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관리방법은 정원을 만들 때 이미 결정된다
정원 관리방법은 정원을 만들 때 이미 결정된다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19.09.02 21:23
  • 호수 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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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더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는 방법

[월간가드닝 77호=2019년 09월]

땅은 식물이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터전
한때 전원주택과 나만의 정원에 대한 붐이 일어 많은 이들이 식물을 심고 가꾸고 즐기는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러한 동기에 뒷받침이 될 만한 결과물이 현재까지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식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부족한 부분을 이용하여 심어졌기 때문에 관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정원’이라는 문화가 자리를 잡기 전에는 ‘가든’이라 하면 전원 속의 공간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을 떠올렸는데 과연 어디서부터 가든을 설명해야 할지 필자도 가끔 혼동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작, 즉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어떠한 의미를 담을 것인가에 대해 설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고 올바른 식물의 선정이라고 판단하고 싶다.

식물과 늘 함께하고 있는 필자도 식물이 살아가는 토양과 땅을 눈여겨보다 보니 어느 틈엔가 반쯤은 풍수지리가 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식물 관리를 잘하는 방법이다. 땅은 식물이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터전으로 토양이 곧 식물생장의 5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부지선 정을 어디에, 어떻게 선정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물이 가까이 있어야 하고, 많은 강우량에도 배수가 잘돼야 하며, 주기적으로 유기물의 공급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첨가한다면 미기후의 영향으로 바람이 잘 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여 식물이 다양하다고 하지만 달리 말하면 정말로 식물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계절별로 건기와 우기가 구별되다 보니 실제 유럽처럼 주기적인 강우가 없어 관수작업을 해야 하는 시즌이 1년에 5개월 정도를 차지한다. 관수시설이 굳이 필요 없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정원조성 시에 반드시 관수시설이 동반되어야 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시설이 되었다.

필자가 처음 정원을 관리하던 20여 년 전만 해도 관수시설을 갖춘 정원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관수시설이 이처럼 필수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기후화 되어 간다는 것을 뜻한다. 건기에는 관수시설이 확보되면 문제가 없지만 우기에는 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부족한 물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토양 내에 과습한 수분을 빼는 것은 새로 심는 것보다 어렵다. 다시 말해 잘못된 토양의 선정은 전체적인 식물의 성상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련의 예로 도시에 위치한 공원에 심기는 식물을 살펴보면 은행나무, 벚나무, 잣나무, 철쭉, 회양목 등 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수종들이 심기어 있는데, 이것은 부지 선택과 같은 맥락을 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공원은 집중적인 관리가 어렵고 식물의 잦은 교체가 불가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건조에도 강하고 관리성이 높은 식물을 심을 수밖에 없는데 앞서 언급한 식물들이 바로 그런 식물들이다.

