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허브식물/샐비어, 세미지, 박하(민트)
[나무이야기] 허브식물/샐비어, 세미지, 박하(민트)
  • 김동진 집필위원
  • 승인 2019.11.07 15:01
  • 호수 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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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향기와 맛의 보물창고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향기와 맛이 존재한다.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맛과 향기 역시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열대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식물 중에서 특히 허브의 향과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허브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건 아마 어린 시절 식물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거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쁜 일상 속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가까운 공원이나 식물원을 방문해보자. 천천히 그곳을 거닐다 보면 아주 작은 초본식물부터 목본식물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가을의 향기를 곳곳에 퍼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향기로움을 만지고 마시면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마음이 시원하게 풀릴 것이다.

[월간가드닝 79호=2019년 11월] 어쩌면 우리 가까이 자리 잡고 있는 식물 ‘허브’

우리 주변에는 많은 식물로 가득하다. 여러 품종을 다양한 방법으로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식물을 키우고 있을까?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서로 다를 것이다. 식물을 처음으로 재배하는 목적은 먹기 위해서다.

신석기 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은 농경을 시작했고 현재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작물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온다. 필자는 이런 작물들을 총칭해 ‘허브(herb)’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허브의 뜻은 푸른 풀 뜻을 가진 라틴어‘허바(Herba)’에서 유래됐다. 향기가 나며 약초로 사용되는 식물을 뜻하지만 필자는 허브 개념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싶다.

허브에는‘Healthy(건강하게)’,‘Edible(먹을 수 있는)’,‘Refresh(생기를 주는)’,‘Beauty(아름다운 식물)’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허브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없다. 우선 우리는 민트, 로즈마리, 바질과 같은 식물만이 허브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들판에 무수히 나는 쑥과 고기를 싸먹을 때 자주 사용하는 깻잎, 한식을 조리할 때 꼭 들어가는 마늘 또한 훌륭한 허브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샐비어: Salvia splendens Sellow ex Schult.

세이지: Salvia officinalis L.

박하: Mentha piperascens (Malinv.) Holmes

달콤한 꿀물을 머금고 있는 샐비어

어린 시절, 우리는 마을을 거닐다 빨간 입술처럼 생긴 꽃을 본 적이 있다. 빨대로 음료를 마시듯 단만의 즙을 빨아 마시던 추억도 함께 갖고 있다.

그 식물은 샐비어다. 우리는 사루비아라고 부르지만 샐비어라고 불러야 올바르다. 많은 사람이 잘못 부르는 건 일제 강점기 시대 영향 때문이다. 일본인은 받침‘ㄹ’ 과‘ㄴ’ 발음이 어려워 사루비아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지금까지 전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샐비어를 들깨꽃과 닮았다고 해 깨꽃이라 부르고 있다. 한국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곤 했는데, 대표 영화가 2009년 개봉한 김씨 표류기다.

영화를 보면 허기를 느낀 주인공이 샐비어의 꿀물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샐비어는 우리에게 아주 달콤한 꿀과 같은 허브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그 유래는 라틴어로‘구하다’,‘치료하다’ 뜻을 지닌 사루스(salvus)에서 나왔다. 영문명으로는 scarlet sage로 샐비어를 상징하는 빨간 꽃에서 비롯됐다.

불로장생의 비밀 세이지

세이지는 현명한 사람에게서 잘 자라고, 로즈마리는‘정직한 사람에게서 잘 자란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허브 세이지는 원래 빈 참나무 속에서 살고 있던 작은 요정에 대한 전설로 시작한다. 과거에는 죽지 않고 영생을 살 수 있는 요정의 능력을 식물 효능으로 생각해 만병통치 약처럼 여겼다.

로마시대 병사들이 점령지를 이동할 때마다 세이지 씨를 뿌리고 다녀 세이지가 자라나는 곳은 로마군대가 지나갔던 길이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또 옛 아라비아 속담에서는 세이지를 식재한 집에는‘죽는 사람이 없다’,‘평생을 죽지 않고 살려거든 5월에 세이지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불로장생 대표 식물로 대접받았다.

세이지는 특히 건강과 밀접한 식물이라 여전히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할 때 세이지 잎으로 잡냄새를 제거하고 어류와 육류 지방을 분해해 더욱 오랜 시간 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때문에 서양에서는 소시지와 치즈 향료로 활용했다.

