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있는 카페] 비오는 날의 운치와 풀향기를 함께 접할 수 있는 곳
[정원이 있는 카페] 비오는 날의 운치와 풀향기를 함께 접할 수 있는 곳
  • 이지후 기자
  • 승인 2019.09.05 21:23
  • 호수 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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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식물 정원이 반겨주는 용인의 '어 로프 슬라이스 피스'
용인 어 로프 슬라이스 피스
용인 어 로프 슬라이스 피스

[월간가드닝 77호=2019년 09월] 폭염주위보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 태풍 ‘레끼마’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에 시원한 빗줄기가 선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무더운 여름이 싱그러운 여름날이 될 동안, 빗소리 장단에 맞춰 한껏 춤을 추고 무더위를 식힌 존재들이 있다. 바로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어 로프 슬라이스 피스’ 정원에 심겨진 식물들이다. 이날은 특별히 비를 뚫고 온 손님들에게도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냈다. 비오는 운치를 느끼며 빵 굽는 냄새와 향긋한 풀향기를 맡으며 주인장이 곳곳에 숨겨놓은 빵처럼 따듯하고 보드라운 마음들도 찾아본다.

빵을 뜯어 나누는 즐거움
‘어 로프 슬라이스 피스’는 용인시에서 ‘빵이 맛있는 집’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주인장인 이소현 씨(49)와 남편 최인호 씨(53)는 함께 20여 년간 빵을 구웠다. 이들은 일본유학 중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 외길인생을 걷는 중이다. 용인 아파트 단지 곳곳에 6개 빵집을 운영해오다 2018년 6월, 용인 에버랜드 근처에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했다. 인구밀집지역에 빵집을 운영하다 보니 주차난이 심각해 외곽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주 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넓은 부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수소문 끝에 발견한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빵집 이름을 다시 지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a loaf slice piece. 한 덩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눈다는 의미다. 주인장은 20여 년 동안 사람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아 이제부터는 돌려줄 때가 되어 이웃들과 함께 이 기쁨들을 나누고 싶었다고 전한다.

한 덩이를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누는 기쁨!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넓은 정원과 3개의 붉은 벽돌건물이다. 그중 하나가 카페입구에 자리 잡은 베이커리 카페인 ‘a loaf’동이다. 육중한 크기의 건물을 자랑하듯 엄청난 양의 빵이 이곳에서 구워진다. 종류도 다양해 약 80여 가지다. 그 수가 너무 많아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함께 나누고픈 주인장의 마음이 빵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걸 까? 과일타르트만 보더라도 토핑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듬뿍듬뿍 올려져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빵은 ‘밧줄빵’이다. 한 덩이를 채 먹지 않았는데도 벌써 배가 부를 정도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 특별함이 숨겨져 있다. 함께 나누는 공간이기 되길 바라는 주인장의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은 이루어져 플라워 샵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 플라 워 샵 이름은 ‘어니스트 플라워’로 화훼농가로부터 직접 꽃을 택배로 받아 경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지난 5월, 생산농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곳에서 화사한 꽃을 선보였다. 물론 공간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a loaf’동 앞에는 넓직한 광장이 펼쳐져 있다. 지금은 많은 수의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를 치우면 바로 장터가 된다. 지난 6월에는 용인 청년농부들 과 함께 ‘빵긋 마켓’을 열었다. ‘a loaf’동 뒤편으로 자리 잡은 ‘slice’동은 나눔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은 기쁨을 나누는 축하파티, 클래스가 열리는 장소 다. 지난 6월에는 청년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특별한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나머지 한곳은 ‘piece’동이다. 자작나무 숲 속에 위치한 작은 원두막이 연상되는 좀 특별한 장소다. 사람들과 어울려 왁자지껄한 만남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법. 이곳에서는 나만의 고요하고도 평화로운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디 한번 숲속의 오솔길을 걸어볼까?
숲길을 걸었을 때 기분이 가장 좋을 때는 단연코 비가 갠 뒤일 것이다. 싱그런 풀냄새와 빗물에 나뭇잎이 튀는 소리, 갖가지 곤충들의 울음소리는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심포니 같다. 이곳 역시 때마침 반갑게 찾아온 비가 ‘더 로프 슬라이스 피스’의 여름날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이곳의 정원은 ‘자연’스러운 멋이 자랑이다. 정형화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다. 주인장은 자연 그대로의 멋이 좋아 벼과인 그래스를 주식재로 선택했다. 흔히 들녘이나 산길에서 볼 수 있는 강아지풀, 억새, 길갱이로 알려진 수크령 등 모두 그래스 종류다. 다양한 종류의 그래스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과 색채로 자연스럽고 따뜻한 멋을 연출해 준다.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 때 수풀틈 속에서 가장 반갑게 느껴지는 존재가 야생화이듯이 이 정원 역시 수풀들 사이사이에서 살며 시 얼굴을 내민 존재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구절초, 톱풀꽃, 궁궁이꽃, 버들마편초, 배초향, 꿩의비름, 꽃범의꼬리, 까치수염 꽃, 노루오줌 등이다. 비록 화려한 형형색색의 꽃밭은 없을지라 도 숲속에 있는 한 폭의 오솔길을 옮겨 놓은 듯하다.

