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가드닝] 식물을 들춰보다
[뒤죽박죽 가드닝] 식물을 들춰보다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19.11.05 13:49
  • 호수 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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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새로운 사람들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은 당연시하지만 식물만큼은 매우 소홀하다. 오늘은 식물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 모르고 지나온 부분,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 등을 두서없이 이야기하고자 한다.

[월간가드닝 79호=2019년11월] 우리는 현대사회 속에서 바쁜 일상을 보낸다. 바쁜 생활에서 속에서 식물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침에 밥을 먹으면서 김치와 나물 등을 섭취하고 출근길에 가로수를 만나며 회사 또는 학교를 들어설 때 식물을 항상 마주하곤 한다. 하지만 식물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당연히 필요한 존재로만 여기고 있다. 언제나 보는 식물들도 그 삶의 이야기는 다르다. 식물에 대한 생각은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언급되는 내용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적어도 초중고 학교생활을 통해서 배워온 부분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우린 그저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인간사를 둘러보면 상호 갈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정작 ‘갈등’이란 단어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갈등’(葛藤)은 한문의 뜻풀이에서 보듯이 칡(갈)이라는 식물과 등나무(등)라는 식물에서 유래되었다. 이 두 식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등산할 때 산의 초입과 중턱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갈등’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자라는 형상에서 찾을 수 있다. 칡은 시계방향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반시계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므로 두 식물은 결코 한 방향으로 감기지 않는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지금이라도 주변의 칡과 등나무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등나무와 칡이 100% 이렇게 자라는 건 아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흔하게 자생하는 두 식물이 더욱 높은 곳의 햇빛을 보기 위해 영역싸움을 한데서 이러한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가끔 식물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식물도 움직이나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사실 우리가 아는 지식으로는 식물은 움직일 수 없는 존재지만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많은 영양분과 수분을 확보하기 위해 식물은 오늘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식물은 수분과 양분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엄청난 길이의 뿌리를 뻗는다. 필자가 예전에 국화로 실험했을 때 초장이 20cm인 국화 뿌리 총 길이가 10m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은 식물의 뿌리가 이렇게 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미지의 땅에서 필요한 산물을 얻고자 하는 식물들의 열망이기도 하다. 제주양지꽃은 양분과 수분을 찾아가기 위해 지상으로 기는 지상경을 1년에 1m까지 뻗기도 하며 대나무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 지하경을 10m 이상 뻗기도 한다. 물론 이 두 식물뿐 아니라 모든 식물이 이런 경향을 보인다. 열대에 사는 걸어 다니는 야자나무(Socratea exorrhiza)라는 야자는 심지어 아예 뿌리를 드러내놓고 산다.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한 식물의 노력이 보이는 부분이다.

사람은 100세 시대라고 하여 장수를 위해 노력하는데 과연 식물은 보통 몇 년을 살까. 식물은 분류적으로 1년생, 2년생, 다년생, 목본 등으로 나뉜다. 다년생과 목본은 영구히 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현실과 조금 다르다.

다년생은 보편적으로 3년 이상 사는 식물에 붙는 이름으로 엄마에 해당하는 모주(Mother Stalk) 수명을 기준으로 정한다. 매년 그 자리에 식물이 자란다고 다년생은 아니다. 튤립처럼 모주가 1년을 살고 죽으면 1년생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자구(Bulblet)라는 어린 구근이 다시 자라서 생육하므로 1년생보다는 구근류로 나누고 있다.