또 말린 세이지 잎을 가정에서 상비약으로 활용된다. 우울증과 스트레스 완화,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세이지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치통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세이지의 잎으로 양치질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여러 효능을 가지고 있는 세이지는 품종과 꽃의 색깔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허브정원의 여왕으로 불린다.

대표 품종은 다음과 같다.

1.클라리세이지(Salvia sclarea L.): 잎이 넓고 큰 꽃이 특징인 품종

2.오텀세이지(Salvia greggii A. Gray): 체리처럼 상큼한 향기가 나며, 봄부터 초겨울까지 연속적으로 개화되는 품종

3.가든세이지(Salvia officinalis): 보라색의 나비 모양 꽃이 특징이며 오래전부터 악귀나 재앙을 막고 다산을 상징하고 의학 목적으로 썼던 품종

4.골든세이지(Salvia officinalis 'Aurea'): 잎에 금색의 띠를 두르고 있는 무늬종

5.파인애플세이지(Salvia elegans Vahl): 길쭉하고 날씬한 붉은 계통의 꽃이 피고 이름처럼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 향기가 나서 주로 음료나 음식 재료로 사용되는 가장 맛있는 세이지

6.페인티드세이지(Salvia viridis (S.horminum): 잎과 비슷한 모양의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개화하는 품종

7.트리컬러세이지(Salvia officinalis var.tricolor): 한 품종에서 3가지 색을 품고 있는 무늬종으로 파인애플 세이지와 더불어 요리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세이지

민테의 슬픈 사랑 이야기

식물은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그리스 신화 이야기와 전설에도 역사를 찾을 수 있다. 그중 일부는 우리가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접해왔다. 이번에 소개하는 허브도 재미있는 전설을 갖고 있다. 그 중 민트 유래를 들어보자.

지옥의 신 하데스는 제우스의 딸인 페르세포네와 결혼했는데, 그녀는 얼굴은 아름답지만 성격이 급하고 거칠어서 결혼생활이 순조롭지는 못했다. 하데스는 부인 몰래 ‘민테’라는 마음이 고운 여성과 외도를 하고야 말았다.

어느 날 남편의 외도 소식을 접한 페르세포네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민트를 죽이기 위해 그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고 한다. 자기 부인이 갑자기 온 걸 알고 깜짝 놀란 하데스는 민테를 자신의 부인 손에 죽게 할 수 없었다. 향기는 아주 뛰어나나 꽃은 볼품이 없는 식물로 만들었고, 그 식물을 민테 이름을 따서 민트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우린 민트를 광고에서 쉽게 접하고 있다. 많이 듣고 따라 불렀던 CM송이다. 광고 감초 역할을 하는 CM송 일부를 한 번 봐보자.“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7, 8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다 아는 롯데껌 노래다. 이렇듯 생각보다 쉽게 민트를 찾아볼 수가 있다. 식후에 입가심으로 먹는‘박하’도 민트의 국명이기에 민트가 우리 일상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허브다.

민트 역시 여러 가지 품종이 있다. 대표적으로‘페퍼민트’,‘스피아민트’,‘애플민트, 진저민트’를 꼽을 수 있다. 그 맛과 향이 각각 달라서 다양한 향신료로 사용된다. 약용 효과가 있는 비타민A와 철분, 엽산 등 황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소화불량 개선, 뇌 기능 강화, 구취 제거 등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애플민트 모히토를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음료로 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디저트는 단연 민트 초콜릿일 것이다. 민트 초콜릿은 197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딸인 앤 공주의 결혼식에 사용될 디저트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작품이다. 그 당시 이름은‘민트로얄(Mint Royale)’이었다. 다만, 민트 특유의 치약 같은 맛과 초콜릿의 달콤한 맛이 섞여 있어 지금까지도 호불호가 가장 큰 디저트로 평가받는다.

민트 특유의 향은 멘톨(Menthol) 성분이 만든다. 이는 해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화학성분이다. 실제로 차갑지는 않지만 멘톨 분자가 몸속의 단백질과 결합해 뇌에서 차가운 물질로 받아들인다. 적당량을 먹을 때는 약이 되지만 과다 섭취하면 염증과 체온상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글 김동진 상효수목원 식물자원연구소 팀장

사진 배주영 상효수목원 식물자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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