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눈 속에도 쫑긋 얼굴 내미는 전호
한겨울 눈 속에도 쫑긋 얼굴 내미는 전호
  • 이문숙 집필위원
  • 승인 2020.02.13 11:13
  • 호수 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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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가드닝 82호=2020년 2월] 언젠가 TV에서 한겨울 산속 눈 속을 뛰어다니는 토끼와 그것을 잡겠다고 눈밭을 같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눈 속에 온몸이 파묻혔는데도 깡총깡총 잽싸게 도망치는 토끼는 생사가 달린 달음박질인데도 나는 귀를 쫑긋거리면서 도망치던 토끼의 뒷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내게는 그 풍경이 정겹기만 했다. 
햇볕 좋은 겨울 날, 나의 산채 밭에 나가면 양지바른 언덕에 눈이 벌써 녹아 어느새 얼굴을 쫑긋 내밀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전호의 어린잎을 발견할 수 있다. 양은 많지 않지만 광합성 할 몇 잎만 남겨 놓고 나물 한 접시가 나올 만큼만 한 움큼 따서 돌아올 때의 기분은 꼭 눈 속의 토끼 한 마리를 잡아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던 그 옛날 아이들의 마음이 된 듯하다. 

생채와 숙채, 튀김과 전으로도 다양하게 먹는 전호나물
봄이 오기도 전에 우리 입맛을 돋우는 한겨울의 야생의 나물을 꼽으라면 흔히 섬초를 떠올린다, 섬초는 신안 비금도에서 해풍 맞고 자란 시금치다. 오히려 겨울 바람이 세찬 12월과 1월에 단맛이 최고조에 오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견디기 위해 땅바닥에 납작하게 누워서 자라는 섬초는 하우스 채소에 비해 수분 함량은 낮고, 당도는 더 높아진다. 오히려 눈을 한 두 번 맞아야 잎이 두꺼워지고 단맛도 더 증가한다. 살짝 데쳐서 약간의 소금과 참기름, 깨소금, 나물 특유의 쇳내를 잡아줄 다진 마늘 조금,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샐러드가 된다. 
섬초 만큼 눈 속에서도 꿋꿋한 야생의 나물이 또 있다. 겨울 바람과 눈 속에서도 몸조차 눕히지 않고 꼿꼿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물이 ‘전호’다. 섬초는 남해의 따뜻한 해안지방에서 자라고 맛있는 수확시기가 정해져 있는 반면 전호는 자라는 지역도 광범위하고, 수확시기도 한 여름을 빼면 봄, 가을, 겨울까지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는 효자 식물이다. 흔히 쑥이나 냉이가 봄을 알리는 나물이라고 하지만 전호는 냉이나 쑥 보다 앞서 밥상에 오른다. 봄 나물이라기 보다는 겨울 나물이라고 해야 한다. 
전호는 명이나물(산마늘)과 함께 울릉도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명이나물보다 더 서민적이고 생존력이 강하다. 명이나물은 1년에 잎사귀가 하나씩만 늘어나기 때문에 광합성을 위해 잎 하나는 남겨두고 채취해야 한다. 다년생이라도 한 뿌리에서 얻는 수확량이 많지 않다. 서울의 고깃집에서 나오는 흔한 명이나물 장아찌는 100% 중국산이다. 가격이나 수량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호는 날씨가 좋으면 1월 말부터 4월까지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언제든 채취해서 나물로, 쌈 채소로, 생채 샐러드로, 전이나 튀김으로도 먹을 수 있다. 억센 잎은 장아찌로 만들어서 먹는다. 명이나물과 두릅 등 이른 봄의 나물들이 한참 나오기 시작할 즈음이면 전호의 꽃이 절정기에 이른다. 야생의 나물이 없는 시기에 섬초와 함께 야생에서 채취할 수 있는 전호는 나무들이 낙엽을 떨구고, 땅 위의 식물들이 월동을 할 즈음인 11월 초겨울이 되면 다시 새 잎이 올라온다. 이때 또 한번 보드라운 전호의 맛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잠시 한겨울에는 움추러 들었다가 눈 속이라도 따뜻한 햇볕이 좋은 언덕 받이에서는 언제든지 두 귀를 쫑긋거리며 얼굴을 내미는 정말 귀엽고 기특하고 신기하기까지 한 나물이다. 

매콤한 제육볶음과도 잘 어울리는 전호
전호는 날씨만 따뜻하면 1월 말 2월초부터 눈을 뚫고도 나오기 때문에 여린 잎은 그대로 샐러드로 먹고, 잎이 한창 무성해지는 3월에는 부드러운 잎은 고기와 함께 쌈 채소로 제격이다. 쑥갓보다는 향이 약하고, 미나리보다는 향이 강한 전호는 고기의 누린내도 잡아준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전호는 특유의 향긋한 향이 있기 때문에 나물로 먹을 때는 강한 양념보다 맛간장이나 재래간장으로 약하게 간을 하고 들기름, 깨소금 정도면 족하다. 


