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야자나무/소철
[나무이야기] 야자나무/소철
  • 김동진 집필위원
  • 승인 2019.09.06 21:23
  • 호수 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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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내일을 만들어가는 식물들
뷰티아야자
뷰티아야자
소철
소철

[월간가드닝 77호=2019년 09월] 푹푹 찌는 폭염이 찾아오고 사람들은 무더위와 강한 햇살에 수십 번 얼굴을 찌푸린다. 하지만 어릴 적 과거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무더위는 고통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뀌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말타기와 고무줄, 또는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낡은 말을 타며 무더운 여름에도 우리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였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 그 시절을 잊고 살고 있지만, 그 시간은 하나의 역사로 남아 있다. 식물도 이런 역사를 간직하며 무더운 여름에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오늘’이라는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한여름 오아시스와 같은 야자나무
여름철 휴가시즌이 되면 많은 관광객이 제주도를 방문한다. 바다를 건너 배를 타고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비행기를 이용하여 방문하는데, 제주공항에 도착해 Gate를 나오는 순간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아주 큰 돌하루방과 이국적인 모습의 야자나무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야자나무는 종려, 워싱턴야자, 피닉스야자, 코코스야자, 카나리아야자 등 전 세계 약 2,500종이 있으며 이러한 품종들을 총칭하여 야자나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음료나 화장품을 보면 팜(Palm)이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로 모든 야자나무를 영문으로 Palm tree라고 하며, 이는 라틴어 Palma에서 유래된 것으로 야자나무의 잎이 손바닥 모양과 비슷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독특하고 이국적인 잎모양과 열매, 그리고 하늘 높이 자라는 특징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자나무는 한눈에 알아보곤 한다.

‘사막의 꽃’이라고 불리는 오아시스를 상상하면 그 주변에는 항상 야자나무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야자나무는 정말 나무일까? 대나무를 설명하면서 서술하였지만 나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목질화(lignification, 木質化)와 나이테가 존재해야 나무라고 표현한다. 겉모습만 본다면 대나무와 같이 키가 크고 표면이 단단하여 나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야자나무는 나이테가 존재하지 않고 목본식물과 다른 세포구성을 가지고 있어 나무가 아닌 크고 오랫동안 자라는 초본식물이라 설명할 수 있다.

실생활 곳곳에서 활용되는 팔방미인
시대와 과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없었던 미세먼지 같은 환경적인 부분과 새집증후군이라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실내식물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실내식물 가운데는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난 홍콩야자와 테이블야자가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특히 야자나무 껍질을 태워서 만든 야자나무 활성탄은 집 안에 있는 유해물질을 흡착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야자나무에서 생산되는 코코넛오일(야자유)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화장품의 원료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실제로 1700년대 영국에서 코코넛오일을 핸드크림으로 사용한 것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건조한 계절에 필요한 보습 제품을 생산할 경우 코코넛오일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코코넛오일은 피부의 PH 밸런스 개선에 도움을 주며, 노화방지와 보습력이 뛰어나다. 또 피부를 보호해주는 성분을 가지고 있어 여성 화장품만이 아닌 남자들의 면도크림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편 코코넛오일은 식용으로도 활용하여 과자로도 만들어지는데, 그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빠다코코낫’이다. 코코넛오일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면 이 과자의 맛을 떠올려보자. 이밖에도 다이어트 워터로 잘 알려진 ‘비타코코’ 등의 음료와 마가린, 그리고 초콜릿과 같은 제품에도 코코넛오일이 함유되어 있으며 코코넛오일을 추가 가공하면 세제나 비누, 그리고 폭약까지도 만들 수 있는 팔방미인이 된다.

제주도 수많은 오름에서도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오름에서 친환경적인 야자매트를 사용하고 있다. 야자매트는 말 그대로 야자나무의 열매에서 추출된 섬유조직을 사용하여 만든 것으로 가볍고 탄력성이 있으며, 특히 빗물과 염분에 잘 썩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코코넛의 섬유는 크게 백색 섬유(White Fiber)와 갈색섬유(Brown Fiber)로 나눠지는데, 백색섬유는 덜 익은 코코넛열매에서 추출한 섬유로 염분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그물을 만들 때 사용하며, 갈색섬유는 내구성이 뛰어나 오름매트로 사용되고 있다.

