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피리 연주가 김충근, 동화책 ‘풀깨비’ 펴내
풀피리 연주가 김충근, 동화책 ‘풀깨비’ 펴내
  • 김진경 기자
  • 승인 2019.11.14 16:36
  • 호수 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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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풀피리 공연 넘어 동화구연 등 대중화에 혼신 기울여
잊혀진 동심 전세계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다시 돌려 주고파
풀깨비 인형을 들고 있는 김충근 작가

[월간가드닝 79호=2019년 11월] 누군가는 강에서 작은 조약돌을 보고 누군가는 강을 넘어 바다를 본다. 작은 것으로 가장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은 어디에서나 자신만의 세상을 넓히려고 노력한다. 풀잎이라는 가장 흔하고 약한 것으로 가장 큰 꿈을 꾸는 사람, 풀피리 연주가이자 <풀피리 부는 도깨비, 풀깨비>의 저자 김충근씨를 만났다.

<풀피리 부는 도깨비, 풀깨비>

“나는 풀피리 부는 도깨비, 풀깨비! 와 오늘 풀피리 연주를 해봐야겠어. 앗! 연주하는 방법이 생각 안 나잖아.” 그는 유난히 밝은 모습으로 반겨줬다. 즉석에서 <풀피리 부는 도깨비, 풀깨비>(이하 풀깨비)를 연극화한 일인극을 보여줄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항상 웃음을 머금고 대화를 이끄는 그의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걸어 온 길 모두가 평탄하지는 않았겠지만, 오르막길도 웃으면서 올라갈 그가 눈에 그려졌다. 세상 모든 걸 유쾌하게 즐길 것 같은 그가 특히 사랑하는 건 자연과 아이들이다. <풀깨비>란 그런 그의 삶의 결산이다. 자연이 사람에게 다가갈 만한 매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자연의 많은 것 중 그가 선택한 것은 풀피리다.

자신의 저서 '풀깨비'를 들고 있는 김충근 작가
자신의 저서 '풀깨비'를 들고 있는 김충근 작가

<풀깨비>는 풀피리 부는 법을 잊은 풀도깨비가 풀피리 공작이라고 불리는 나무꾼에게 풀피리 부는 법을 배우고 은혜를 갚는 이야기이다. 트렌디한 일러스트와 풀피리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큐알코드가 중간, 중간 있어 아이들이 새로워할만한 그림책이다. 중간에 애교 섞인 반전도 있으니 책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이 그림책은 책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작가 김충근씨가 직접 일인극으로 공연을 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인 그는 아이들과 함께 <풀깨비>의 뮤지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결국 풀피리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그의 행복으로 보였다.

산골서 자란 소년이 풀피리와 맺은 인연

그가 말하는 시작은 아주 작았다. 강원도 산골에서 자랐다는 그는 사방이 모두 풀이었고, 나무였고, 곤충이었고, 벌레 소리였다고 했다. 자연이 놀이이자,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다. 동네 친구들을 따라 풀피리, 버들피리, 보리피리들을 불어보는 것은 빠질 수 없는 놀이다. 그는 그렇게 뛰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잠시 마음에 접어두고 살았다.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는 십 년 전 풀피리와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된다. 경기도 풀피리 무형문화재 오세철 선생님의 공개강좌를 가게 된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저 삐삐 불어대던 추억의 풀피리를 ‘연주’하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한다. 그는 풀피리로 연주한 아리랑을 듣고 “저건 내 평생 악기다”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풀피리를 접했던 그도 처음은 쉽지 않았다. 풀피리 부는 요령을 터득하는 데만 일주일 정도 걸렸다고 한다. 풀피리를 연주할 때는 양손 엄지와 검지로 풀잎을 잡은 뒤 아랫입술을 풀잎으로 덮듯이 하고 윗입술과 풀잎 사이로 공기를 빼듯이 하는 것이 요령이다. 세게 불면 고음이 나고 약하게 불면 저음이 난다. 초보자일수록 아카시아잎, 싸리잎 등 여린 잎으로 해야 소리가 잘 난다고 요령을 전해주었다.

일상 속 정원 식물과 가까워지는 계기

“도라지꽃으로 도라지 타령을 연주한다면 도라지꽃이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떨림으로 자기 노래를 듣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비비추의 꽃말은 하늘이 내린 인연이에요. 다른 이들은 자연을 그저 보기만 하겠지만 풀피리를 연주하면 입술에 대야 하고, 향을 맡아야 해요. 자연과 가장 가깝죠. 저는 그런 점이 자연과 나의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연과 아이들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교사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또 그만큼 자연을 사랑한다. 풀피리를 더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 그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핸드폰과 컴퓨터로 잃어버린 자연을 풀피리로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사단법인한국풀피리 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사단법인 한국풀피리협회에서는 전문연주자, 풀피리체험, <풀깨비>와 같은 풀피리 관련 문학 등을 개발하고 진행하며 풀피리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각국 아이들에게 풀피리를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되찾아줄 희망으로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만큼 그가 꾸는 꿈도 역동적이다. 풀피리는 조선 시대에 편찬된 음악책인 악학궤범에서도 다룰 정도로 귀중한 우리 고유의 악기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풀피리의 세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벅찬 표정으로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호주 국회의사당 앞에서 풀피리로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꿈은 세계 명소에서 풀피리로 버스킹을 하는 것이다. 계획해 놓은 백군데 중 이미 다섯 곳에서 버스킹을 했을 정도로 확고하고 진행 중인 꿈이다. 풀피리의 대중화를 넘어 세계화를 꿈꾸는 것이다.

그는 풀피리의 세계화가 진행되면 꼭 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고 한다. 바로 악기를 지원받기 힘들고 교육 특히 예술 교육을 받기 힘든 나라의 어린이들이 풀피리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풀피리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뭇잎과 간단히 배울 수 있는 연주 방법의 집합이다. 교육을 지원받기 힘든 아이들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잎으로 예술성을 기르고 마음속의 자연을 들여놓고 산다면 참 아름다울 일이 될 거라고 얘기하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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