재했기 때문에 잡초 뽑을 때도 호미가 아닌 핀셋을 사용하게 된다. 섬세함의 끝판왕이다.

그렇지만 그도 속상해 눈물 흘리는 공간이 있다.

메인 정원이라 할 수 있는 ‘꽃대궐’은 하늘에서 내려보면 모란꽃 모양으로 한잎 한잎 공간마다 야생화 군식을 통해 빛깔을 내고 있었다. 돌틈이나 산책로 주변과 같이 자연과 어우러지게 심은 애들은 잘 사는데 연출을 위해 집단으로 심어놓으면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외래종 초화를 일부 심어 보완하고 있다. 이 넓은 곳에서는 우리 꽃들이 잘 안된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의 야생화 사랑과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진해 보타닉뮤지엄 개장시간은 10:00~23:00이다. 해질녘까지만 보여주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야간에도 문을 열어둔다. 몇몇 사립수목원들이 겨울철 비수기에 불빛축제를 하더라도 이렇게 1년 내내 쉬지 않고 열어두는 경우는 없다.

화단의 동물 조형물들이 밤이 되자 풍등으로 변신
화단의 동물 조형물들이 밤이 되자 풍등으로 변신

밤풍경 또한 전혀 다르다. 형형색색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은은하고 정온한 느낌을 준다. 낮에 정원에서 만났던 동물조형물들은 그러고보니 풍등으로 변해 그 자리에서 동물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화단은 은하수로 변해 있다. 보타닉카페에서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낮이나 밤이나 찾게 되는 이유다.

보타닉뮤지엄에 설치된 조형물들은 기성품이 아니라 대부분 이곳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해서 주문제작을 했다. 풍등으로 만든 동물조형물이 그렇고, 재미난 토기 인형들도 그 자리가 원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온실 내부 화단 풍경
온실 내부 화단 풍경

지난 시절 그린란드 여행하던 때 목격한 장면-천 평도 안 되는 허술한 정원에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에 자극받아 ‘내가 우리나라 가서 해도 그보다 잘 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 사랑받으며 정원의 가치를 전파하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제법 뿌듯하다.

주말이면 1000명 넘는 관람객으로 수목원은 ‘인화인목(人花人木)’을 이루고, 바깥에선 주차 대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곳을 통해 사람들은 #보타닉, 보타닉에 해시태그 붙이는 것을 점점 더 좋아하고 있다. 경남권에 귀한 꽃이 새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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