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게으른 정원사'라고 소개하는 작가
스스로를 '게으른 정원사'라고 소개하는 작가
  • 장현숙 기자
  • 승인 2019.10.02 21:23
  • 호수 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스트셀러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의 저자 임지수 작가
전라북도 장수 산골에서 정원을 가꾸며 자유와 행복을 느껴

[월간가드닝 78호=2019년 10월] 잔 더위를 씻어 낸 여름 끝자락의 정원에 축복처럼 바람이 불어오고 하루하루 계절이 깊어간다. 본질을 방해하는 것들이 자연히 떨어져 나가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언가를 발견하는 시간, 높고 푸른 전라북도 장수 산자락을 찾았다. 거기, 자연에서 소박하고 진솔한 삶을 살았던 타샤튜더와 너무나 닮아 있는 한 사람,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 베스트셀러의 작가 임지수 씨,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번은 반드시 화려하게 꽃피울 때가 있다
그녀의 젊은 시절이 그랬다. 서울을 떠나기 전까지 ‘광화문’ 서울 한복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마흔 중반에 끝냈다. 화려하게 꽃피운 젊은 시절들이었다. 그러나 마흔이 넘으면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직원 수십 명을 책임져야 하는 회사의 경영자로서 어깨의 짐이 너무 무겁고 숨이 막힐 지경에, 만성피로와 뚜렷한 실체도 없는 무언가에 지치고 우울증이 찾아 왔다. 그때마다 병원 대신 북한산을 수도없이 오르내리며 변함없이 항상 너른 품으로 지친 자신을 받아주는 자연의 품에서 그녀는 몸도 마음도 가볍고 평화로움을 느끼며 안정을 되찾았다.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며 살던 삶에 점점 지쳐갈 2005년 겨울, 그녀는 광주로 출장을 가던 기차 안에서 차창 밖을 내다보다가 산자락에 자리 잡은 소박한 집들을 보며 ‘산속 오두막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더 가진 것이 아니라 소박한 삶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본인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비로 소 깨달았고, 더이상 자신의 행복과 꿈을 뒤로 미루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행복을 찾아 소박하게 다시 피기 시작했다.

은퇴를 앞당겨 광화문을 탈출하기로 결심하고 불혹을 넘겨 피기 시작한 그녀의 정원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산 골에서의 삶을 결정한 순간, 저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나에게 보내는 제안서’를 썼어요. 왜 도시를 떠나고 싶은지, 하필이면 왜 산속에서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 게 되물었죠. 산속에서 사는 삶을 결정지은 뒤에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혼자 지내야 하는데 두려 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경제적으로 어떻게 자립해 살아갈지…. 수없이 고민하고 계획을 세웠어요.” 천성이 즉흥적인 성격이었지만 이때만큼은 철저하게 산골에서의 홀로서기를 준비했다.

가족을 설득하고, 그녀를 품어 줄 땅을 구하기 위해 등산화 한 켤레가 다 닳도록 주말마다 야산을 헤매고 다녔다. 고르고 골라 해발 500m 정도 되는 장수의 산골에 자리를 잡았고, 그곳에서 소박하게 정원을 가꾸어 나갔다. 황무지에 꽃과 나무를 심어 일구는 일은 엄청난 노동과 긴 인내의 시간을 요구했지만 마침내 바라던 자유를 얻었다. 산길과 어울려 식재된 꽃과 나무, 연못은 그녀의 정원을 돋보이게 하였으며 자연 속 집과 파고라는 도시에선 느낄 수 없었 던 여유를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가 되었다. 집 앞 탁 트인 테라스에서 눈 앞에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여유로움 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그녀에게 행복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담아둔 맑은 기운으로 하루의 일상 이 행복했다. 산속에서 하고 싶었던 일들이 지천에 있고, 매일같이 모든 감각을 열어 자연과 교감한다. 가급적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예초기를 둘러매고 거침없이 농장을 누비고, 사다리 위에서 사과나무를 전지하고, 생태 화장실을 만들어 온전히 흙으로 되돌아가는 순환의 삶을 산다. 닭장을 만들고, 산양을 들여 키우고, 헌 농가를 사서 직접 현대식 전통 농 가로 개조하는 등 숨가쁜 시골생활의 장면들이 그녀가 쓴 책 ‘임지수의 정원생활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에 고스란히 실려있다. 그렇게 그녀의 인생은 다시 한 번 화려하게 꽃을 피워냈다.

