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으로 시작하는 정원 식재] 차 한잔 하고픈 정원
[한 컷으로 시작하는 정원 식재] 차 한잔 하고픈 정원
  • 이안숙 집필위원
  • 승인 2020.03.1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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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이다. 차 한 모금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살포시 눈을 감아본다. 집 앞 하천을 타고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속엔 버들강아지 노오란 향기, 달큼한 매화 향이 묻어난다. 요즘 봄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아서 봄바람 부는 날은 산책을 나가기보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창문을 꽁꽁 닫아야 하는 게 현실. 그런 날일수록 봄 햇살 가득한 정원에서 향긋한 차 한잔 여유롭게 마시는 봄의 호사를 꿈꾼다. 이번 호에서는 영국의 아름다운 꽃무늬 찻잔과 그릇을 만드는 회사인 ‘웨지우드’사가 2019 첼시플라워쇼에서 선보인 정원을 소개 한다. 애프터눈 티타임을 즐긴다면, 새봄을 맞이해 조금은 특별한 찻잔으로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져보자. 

 

 

작가의 설명 요약

톰슨은 산업주의를 대변하는 매체로서 로마의 고전 건축물이 연상되는 아치형 파빌리온을 세웠고, 낭만주의는 파스텔톤의 혼합된 꽃들이 가득한 화단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유기적인 연결고리로서 사택 단지의 운하처럼 작은 수로를 정원에 도입했다. 파빌리온 안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풍경은 프레임들로 인해 각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구조적인 측면만 본다면 이 정원은 주 택의 테라스나 회랑 안에서 바깥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그럼 저 안락한 의자에 앉아 차 한잔 음미하며 눈길을 보내어줄 아름다운 티 가든을 따라가 보자.

 

① 스펙트럼 spectrum으로 확인하는 꽃의 조화 harmony 

 

정원의 첫인상은 봄 햇살만큼 화사하고 낭만적이다. 레몬색과 복숭아색의 그 어디쯤, 우아하고 은은한 파스텔톤의 정원이라고 해야겠다. 아름답고 정교한 꽃무늬 찻잔을 보듯 웨지우드의 정체성이 정원에 그대로 드러난다. 주인공인 듯 도드라지는 꽃은 없지만,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 정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고 간 다.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배식 디자인으로, 조 톰슨이 얼마나 면밀하게 꽃을 고민했을지 알 수 있다. 스펙트럼 만들기는 시각적 설계 도구 중 하나로 의도한 콘셉트가 설계에 명확히 반영되고 있는지, 색의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를 깨트리는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적인 설계에서는 개화기와 꽃 색, 단풍과 열매 색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식재 스펙트럼을 만들어 쓰는데, 특히 계절별 주인공이 될 꽃을 검증하거나, 꽃이 가장 많이 피는 하이라이트 시즌을 결정할 때 매우 유용하다.

 

식물 이름 알아보기

 

알듯 말듯 남다른 품종을 사용해 정원에 특별함을 더했다. 꽃이라고 해서 다 같은 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웨지우드 정원에 우리가 흔히 보던 새빨간 장미와 작약을 심었다면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을까? 물론 국내에 들어와 있는 품종도 있고, 아직 들어오지 않은 품종도 있지만, 톰슨이 어떤 품종들을 사용했는지 살펴보자.  또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점으로 톰슨은 풍성한 정원 연출을 위해 1년초를 같이 사용했다는 점이다. 정원을 만들 때 숙근초나 관목, 교목만을 고 집할 필요는 없다. 다만, 1년초는 연출할 위치를 관리하기 위해 꽃이 진 후 꽃대 자르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종자를 얻기 위한 개체는 자주 관찰해 아무 곳에서 번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③복잡한 식재 연출을 따라잡기 위한 배식의 순서

 

복잡해 보이는 배식도 만큼이나 정교한 식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배식도를 보고 따라 하라니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읽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키와 덩치가 큰 것부터 키와 덩치가 작은 것 순으로 분해하면 비교적 수월하다.

1단계 : 가장 먼저 큰 종. 이 정원은 초대형 초화인 당귀가 중심에 있는데, 여기에 덩치가 확실 한 작약과 장미를 더하여 정원의 뼈대를 이뤘다. 이 종들은 1pot씩 배식해야 돋보이는 종이지만, 웨지우드 정원에서는 충분히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답답해 보이는 면도 있다.

2단계 : 눈에 띄는 독특한 형태 종. 파운테인 그래스라고 불리는 분수처럼 잎을 펼친 사초가 자리를 잡았다. 사초는 엽색과 질감 대비가 확실하도록 작약 근처에 배식됐다. 또, 꽃대가 촛불 형태로 솟구쳐 눈길을 사로잡는 붓꽃, 베르바스쿰, 디기탈리스가 낮은 식물들 사이에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소량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싱글 플랜트들은 작은 정원에 생동감과 입체감을 줄 뿐아니라, 나만의 컬렉션을 은근히 보여주고자 할 때에도 사용하기 좋은 기법이다.

3단계 : 테마 연출을 위한 어울림 종 파스텔톤의 하늘거리는 분위기를 만드는 단계이다. 아미초로 널리 알려진 산당근을 비롯해 자주체꽃, 켄트란투스, 아스트란티아, 제라늄 미스티사모보 등을 배식했다. 이 꽃들의 특징은 꽃대가 가늘고 높게 올라오고 꽃 자체가 하늘거리는 것들이다.

4단계 : 빈 공간이나 바탕 채움 종 마지막 단계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얼굴 화장에서 베이스톤이 21호냐 23호냐에 따라 다음 단계인 색조화장 방향이 바뀌는 것과 유사하다. 톰슨은 흰 꽃에 가까운 제라늄 케서린아델과 플록스를 넓게 사용하면서, 연노랑의 포피를 배식해 바탕을 은은 하면서도 환하게 받혀주었다.

④식물 높낮이와 개화기를 통해 확인하기
아래 삽도를 이용해 단순화시켜 보더라도 이 정원은 초화를 주로 이용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입체적이다. 높이 30cm부터 1.8m까지 다양한 키를 가진 초화가 사용되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매스를 이루는 종들과 하늘거리는 종들이 층위별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계절적으로는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연출이 가능한 종들 위주이다. 하이라이트는 초여름으로 여름 정원을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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