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되지 않아 신비로운 그곳 - 제주 상효원
개척되지 않아 신비로운 그곳 - 제주 상효원
  • 최문석 기자
  • 승인 2019.11.15 15:55
  • 호수 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우리나라 사립수목원⑨
핑크뮬리가 한창인 10월의 상효원 정경

[월간가드닝 79호=2019년 11월] 때론 한적한 기분에 휩싸이고 싶을 때가 있다. 세상만사 잠시 떨어져 마음이 고요해지는 공간에 푹 빠지고 싶다. 제주 서귀포에 매력 가득한 수목원이 있다. 북쪽엔 한라산을 끼고, 그 능선을 따라 해발 3~400m 산의 중턱인 산록남로 돈네코 자락에 자리 잡은‘상효원’이다. 제주 식물 1200여 종이 켜켜이 쌓여 숨 쉰다. 사계 내내 제주의 한적함을 느끼고 싶은 그곳을 둘러보자.

상효원은 시원스레 뻗은 야자나무, 제주식 돌담길, 원시림을 담은 비밀의 정원, 구상나무 카페테리아, 현무암 경관석 등 제주만의 특유한 정원들이 17개의 코스별로 3만여 평 대지에 아낌없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상효원 입구부터 웅장한 본관에 압도된다. 영화 주라기 공원 피라미드 본관을 닮은 본관이 우람히 서 있다. 잿빛 하늘이 드리웠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아담한 국화들이 맞이한다. 눈 한 절 주다가도 또 다른 식물에 눈을 돌려 본다.

상효원에서 가장 많은 수목은 철쭉이다. 앙증맞은 철쭉들을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철쭉의 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형상들이다. 코를 길게 늘인 코끼리 같기도, 앙증맞은 토끼 같기도 하다. 사람 때가 많이 닿지 않았을까 싶지만, 철쭉 밑에 박힌 돌만 속속 고르고 간단한 전정만 거쳤을 뿐이다. 귀여운 발자국이 찍힌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더 알찬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엄마의 정원 안에 있는 연못에 가을이 오고 있다
엄마의 정원 안에 있는 연못에 가을이 오고 있다

‘수목원’이란 꿈 눈앞의 모든 게 동화 같다. 철쭉 따라 발 내딛다보면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이곳은‘엄마의 정원’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까워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엄마의 정원(Mother's Garden)을 만들었다. 그래서‘엄마의 정원’은 상효원 첫 번째 정원이다. 양피지 꽃이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돌담 따라 늘어섰고, 담 건너편에선 인부들이 잔디밭에 네모난 짚단 쌓기에 한창이다. 더 예쁘게 꾸미기 위해 동글동글한 호박들도 톡톡 놓는다.

그런 잔디밭 끄트머리 언덕빼기에서 어느 한 남자가 밑을 굽어보며 꿈을 꾼다. 꿈이란 건 수시로 바뀌곤 한다. 이달우 회장도 그 맘 때 그랬다. 원래 유락시설과 게스트하우스를 지으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러기엔 눈앞의 초목이 알맞고 완벽했다. 제주 토종 나무들이 수두룩하고 우람하게 서 있는 자태가 아름다웠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곳에 터 잡듯이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것. 고치지 않는 순수한 곳이 여기라는 걸 깨달은 셈이다.

그렇게 그는 1986년, 8만 여 평 일대를 매입하며 상효원 수목원 터로 삼았고 수목원의 첫 출발을 알린 터는‘엄마의 정원’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는 엄마의 정원. 그곳에 효심이 소소히 전해진다.

1 벗꽃, 2튤립, 3작약, 4 매화 등이 피어난 봄의 상효원 정경
1벗꽃, 2튤립, 3작약, 4매화 등이 피어난 봄의 상효원 정경

도채비 정원 상효원은 제주의 평온함을 닮았다. 꾸며진 화단이 많지 않은 야지가 풍부하다. 엄마의 정원 옆에 있는 약용 식물원으로 갈 때 더 도드라진 제주가 눈에 띈다. 계곡 물이 흐르는‘곶자왈’골짜기가 있고 현무암이 뭉텅뭉텅 곳곳에 산재돼 있다. 고릴라 눈두덩을 닮은 고릴라 바위를 찾을 수 있고, 조금만 더 걸으면 제주방언으로 수국을 뜻하는 아름다운‘도채비 정원’을 발견할 수 있다.