싱그럽게, 더 부드럽게, 활기차게
야외에는 시원한 바람과 비 등 자연과 함께 하는 정원이 있다면 붉은 벽돌건물 내부에는 딱딱한 콘크리트 공간을 4계절 내내 싱그럽고 부드럽게 해주는 공기정화식물들이 있다. ‘a loaf’동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멋진 소품들과 함께 식물들이 초록을 자랑하며 아늑하게 반긴다.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긴장을 풀고 오른쪽 옆에 있는 작은 유리문을 나서면 높은 천장과 넓은 카페 중심으로 키가 큰 식물과 함께 연출된 수경공간이 한눈에 보인다. 확 트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계단을 따라 2 층으로 올라가면 테이블과 의자 사이사이로 초록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2층 위에서 바라보는 1층 풍경도 재미가 있다. 초록 식물들 사이로 바삐 움직이는 제빵사들, 분주히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 광경은 활기차면서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 같다.

한편 맛있는 빵과 커피를 배불리 먹다 보면 느닷없이 찾아오는 내 몸의 신호가 있다. 꼭 들려야 하는 곳. 화장실이다.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눈동자의 동공과 콧구멍이 커진다. 세면대 위 앙증맞은 정원에 심긴 향기로운 로즈마리와 넉줄고사리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반겨주기 때문이다. 아무런 기대 없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너무나 큰 대접을 받고 나온 듯하다.

빵 굽는 주인장이 선보이는 센스
비록 빵 굽는 장인으로서 20여 년 동안 밀가루 반죽이 손에서 떠나는 일이 없지만, 주인장은 초록식물에 대한 애정이 많다. 초록식물들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 나무가 많 고 꽃과 식물이 있는 곳에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곳곳에는 이 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slice’동 옆으로 작은 컨테이너 정원이 그렇다. 이는 주인장이 직접 고안한 작품으로 전선목 위에 주물로 컨테이너를 제작한 후 원예 전문가와 함께 세이지와 로즈마리를 심어 허브정원을 만들었다. 유명한 허브정원이 부럽지 않다. 이 정원은 계절별로 주제에 따라 모습이 바뀌는데 이 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장식한다. 작년 겨울에는 할로윈 데이를 맞이해 짚단과 호박을 가 지고 공간을 꾸며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올 가을에는 어떤 소재를 가지고 꾸밀지 고민 중이라고.

카페 곳곳에는 초록 식물들의 멋을 살려주는 소품 역시 눈에 띄는데 주인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소품을 구한 것이다. 고전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소품을 감상하는 것도 카페방문의 또 다른 묘미다.

재미가 있는 문화공간
‘어 로프 슬라이스 피스’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 유모차에서 새근새근 잠든 아기, 모두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이곳에 온 아이들이다. 그리고 옆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이곳에는 가족 단위로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근처에 에버랜드가 있는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여기오면 뭔가가 재미있고 신날 것 같은 기분이다.

주인장은 말한다. “요즘은 함께, 같이 해야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이전 고객들은 단순히 맛있는 빵과 커피만 찾았다면 이제는 이왕이면 쉼을 얻을 수 있고 즐거움이 있는 곳을 찾는 듯해요.” 이에 더 로프 슬라이스 피스의 정원은 큰 역할을 해냈다. 오픈한 지 1년여 만에 꽃을 키우는 사람, 플라워 디자이너, 농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곳을 찾은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재능과 재주를 선보이고 나누고 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청년 농부장터는 농가와의 문화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 중이다. 청년과 여성, 이웃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리마켓과 지역축제를 여는 것이 더 로프 슬라이스 피스가 꿈꾸는 가장 큰 꿈이다. 주인장이 “정원이 있으니까 사람들도 더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할 정도로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핵심은 바로 정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있는 그대로의 멋을 담은 정원에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포용해 ‘더 로프 슬라이스 피스’만이 보여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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