 

<임지수 지음/터치아트 펴냄/268쪽/1만1900원>

 

게으른 정원사
그녀는 자신을 ‘게으른 정원사’라고 소개했다. 정원을 가꿀 때 사람의 손길은 최소한으로 하고, 자연에 맡겨 가장 ‘자연’스럽게 정원을 가꾸려고 한다.

“제가 이 세상을 떠난 뒤, 이 곳을 관리하지 않고 몇 년 내버려 두면 다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는 정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정원은 특정한 형식에 얽매여있지 않고 자유로웠다. 나무에 거름을 주지 않았고, 약을 뿌리지 않았으며, 틀에 맞춰 꽃을 심지 않았다. 정원 안에서 그녀는 게으르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관리할 뿐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정원에서 자라는 풀도 일부러 뽑지 않고 키웠다. 꽃의 화사함만큼이나 풀의 강인한 생명력을 좋아해 풀이 자라 번져나가는 것을 즐기기도 했고, 처음 몇 년은 유기질 없는 생땅을 기름지게 살리기 위해 풀을 키워 적기에 잘라 주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믿었기에 풀을 뽑지 않았다.

“나중에는 산속에 풀이 하도 무성해지다 보니, 동네 할머니들이 단체로 항의하러 올라온 적이 있었어요. 풀을 베지 않는 탓에 풀씨가 날려서 아랫동네 밭을 다 망친다는 것이 이유였죠. 중간에 소나무 숲이 있어 아랫마을 밭에 풀씨가 날아들 일이 없는데도 그때는 그 말을 곧이듣고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어요.” 하지만 지금도 그녀의 정원에는 풀이 무성하다. 풀은 나무와 더불어 이 농장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그녀는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장의 이름도 ‘farm 나무와 풀’이다. 그녀의 정원은 자연과 닮은 평온한 정원이 되어있다.

서울에서 정원을 둘러보던 중 풀 속 사이에 수수하게 피어있는 장미가 눈에 띄었다. 임지수 씨는 그 장미를 보며 순수한 시골 소녀와 같다고 애정을 담아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화려하게만 보였던 다른 장미들과는 달리, 정원에서 장미는 수수하게 피어있었다. 임지수 씨는 그 순수한 시골 소녀같은 장미와 닮아있었다. 장미처럼 꾸밈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빛이 났다.

자연끼리는 서로 합의를 본 것일까? 어디에 나무가 있어야 하고, 꽃이 피어야 하고 풀이 있어야 하는지…. 꽃 한 송이 피는 것, 해가 짧아지고 살갖에 부는 바람에 결이 달라지는 것, 자연의 오묘한 이치가 그저 숙명처럼 삶이 되는 것, 오롯이 자연 안에 담겨있을 때라는 걸 여전히 시골살이를 통해 알아가는 중이다.

모든 식물은 겸손하게 피어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홀로 있어도 좋았다. 이곳에서 그녀는 치열하게 자연과 더불어 살았고 행복했다. 바삐 사느라 잊고 있었거나 아직 알지 못 했던 자신의 마음을 끄집어내고 보듬어 내는 시간이었다. 15년 동안 이곳에 흐른 시간을 그녀는 지극히 사랑했다. 직접 와서 보니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알겠다. 힘들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그냥 여행을 하라고, 떠나보라고, 다시 사랑하고 가슴에 열정을 느껴보라고…. 그래서일까? 그녀는 가을이 성큼 깊어지는 10월, 좀 더 정원을 알고 싶고 체계적으로 조성해보고파서 오랫동안 미련처럼 마음에 담아두었던 숙제를 하러 먼 길을 떠나려 한다.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다보니 산촌의 고갯마루 너머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무심히 산과 나무의 그림자가 내려와 자리를 잡으며 한폭의 산 수화가 펼쳐진다. 고향이 가까워 그리운 냄새가 더 생각나는 이곳, 하룻밤 신세지며 밤이 새도록 시골살이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잠이들고 조용히 찾아온 산 속의 밤과 새벽 안개의 운치를 만끽하면 어떨까? 이 맑은 기운은 내 안의 도시 잿빛도 깨끗하게 닦아낼 것만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