그러나 정원은 우리가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감상하기 좋은 식물을 심다 보니 공원과는 다른 식물을 선택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식물만의 변화가 아니라 토양의 변화도 간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식물에 따라서 토양의 구성조건은 천차만별이어서 사실 그 식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면 토양 조성조차도 쉽지 않다. 이 식물은 이런 토양이 좋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될 수 있는데 정원이 조성된 환경(토성, 미기 후, 강우량, 해발고도, 주변식생 등)에 따라 그 차이는 현격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배수성이 좋은 토양이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고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것은 이런 과습한 토양을 빨리 말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내용을 조합하면 평지보다는 구 릉지나 기준고가 높은 땅에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고, 이것은 산으로부터 유기물의 유입이 용이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고 평지에 좋은 땅이 없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으로 우리나라의 기후적인 특성,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토양, 집중호우, 장기간의 건조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한다면 평지보다는 구릉지가 관리적인 면에서 현명하 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평지에 정원을 조성한다면 평지의 지반 하부에는 유공관이나 배수가 잘되는 자갈층을 확보하여 장기적으로 투수층 확보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원을 조성하는 일부 사람들은 토양개량에 대한 얘기를 하곤 하는데 물론 토양개량이 이뤄진다면 정말 좋은 정원에 다양한 식물을 심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표토 정도의 토양개량으로는 상기에 언급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잡초는 현지 토양에 잘 적응된 식물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식물의 선정과 식재이다. 식물의 푸르름과 꽃을 보고 싶은 마음에 교목, 관목, 초본류를 정원에 쏟아 넣는데 이것은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고 정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정원을 조성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디자이너에게 의뢰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 식물을 선정하는데, 중요한 것은 지금 새롭게 정원을 조성하는 곳의 토양에 식물을 심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많은 경험을 가진 가든디자이너 조차도 새로운 땅에 100% 성공적인 정원을 조성할 수는 없다. 필자는 정원에 첫발을 딛는 순간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보 는 것이 잡초이다. 잡초는 누가 키우고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들로 현지 토양에 잘 적응된 식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망초, 냉이류, 명아 주, 강아지풀 및 금불초와 같은 잡초가 잘 자라는 토양은 아무래도 건조하고 배수가 잘되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와 유사한 습성의 식물을 심으 면 될 것이고 질경이, 토끼풀, 방동사니, 쇠뜨기 등과 같은 잡초가 잘 자라고 있다면 호습성의 정원식물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물론 이런 식물들과 본인이 심고자 하는 정원식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잡초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정원식물도 자라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필자가 가장 중요한 지표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쑥과 민들레이다. 쑥과 민들레가 자라는 지역과 토양은 다른 식물들과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식물들로 배수가 불량한 지역에서는 잘 서식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의 수분 수급이 용이한 곳에 서식하므로 정원을 조성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조건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데에는 교목, 관목, 초본의 순서로 심는다는 것 은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이지만 식물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식재되는 시기(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식재순서는 언제라도 달라질 수 있다. 계획적으로 정원을 설계하여 심는다면 2월 말 또는 3월 초에 교목류를 식재하고, 3월 말과 4월 초에 관목류를 식재하고, 4월 중순에 초본류를 식재한다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식재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식재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워서 거꾸로 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교목류는 휴면기에 심거나 휴면기로 들어가는 시기에 심는 것이 좋은데, 이것은 지상부의 잎과 줄기의 건조를 피하기 위함이다. 필자가 교목류를 심어서 식물의 손상이 가장 적었던 것은 1월이었는데 심는 방법을 일일이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눈이 덮인 한겨울에도 교목류를 비롯한 모든 식물의 식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장 원활한 상황에서 식물의 손실을 줄 일 수 있게 식재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꾸고자 하는 정원이 처음 만들 때부터 좋은 경관을 보이기를 바라지만 사실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은데, 교목의 경우 근원직경이 12cm 이상인 경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지상부의 전지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상부의 전지는 지하부의 굴취에 기인하는 작업으로 지하부의 단근작업이 적다면 최소화하여도 무방하다.

미래 이 식물과 정원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
교목, 관목, 초본류의 순으로 식물의 선정과 식재작업이 끝나면 다음으로는 정원을 조금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작업으로 수경공간의 조성과 넓은 잔디밭, 그리고 정원시설물 등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연못이나 폰드를 만들면 잡초를 뽑을 일이 없어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이야기는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얘기다. 연못은 주기적으로 물이 순환하지 않으면 부영양화로 인해 녹조류와 같은 조류의 생장이 왕성하여 경관성이 떨어지고 물에서 자라는 줄, 말, 부들, 갈대 등의 수생식물 침입은 육상의 잡초보다 더 제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부유성 식물도 육상의 잡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설픈 수경공간의 조성은 관리성이 매우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경공간은 물의 순환이 가장 중요하고 너무 많은 물의 순환은 오히려 수온을 떨어뜨려 연과 수련과 같은 수생식물의 생장을 저해할 수도 있으며, 강 제적 필터링을 통한 연못도 지속적인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질관리에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지 선정에 수자원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는 내용과 연관된 부분이기도 하다.