오징어를 넣은 전호 부침개와 감자전도 일품 
전호는 튀김이나 전으로도 먹는다. 껍질 벗긴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찹쌀가루를 조금 섞은 후 소금간만 살짝 해서 팬에 부친 감자전에 전호를 얹어서 ‘전호 감자전’을 해먹는다. ‘미나리 감자전’보다 먼저 봄을 즐길 수 있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가 흔하기 때문에 오징어채와 함께 양파와 당근 채를 넣고 밀가루 반죽과 섞어 ‘오징어 전호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 


전호 사과샐러드 
상큼한 맛의 전호는 샐러드로 만들 때 겨울 사과와도 잘 어울린다. 겨우내 단맛이 응축된 부사 사과를 속살만 채 썰어서 고추가루, 참기름, 깨소금, 맛간장만 약간 넣고 살살 버무려서 매콤한 제육볶음이나 간장 돼지불고기와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전호 특유의 향이 돼지고기 냄새를 잡아줄 뿐더러 농익은 겨울 부사의 달고 새콤한 맛은 돼지고기의 맛을 한층 깔끔하게 해준다. 
소고기와 배가 찰떡 궁합이라면 돼지고기와 찰떡 궁합인 과일은 사과 다. 소고기육회에 배 채가 들어가고, 북한음식 중 잘 알려진 어복쟁반 에는 무와 함께 배 편이 들어간다. 반면 북한의 돼지고기 전골에는 사과 편이 들어간다. 또 요즘 요리하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알프스 오 토메(미니 사과)는 편을 썰어서 그 위에 돼지불고기나 구이 한점을 얹 어 핑거 푸드(한입거리 음식)로 제공하기도 한다. 


늦봄 억센 전호 잎은 데쳐서 초고추장 무침으로, 여름에는 삼삼한 간장 장아찌로 
전호는 2월 말부터 3월이 전성기다. 키가 15~20cm 자랐을 때가 나물과 생채로 먹기 딱 좋다. 4월이 되면 전호는 벌써 안개꽃 같은 하얀 꽃 을 피우고 잎이 억세지기 시작한다. 억센 잎은 끓는 물(소금 약간)에 살짝 데쳐서 찬물에 식힌 후 물기를 꼭 짜서 초고추장 양념에 조물조 물 무쳐서 먹으면 전호 특유의 향과 함께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맛이 잘 어우러져 여느 봄나물 못지 않은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늦봄 억센 잎은 삼삼하게 간장 장아찌로 만들어 냉장보관했다 여름까지도 먹을 수도 있다. 
봄에 전호와 함께 명이나물(산마늘)이 나올 때는 삼겹살을 구워 전호와 명이나물을 함께 곁들여 된장 쌈장만 조금 올려 쌈을 싸 먹는다. 풋 마늘 맛이 나는 명이나물과 향긋한 전호를 곁들인 봄날의 삼겹살 쌈 맛은 하우스 채소 맛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호는 정말 존재감이 뚜렷하면서도 다른 나물이나 쌈 야채와 섞였을 때도 맛의 조화를 잘 이루는 포용력이 있는 착한 나물이다. 
쌈 채로 먹을 때는 채취 후 2일 안에 바로 먹지 않으면 냉장고에 넣어도 누렇게 잎이 뜨고 빨리 시들기 때문에 먹을 때 바로 채취해서 식용하는 것이 좋다. 

번식력 좋은 전호, 햇볕 좋은 구릉지 활엽수 밑에 식재 
대부분 울릉도 특산물로 알고 있는 전호는 요즘 날씨가 따뜻해진 서울과 중부지방에서도 잘 자란다. 전호는 다년생으로 겨울에는 낙엽이 지고,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 그늘이 생기는 활엽수 아래 약간 경사진 땅에 씨를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어주면 잘 자란다. 번식력이 좋아 스스로 씨를 퍼트려서 한, 두해만에 무성한 전호 밭을 볼 수 있다. 가끔은 전호 씨가 다른 나무 아래 자리잡고 싹을 티울 때가 많다. 정원에서 너무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싶으면 뿌리까지 솎아서 먹으면 된다. 
나는 작은 야산과 맞닿은 우리 집 담벼락과 나무 사이에 80cm에 서 1m 가량 이격 거리가 있어서 7년 전 여기에 전호와 명이나물, 곰 취, 두메 부추, 곰배배추, 땅 두릅(독활) 등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산나물 모종을 10개씩 심었다. 매년 날씨에 따라 수확이 좋을 때도 있고, 시원치 않을 때도 있지만, 그 중 연중 풍성한 식탁을 제공하는 나물 중 하나가 전호다. 다른 나물은 채취하는 시기가 뚜렷하고, 채취기간도 짧은 편이지만, 겨울과 봄, 늦가을과 초겨울까지 바구니를 들고 나가도 될 정도로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런 기특한 나물을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호 요리

전호 사과샐러드 

 


전호나물 100g, 부사 사과 1/2쪽, (양념장 : 고추 가루 1Ts, 맛간장 1Ts, 참기름 1ts, 깨소금 1ts) 
1. 전호나물을 찬물에 3번 정도 흔들어 씻어 흙과 먼지를 깨끗이 제거한 후 물기를 털어낸다. 
2. 사과는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채를 썬다. 
3. 전호와 채 썬 사과를 섞고, 분량의 양념장을 넣고 살살 버무린다. 
4. 매콤한 제육볶음이나 달콤한 간장 돼지불고기를 곁들여 낸다. 

