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 따라 기호의 식물도 따라 바뀐다
인간의 삶에 따라 기호의 식물도 따라 바뀐다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19.10.21 17:15
  • 호수 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에 따라 변해온 정원

[월간가드닝 78호=2019년 10월] 사람들은 일과를 시작하기 전후에 잠시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이때 녹색 공간이나 심적으로 위안이 될 만한 무엇인 가를 찾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정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있을 정원은 매우 다른 면모를 보이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수렵 생활이 이루어지던 시절에는 현대생활에 비해 인간의 활동반경이 매우 넓어 한곳의 작은 정원보다 넓고 광활한 녹지대가 정원으로 여겨졌을 것이고, 이러한 것은 많은 식물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숲이라는 공간으로 생각됐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인간의 삶이 바뀌면서 정원의 역사도 함께 바뀌게 되었는데, 초창기에는 수렵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갈망 이 그 기능이었다면 점차 식생활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보지 못한 식물을 한 군데에 모으는 기능을 한 것이 정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새로운 식물을 점차 늘려나갔으며 전쟁과 교류를 통하여 더 많은 식물과 귀한 식물을 수집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인간의 문화를 바꾸어나가는 도구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지표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현대의 정원은 삶을 살아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충족해줄 수 있는 형태로 점차 재편되고 있다.

식물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바꾸어가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였으며 이런 결과로 세상을 바꾼 식물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정원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정원은 단순히 시대를 대표하는 선을 넘어서 인간의 삶에 밀접한 영향력과 의미를 담게 되었고 그 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정원의 형태적 변화 요인
그렇다면 정원의 중요한 요소와 식물들이 현대의 산물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알아볼까. 물론 정원의 형태적 변화와 요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의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동서양의 조경사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현대의 정원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한 필자의 주관적인 시선이다.

고대의 정원은 대체적으로 왕권과 신권의 대립시기로 하늘에 대한 갈망이 매우 높았다. 이 때문에 통제하고자 하는 사람이 높은 곳을 선호하면서 정원 내에서 중심이 되는 건물을 선두로 넓은 면적에 식물을 심어 왕권과 신권에 다가가는 과정을 표현하였고, 자연적인 패턴을 넘어 직선적이고 웅장한 느낌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정원의 형태는 현재 남아있는 왕궁, 신전, 대통령궁 등과 같이 우월한 지위에 있거나 그렇게 보여야 하는 곳을 표현하기에 매우 잘 적용되어 있다.

최근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옥상정원(Roof Garden)과 벽면 녹화(Wall Garden) 등도 이미 메소포타미아지역의 공중정원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실 식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에도 식물을 잘 키우기에는 광, 온도, 수분, 환경 등 다양한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옥상정원이나 벽면녹화 등이 잘 유지되는데 이런 부분은 식물에 대한 견해를 달리하는 요소로 인지되고 있다.

정원을 유지하기에 적은 토양층, 기후적인 한계성, 물관리의 효율성, 성장에 따른 관리성 등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과연 해결했을까 생각하면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과거의 식물은 현재와 비교하여 생산력이 떨어지고 매우 중요하여 반드시 살려서 키워야 하는 존재였다면, 현재의 식물은 죽으면 교체를 하는 하나의 요소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진 점을 찾는다면 바로 식물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아닐까 생각되고 이런 부분이 우리가 ‘가드닝’이라는 것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하다.

정원의 영역은 넓어지기 시작해서 일반적인 가정까지 도입이 되었고 중정 (Central Garden), 후정(Backyard Garden), 측정(Side Garden) 등의 형태로 전파되었다. 여기에 도입되었던 식물들은 초기에는 공공성을 띤 형태의 정원이 많아서 과실수와 녹음수 위주의 식물이 선정되었고, 이후 점차 발달할 여 텃밭 형태의 먹거리 정원(Vegetable Garden)과 관상용의 화훼정원(Floral Garden)이 추가적으로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원에서 많은 식물들이 도입되는데 중요한 역할은 한 것은 사실 인간의 삶에 대 한 집착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영생과 불노장생의 염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인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재를 식물을 통해 얻을 수 있었으나, 지역에 따라 식물의 수급과 교역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양한 약효와 기능을 가진 식물의 전파는 중세에 대륙 간의 이동에 의해 보다 많은 성장을 거듭하였는데, 이것이 최초의 식물원과 수목원의 개념으로 정착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현대사회를 거쳐 다양한 볼거리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재배와 육종을 거쳐 오늘날 다양한 영역을 내포하는 정원이 되었다.