덩굴성 식물을 유인하기 위한 아치는 그 모양의 중요성을 따지지는 않는다. 다만 기능적으로 이 설치물이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는가가 포인트다. 외국 정원의 경우 몇백 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식물과 시설물에 대한 영속성이 높았다는 것이고, 그것은 만드는데 주안점을 주었다기보다는 미래에도 이 식물과 이 정원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 을 두지 않았나 생각되는 부분이다.

누군가의 좋은 정원을 벤치마킹하여 만드는 것은 쉬울 수 있으나 원작의 내 면에 있는 장소성, 적합성, 창조성 등에 대한 부분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적어도 나만의 정원을 만드는 일이라면 조금 더 생각하여 미래에도 내 정원을 이해하는 이가 나타날 때 ‘아! 이런 정원도 있었구나’ 하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까지 정원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이러한 과정을 말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까지 설계라는 과정을 통하여 가든디자이너의 생각을 정원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해 숙지했다면, 지금 부터는 본인의 생각을 디자이너에게 전달하여 나만의 정원에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전개가 필요하다. 정원에 많은 식물이 있고 그 식물 속에 아름다움 과 화려함이 있지만, 유지관리를 고려한다면 식물과 부지의 선정은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혹자는 이러한 부분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고려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정원만들기가 너무 어렵거나 만들지 말라는 의도가 보인다는 말을 할 수도 있다. 정원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심거리와 볼거리를 모아서 전시한 것이므로 굳이 다른 사람의 이목을 염두하여 만들 필요는 없다.

정원 경관은 식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정원은 만드는 사람의 몫이 10%이고, 관리하는 사람의 몫이 90%라고 한다. 이것은 만들 당시의 개념을 관리하는 사람이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지속적인 식물식재와 관리를 해야 정원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향후에 도 약간의 변화는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만약 정원이 유행을 좇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정원이 같은 식물과 같은 시설물과 같은 경관을 연출할 것이다. 다행히도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 모두 같지는 않아서 많은 정원들이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정원은 식물을 담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담는다고 필자가 말했듯이 식물이 자라는 경관을 인간이 유도하는 정도이지 식물의 생육을 좌지 우지하지는 못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식물의 생육을 바라보는 관람자 입장에서 보는 것이고, 정원의 경관은 식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은 이런 식물의 생육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이것은 계획단계부터 설정이 되지 않는다면 훗날 아름다운 정원을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원문화의 발전에서 아쉬운 점은 당연시되는 일보다는 연구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러한 점은 식물원과 수목원의 의미 변화에서 읽을 수가 있는데 과거의 식물원이 희귀한 식물을 전시하는 장소에서, 많이 수집하고 그 식물을 전시하는 곳, 수집된 식물을 교육을 통하여 유지관리에 적용하는 곳, 식물유전자원의 연구를 통해 신품종을 육성하고 귀한 식물을 보전하는 곳,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에 대해 연구하는 곳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정원과 관련된 학문의 진화는 식물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변화에 맞춰 식물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식물의 입장에서 정원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은 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식물과 정원을 책으로 공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 중 하나이며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하지 않는다면 정원을 만드는 것도 단순한 볼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식물의 관리는 식물 과 정원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맞춰주는 것이 최선의 관리방법이라는 것이다

Key Point

- 물의 수급이 용이하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 정원조성에 적합함

- 식재되는 정원식물의 종류에 따라 토양의 개량 및 변화가 필요함

- 가장 좋은 식물을 선정하는 방법은 현 부지에 잘 자라는 식물의 계통을 심는 것임

- 쑥과 민들레가 자라는 토양은 정원을 조성하기에 적합한 토양인 경우가 많음

- 식물의 식재는 교목, 관목, 초본류의 순으로 식재하는 것이 바람직함

- 정원의 시설물은 영속성과 지속성이 중요함

- 정원에는 관리자의 생각이 반드시 첨가되어야 하며 관리성도 확보되어야 함

- 정원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은 식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함

글·사진: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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