전호나물 무침 

 


전호나물 100g, 들기름 1Ts(참기름으로 대체 가능), 
소금 1/2ts, 깨소금 1ts 
1. 전호는 찬물에 3번 정도 가볍게 흔들어 씻어서 흙과 먼지를 깨끗이 씻는다. (전호가 억세면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분 정도 데쳐서 찬물에 헹구어 열기를 빼고 수분을 꼭 짜서 무침) 
2. 분량의 양념을 넣고 살살 버무린다. 

전호나물 초고추장무침 
전전호나물 100g, (초고추장 양념 : 고추장 1Ts, 고추가루 1/2Ts, 
식초 1Ts, 설탕 1Ts, 참기름 1ts, 깨소금 1ts.) 
1. 전호는 찬물에 살살 흔들어 2번 정도 씻는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전호를 1분 정도 데친다. 
3. 찬물에 1번 헹궈서 열기를 빼고 수분을 꼭 짠다. 
4. 분량의 초고추장 양념을 만들어서 조물조물 무친다. 

달콤 간장 돼지 불고기 & 매콤 제육볶음 

돼지고기(얇게 썬 앞다리살) 300g, 생강 술(또는 생강즙) 1Ts 
@(간장 양념 : 맛간장 4Ts, , 설탕 또는 물엿 2Ts, 다진 마늘 1Ts, 참기름 1ts, 깨소금 1ts, 후추가루 1/2ts,) 
@ (매운 제육볶음 양념 : 맛간장 2Ts, 고추장 1Ts와 고추가루 1Ts, 설탕 또는 물엿 2Ts, 다진마늘 1Ts,참기름 1ts, 깨소금 1ts, 후추가루 1/2ts) 
1. 분량의 양념을 섞어서 불고기 양념을 만들어 둔다. 
2.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양념하지 않은 돼지고기를 볶는다. 
3. 중간에 생강술 1Ts 넣고 볶으면서 고기 누린내를 날려준다. 
4. 고기가 거의 익으면 준비한 간장 불고기 양념장(또는 제육볶음 양념 장)을 넣고 더 볶아준다. 
5. 취향에 따라 대파, 양파, 양배추채 등을 넣어도 좋다. 
6. 전호 쌈 채나 전호 샐러드와 곁들여 먹는다. 
-고기를 양념없이 생강술(생강즙)만 넣고 먼저 팬에 볶으면 고기 누린내 도 없애고, 고기에 불 맛을 낼 수 있고, 양념이 타거나 눌지 않아서 좋다. 
-맛간장이 없으면 양조간장과 야채/멸치/닭고기 육수 등 육수를 동량으 로 섞어서 한소금 끓여 식혀서 사용) 

야생 나물의 먼지나 흙을 깨끗히 제거하는 방법 
1. 찬물에 나물을 살살 흔들어 흙과 이물질을 한번 제거한다. 
2. 볼에 찬물을 그득하게 담은 후 씻은 나물을 담근다. 
3. 나물이 물 위에 뜨면 손바닥으로 나물을 위에서 툭툭 두드린다. 
*나물은 씻는 과정에서 너무 주무르면 쇳내가 나므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야생에서 채취한 나물은 잎과 뿌리에 많은 먼지와 고운 흙이 붙어 있기 때문에 10 여분 나물을 물에 담구어서 손바닥으로 여러 번 툭툭 쳐주면 잎사귀와 줄기, 뿌리 사이사이 묻은 고운 흙 등이 떨어져 물 밑으로 가라앉고 나물도 상처없이 깨끗이 씻을 수 있음. 
4. 물에 담궜던 나물을 건져 한 번 더 살짝 씻은 후 체에서 물기를 뺀다. 

고기·생선요리에 사용하는 생강술 만들기 
생강술은 고기요리와 생선요리에 누린내와 비린 맛을 잡아준다. 생강을 갈아서 백화수복 등 청주를 1 대 5 비율로 넣고 냉장 고에서 한달 정도 숙성하면 향기로운 생강술이 된다. 그것을 냉장고에 그대로 두고 청주를 보충해서 계속 사용할 수 있음 

 

글·사진 이문숙 엘엠에스컨설팅㈜ 부설 食 tech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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