도채비 정원에서는 예상치 못한 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무덤이다. 무덤은 현무암 담이 네모난 형상으로 둘려 있는데, 봉분 30기가 남아 있다. 외려 수목원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좋은 자연물이라고 김동진 과장은 말한다.“제주에서 네모난 무덤은 망자의 대문, 영역이라 일컫죠. 몇몇 무덤이 이장했지만 여전히 많아요. 주민들 무덤이 오히려 수목원을 매력을 올리는 것 같아요.”이곳에선 수국의 아름다움과 소담한 한라산수국까지 흐드러지게 만날 수 있다.

암석원 상효원의 미래는 암석원에서 찾을 수 있다. 언뜻 보면 암반줄기가 땅 뚫고 솟아 흉물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그 자체로 척박한 모습이지만 상효원 미래를 안고 있다. 암석원에는 제주민의 숨결이 담겨 있다. 4.3사건 때 마을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썼다는 우물이 있다. 물을 길러 사용했다는 그곳에는 여전히 물이 마르지 않는다.

소낭아래 잔디밭 상효원의 최고 명물은 단연코 ‘소낭아래’를 꼽을 수 있다. ‘소낭’은 제주방언으로 소나무를 뜻한다. 상효원을 대표하는 소나무 '상효송'. 두 소나무가 이 자리에서 해로한 지 350년쯤 됐다고 하니 그동안 숱한 눈보라와 비바람을 부둥켜안고 이겨냈을 터다. 드넓은 잔디밭 위에 연리지처럼 하나를 이루었으니 이 곳을 방문하는 모든 ‘아내와 남편’은 포옹하며 사진 남기는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봄이 오면 상효원은 달큰한 꽃 향으로 물든다. 보슬보슬 비 내린 새벽이면 신기한 냄새가 난다. 땅이 젖고 안개 입지가 가득 메울수록 땅에서 향이 오른다. 철쭉도 활짝 피면 온 천지가 꽃내음으로 가득하다. 풍광의 정점은 엄마의 정원에 있는 벗 나무다. 상효원 최고 풍광으로 꼽히는 큰 벗 나무 세 그루를 보고 있으면 마음 한껏 간지러워진다. 튤립 축제가 열릴 때도 따로 화단을 꾸미기 보단 있는 그대로의 멋을 지향한다. 튤립 전용박스에 담긴 튤립이 너른 잔디밭에 전시돼 사람들을 유혹한다. 상효원 매력은 돌 하나, 흙 하나 외부서 들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에서 시작된다.

매실터널 2월이면 화사한 매화꽃으로 가득했던 매화터널이 토실토실한 매실을 주렁주렁 매달고 초록을 제대로 뽐내며 시원한 터널모양을 갖춘다. 6~7월이 되면 상효원 직원들이 수확을 해서 직접 매실액을 담가 정성껏 매실액을 만든다. 터널은 방치될수록 더 잘 만들어진다. 불필요한 곁가지가 우후죽순 나도 그대로 둔다. 다른 나무 같으면 솎아내고, 아낌없이 잘라내지만 매실가지만큼은 예외다. 새순은 그대로 두되, 곁가지만 서로 엇갈려 엮는다. 가지가 맞물려 엉킬수록 매실터널은 완성미를 갖춘다.

치유의 숲 곶자왈을 품고 있는 곳 상효원은 개척되지 않아 더 신비롭다. 비밀의 정원인 곶자왈은 원형보전지구로 지정되어 제주 토종식물과 고유의 자연자원을 간직한 곳으로 고사리나 이끼 등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품고있는 생태계다. 찾는 이들에게는‘치유의 숲’으로 불리고 있다. 또 예로부터 한라산 신령님을 모셨다는 ‘상효동굴’도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신성한 곳이다.

내일을 꿈꾸는 수목원 땅을 솎아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시도도 그래서 기대되는 걸 지도 모른다. 상효원은 향후 5년을 내다보려고 한다. 그 5년 간 지금 보다 더 많은 걸 이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자급자족이 필요하다. 관광객들이 더 색다른 수목원을 접하기 위해선 더 많이 찾아야 한다. 그래야 수목원을 오갈 수 있는 유람자동차와 토종 식물 연구하는 식물자원연구소도 다시 재가동할 수 있다. 새로운 상효원을 만드는 시작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3월 튤립축제, 4월 철쭉축제, 5월 루피너스축제, 7~8월 곶자왈축제, 10~11월 가을꽃축제(꽃보멍 놀잰), 10.3 ~ 11.10까지 메리골드 축제가 열린다. 특히나 10월에는 핑크뮬리를 볼 수 있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운영시간 
10월~2월 : 매일 09:00 - 18:00 / 입장마감 17:00  
3월~9월 : 매일 09:00 - 19:00 / 입장마감 18: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