물속에 사는 연 또한 매년 잎과 꽃을 피우고 있지만 실제로 모주는 죽고 자식 세대가 계속하여 자라므로 1년생의 습성을 가진 다년생이라 보는 것이 정확하다. 결론적으로 식물의 생장 양상에 따라 관리 방법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허브라는 식물의 종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는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허브는 단순히 향기(Fragrance)가 나는 것을 넘어서 모기퇴치제, 피로 해소용 차, 포프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냄새(Smell)를 풍기는 식물은 과연 어떨까.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를 맡기에 좀 역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 세계의 식물은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진화되었다. 냄새를 풍기는 식물 또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냄새를 풍기게 되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쥐오줌풀, 누린네풀, 노루오줌 등 이름만으로도 가히 냄새를 상상할 수 있는 이런 식물들은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식물들로 지금도 꿋꿋이 살아나가고 있다. 필자는 냄새나는 식물들이 병해충에 강하다는 사실을 정원관리를 통해 알 수 있었고 또 이런 식물들의 혼식은 정원 내에서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곤 할 때 떠오르는 식물이 있는가? 아마도 무궁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로 생각한다. 그럼 우리나라의 국화는 왜 무궁화일까?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여겼다. 조선말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나라꽃에 준하는 식물들은 배나무, 매화나무, 자두나무 등이 있었는데 이 중 무궁화도 존재했다. 기원전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무궁화가 흔하게 분포하고 있었으며 무궁화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을 중국 역사서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무궁화는 배달계, 백담심계, 홍단심계, 자단심계, 청단심계, 아사달계 등 많은 계통이 있으며 그 색과 형태 또한 다양하여 이젠 어느 공원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나라꽃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식물을 말하며 또 그 나라를 상징한다. 중국의 역사서에는 한반도의 민족을 근화의 민족(선비의 나라)이라 표현했다. 이건 무궁화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물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정원에서 식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반 이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식물을 이용해서 디자인하고 표현하는 것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정원에 심을 식물을 무엇을 기준으로 심는지는 사실 꾸미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화색, 수형, 엽색, 크기, 상록, 성상, 성장 속도, 환경 등 다양한 것을 기준으로 식물을 혼식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바로 궁합이다. 식물도 서로 간에 경쟁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어 공존이 어렵다면 어떤 식물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식물의 궁합은 주로 자라는 습성과 관련되어 있는데 광조건, 뿌리의 경합, 식물체 길이, 개화 시기 등이 주된 경쟁대상이다. 또 지하경과 지상경이 발달하는 식물의 경우 우점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다른 식물보다는 경쟁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구근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참나리는 어떠한 식물과도 잘 어울릴 수 있지만, 일반적인 초본류에 해당하는 꼬리풀, 원추리 등은 키가 큰 식물과는 혼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식물의 궁합은 지형, 수분 상태, 환경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수분의 환경은 꼭 고려하여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물은 대체적 독(毒)과는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실제 정원이나 자연 상태에서 둘러보면 독성이 있는 식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천남성, 투구꽃, 은방울꽃, 동의나물 등은 독성이 강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해충들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독은 식물에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책이다. 무엇이 독성을 가지게 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독성을 가진 식물일수록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결국 종족 번식을 위한 하나의 방어이고 특정 곤충만을 위한 혜택일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런 독을 완화해서 약제로 사용하거나 친환경 농약을 만드는데 쓰므로 식물의 독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아하는 꽃이나 식물이 있냐는 질문은 어떨까? 꽃들은 단순히 후대를 위해 종자를 퍼트리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용도일까? 물론 식물에게 꽃이란 많은 의미가 있다. 그 꽃은 진화하면서 특정의 모양과 색 등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꽃들과 식물의 변화를 통해 생활지혜를 얻었다. 꽃나무는 흔히 조기꽃나무라 불리는 식물로 서해안에 조기가 돌아오는 시기를, 깽깽이풀은 농번기의 모내기 철을 알려줬다. 수련의 꽃이 피면 복날의 더위를 알려주고, 모감주나무가 피면 장마가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단풍나무의 단풍이 들면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알려주고, 수수꽃다리가 피면 더위가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를 주기도 했다. 꽃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달력을 대신할 계절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원과 식물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의 정원문화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식물에 대한 인식 차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은 예로부터 주로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식량자원의 대용품이었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이었다. 정원은 곧 채소정원과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 식물 중에서 4,000종에 가까운 식물이 식용이나 약용으로 활용이 가능하기에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도 활용 가치가 높은 자원 식물이 많은 나라는 많지 않다. 외국의 정원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단지 우리만의 정원으로 특화하는 것이 옳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눈개승마, 섬초롱꽃, 도라지모싯대, 삼지구엽초, 섬쑥부쟁이, 산마늘 등은 널리 알려진 정원 식물인 동시에 식용식물이다.