필자가 정원을 처음 접한 90년대 초반엔 ‘정원’이라 하면 흔히 고깃집을 표현하는 것이거나 넓은 잔디밭을 가진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다. 그 시절 처음 본 정원의 이야기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다양한 테마원 기능이 있어 사실 잘 알지는 못했다. 다만 정원은 수집, 전시, 교육, 연구라는 기능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뿐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내외의 식물원들을 잘 들여다보면 식물원과 수목원이 언제 생겼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한 테마원의 이름처럼 그 역할과 기능에 맞춰서 이름이 결정되었는데 이러한 이름이 아닌 다른 테마원의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는 현대적으로 일반인의 시선에 맞추어 변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자생식물원이 아닌 야생화정원, 암석원이 아닌 석정원, 허브원이 아닌 향기원 등 다양한 형태로 조성하여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과거와 달리 어려운 식물보다는 키우기 쉬운 식물로 대체되고 관리비가 적게 드는 식물로 교체되고 식물의 종보전 보다는 화려함과 경관성에 목적을 두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해도 식물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의 정원은 특정한 목적을 두고 만들었다면 이제 정원은 현대사회에서 개인적인 만족감을 표현하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전통적인 정원의 형태를 탈피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럼 현대의 정원은 어떠한 특징을 가져야 하며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알아보자.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영역은 매우 넓어지고 있지만, 자리는 좁아지고 있는데 공간의 제약, 시간의 제약, 기후의 제약, 환경의 제약 등 많은 난관을 피해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 현대정원으로 실제 인간의 삶에서 과거와 비교해 접근방식이 바뀌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도 식물을 바라보는 견해가 달라졌다는 것보다는 개인이 추구하는 식물의 견해가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아마도 현대사회에서 정원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가 생각되는 부분일 것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늘 녹색을 유지해야 하며, 원하는 시기에 항상 꽃이 피어야 하며, 물관리에보다 편리해야 하며, 특정한 토양이 없이도 잘 자라야 하며, 병충해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하며, 언제나 교체나 변화가 잘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전 정원의 장미는 원종의 장미에 비해 꽃이 크고 꽃잎 수가 많아야 했지만, 점차 꽃색이 화려하고 향기가 많이 나는 종류로 변화했을 것이고 백합은 원종에 비해 화려한 색과 그윽한 향기 및 키가 작은 형태로 바뀌었으며, 튤립은 화려한 색을 넘어 개화기간이 길고 향기가 있는 쪽으로 변화되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정원을 뛰어넘어 개인적인 만족감을 나타낼 수 있는 미니정원이 각광을 받는데 대체 적으로 공기정화, 냄새제거, 전자파제거, 인테리어 효과, 습도조절 또는 환경에 대한 부분 등을 충족할 수 있는 식물 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스파티필름, 산세베리아, 파키라, 인도고무나무, 행운목, 홍콩야자, 테이블야자, 보스 턴고사리 등은 실내정원을 꾸미는데 특별한 제약조건을 받지 않는 식물이며 고사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식물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렇게 키우기 쉽다는 식물들도 생각보다 잘 키우는 분들이 많지 않은데 다른 분야의 경우와 비 교하면 죽어도 되는 식물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이러한 과정이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의 붐을 일으켜 너도나도 사서 키우는 상황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알던 정원은 다양한 풀과 나무들이 한곳에 어울려 살아가는 정원이어서 값싸고 구하기 쉬운 철쭉, 쥐똥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주류를 이루던 곳이었다면 이젠 나만의 정원을 꿈꾸는 곳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동안 잘 활용되지 않던 억새류, 고사리류, 이끼류 등 그 식물의 범위가 넓어졌다.

정원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사실 식물의 역할은 정원이 표현하는 방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곧 정원의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혹자는 최근 유통되는 식물들을 보면 예전에 심고 가꾸던 식물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것은 곧 찾지 않는 식물은 재배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유통도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인간의 기호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인 식물들은 무엇이며 예나 지금이나 항상 사랑받는 식물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정원에서 늘 사랑받는 식물은 색을 표현하는 식물로 침엽수나 단풍이 아름다운 종 류를 들 수 있다. 다른 식물에 비해 신품종의 육성이 어렵거나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정원애호가들의 사랑도 쉽게 식지는 않는 편이다.

그럼 이와는 반대로 새로이 조명을 받는 식물들을 들자면 알리움속(Allium), 노루 오줌속(Astilbe), 억새속(Miscanthus), 사초속(Carex), 으아리속(Clematis), 비 비추속(Hosta), 무궁화(Hibiscus), 수국속(Hydrangea) 등이 있는데 육종기술의 발전, 꽃색의 다양화, 개화 기간의 확대, 꽃의 대형화 등 다양한 이유에서 이젠 현대 의 정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식물들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 정원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을 보곤 하는데 그것은 많은 식물을 심고, 화려한 식물들을 심고, 그리고 그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스토리를 담았을 때 좋은 정원이 된다는 말을 할 때가 그렇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에게 말하고 싶은 말은 식물이 정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식물의 관리가 정원을 만드는 것이며, 또한 정원의 스토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Key Point

- 식물은 인간의 삶을 바꾸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함
- 인간의 욕구와 정원의 기술은 정원의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됨
- 가드닝 도구와 기술의 발달은 식물 다변화를 불러오는 시발점이 됨
- 현대사회는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곧 정원의 식물변화로 자리매김함
- 인간사회에서 부족한 환경적인 부분을 충족할 수 있는 개인정원이 발달함
- 식물의 변화는 정원의 패턴 변화이고 정원의 방향 변화는 아님
- 정원은 식물뿐만 아니라 세월도 함께 담음
- 세상은 변해도 식물은 변하지 않으며 일정 기간 후 다시 그 식물을 찾게 됨

글·사진: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