승리를 뜻하는 종려나무의 유래
제주국제공항과 중문관광단지에 가로수로 식재된 가장 대표적인 야자나무는 바로 워싱턴 야자와 종려나무일 것이다. 이 두 나무는 잎의 모양이 비슷하여 처음에는 구분하기 힘들지만, 종려나무는 ‘종피털’이 있어 마치 털옷을 입은 것과 같고, 워싱턴야자는 털이 없는 ‘누드나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또한 약 7M 높이로 자라는 종려나무에 비해 워싱턴야자는 27M까지 자라기 때문에 키가 큰 야자나무를 본다면 그건 아마도 워싱턴야자일 확률이 크다.

워싱턴야자에 ‘워싱턴’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많이 식재되어진 나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미국의 1대 대통령인 ‘조지워싱턴’의 이름에서 유래된 나무가 바로 워싱턴야자나무이다. 그렇다면 종려는 어떨까? 어쩌면 워싱턴야자보다 더 가까이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굉장히 낯선 종려. 수목원에서 어린이나 학생들에게 해설하는 경우, 필자는 종려나무를 보며 ‘나이키나무’라고 설명하곤 한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승리의 여신 ‘니케(Nike)’가 나온다. 이 여신은 한 손에는 방패, 다른 한 손에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 나뭇가지가 바로 종려나무이다. 우리가 많이 신고 입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바로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유래되었다고 하기에 식물을 이해하기 쉽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필자는 종려를 보며 ‘나이키나무’라고 표현한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종려나무는 모진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사람과 같이 두꺼운 털옷(종피털)을 입고 있다. 이 종피털을 만져보면 보들보들하며, 섬유질로 이루어져 굉장히 질겨서 과거에는 종피털을 뭉쳐서 수세미로 사용하였으며, 대나무를 연결하여 빗자루로 사용하거나, 새끼를 꼬아 방석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철
제주도에서는 야자나무와 비슷하게 생겨서 관광객의 이목을 끄는 식물이 있는데 그 식물이 바로 소철이다. 사람들이 이 나무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아마도 어릴 적 한 번쯤 영화로 보거나 상상해왔던 중생대 즉 공룡시대의 대표적인 화석식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석식물이란, 지질시대인 고생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변화가 없이 살아온 식물로써, 대표적으로 은행나무, 메타세콰이어, 고사리, 그리고 소철 등이 있다.

소철의 학명은 Cycas revoluta Thunb.이며, 학명에서 cycas는 그리스에서 소철의 이름인 kykas(싸이카스)에서 유래되었고 revoluta는 잎이 뒤로 말린다는 뜻으로 소철의 잎의 형태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과 역사를 간직한 소철은 독특한 모습만큼 특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피로가 쌓이고 에너지가 부족하면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먹듯이 식물 또한 양분이 부족하면 그에 알맞은 비료를 공급하여 수세를 회복시킨다. 소철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세가 불량할 때 철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소철 주변에 녹스는 못이나 철을 꽂아서 부족한 양분을 공급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소철은 수그루와 암그루가 존재하며, 수그루는 여름철 마치 옥수수와 같은 길쭉한 수꽃(수구화수)이 개화하며, 암그루는 계란과 같은 동그란 암꽃(암구화수)이 개화하고 그 속에 많은 소철의 종자를 품고 있다. 소철 열매는 약용식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독성을 가지고 있어 사용할 때 주의를 해야 한다. 실제로 1920년대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사탕수수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이 설탕값의 폭락으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자 소철의 열매를 먹으며 근근이 살아갔는데, 이때 가공과정 없이 소철을 식용하여 그 독성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고 이때의 참상을 현재는 ‘소철지옥’이라고 부른다.

글: 김동진 제주 상효수목원 식물자원팀장/사진: 배주영 제주 상효수목원 식물자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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