식물은 다음 세대를 위해 수정을 하곤 하는데, 곤충, 포유류, 바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정을 유도한다. 수정 시기가 되면 노랗게 물이 드는 괭이눈, 고기 썩은 냄새를 풍기는 앉은부채, 꽃이 작아 포엽이 커진 산수국, 치마처럼 팔랑거리는 처녀치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종자를 맺는다. 그러나 이런 식물들도 수정이 끝나면 수정을 위해 행하던 표현을 멈춘다는 것이다. 식물은 수정의 결과를 나타내면 공존을 표명하는 데 반해, 인간은 서로 욕심이 끝이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식물에게 배워야 할 게 많을 것 같다.

최근 수목 치료사, 수목 치료기술자라는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동물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식물의 병해충과 영양장애 및 환경을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의사와 수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경험을 얻는 것에 비해 식물의사라 불리는 사람을 자격증만으로 선발한다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과 동물은 아프다는 표현하지만 식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

다만 잎과 식물체의 외부를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노출한다. 다년간의 식물에 대한 노하우(Know-how)가 없다면 사실 치료사보다는 관리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대적으로 생명에 대한 고귀함이 인간보다 낮은 식물은 생존보다는 생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므로 병해충과 영양장애 및 환경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 치료라는 것은 본래 예방이 전제되어야 한다. 치료가 이루어지므로 식물은 기본적인 재배와 관리에 중점을 둔 생육 관리부터 차근차근 교육과 실습을 거치고 이후에 선별적으로 치료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현재 이 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품종들을 만들고 재배하고 있다. 많은 식물들을 정원에 심어 꽃을 피우게 되면 우린 감탄사를 쏟아내곤 한다. 하지만 정작 많은 새로운 품종들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왔는지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정원에 새로운 색, 향, 잎 모양 등의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역에 분포하는 다양한 식물들의 교배가 이뤄져야 한다. 교배할 때는 특별한 특성을 보여야 하는데 이런 유전인자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많은 식물학자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에 예전부터 관심을 가졌으며 이런 식물들을 통해 새 품종을 만들어 왔다. 일 년 동안 여름철 최고온도 40℃, 겨울철 최저온도 –30℃, 최고습도 90%, 최저습도 5% 등 최고와 최저의 차이가 그 어떤 나라에서도 견딜 수 있는 환경 적응성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섬말나리, 한라구절초, 골잎원추리 등은 이미 오래전에 외국으로 나가서 새로운 품종으로 만들어져 다시 우리의 정원에 심겨져 있다. 정작 우리나라 정원을 하는 분들은 식물의 소중함을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외국의 식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는 우리 것을 먼저 보고 그 부족한 부분을 외국의 식물로 채우는 정원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지 필자는 생각에 잠긴다.

 

Key Point

- ‘갈등’이라는 단어는 칡과 등나무는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다른 모습을 보고 만들어진 단어이다.

- 식물의 뿌리발달과 이동은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 다년생(3년생 이상) 식물이라도 늘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 식물이 풍기는 냄새와 향기는 수정, 천적방어, 동물기피 등 다양한 이유에 근원한다.

- 나라꽃 무궁화는 많은 사연을 담기 이전에 그 나라와 함께한 세월을 말하기도 한다.

- 식물의 궁합은 화색, 수형, 엽색, 크기, 상록, 성상, 환경 등을 고려하고 성장 속도는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 식물의 독성은 생존전략의 하나이다.

- 식물은 각자의 계절적 아름다움이 있다. 개화 시기는 그 식물의 최적시기이다.

- 자생식물은 우리나라에 사는 식물이 아니라 한반도가 만들어낸 유전적 결과물이다.

- 식물의 치료의 해답은 주기적인 관찰에 있다.

- 우리나라의 식물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생존력이 강하고 경쟁력이 있다.

 

글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

사진 양형호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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