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 & GARDEN] 방풍나물 가오리 찜
[COOK & GARDEN] 방풍나물 가오리 찜
  • 이문숙 집필위원
  • 승인 2020.03.04 09:29
  • 호수 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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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방풍나물과 뭍에 올라온 가오리의 만남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에 따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도 다른 모습, 다른 성정을 가진다. 특히 뿌리를 내린 곳에서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은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같은 과, 같은 이름의 식물들도 맛, 향, 질감, 생긴 모습이 다르니, 참 희한한 일이다. 야생에서 흔히 보는 나팔꽃처럼 생긴 다년생 메꽃도 바닷가 해안지대에 자라는 메꽃은 모래사장에 납작 엎드려 기듯이 줄기와 잎이 옆으로 뻗어 나간다. 그러나 산 속의 메꽃은 주변의 무엇이든 붙잡고 지지대를 삼아 위를 향해 줄기와 잎을 뻗어 나간다. 방풍나물도 마찬가지다. 해안가 모래사장에서 자란 <해방풍>은 잎이 두껍고, 줄기와 잎에 하얀 솜털이 나 있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자란다. 내륙 산지에서 발견되기도 하는 <식방풍>은 줄기가 나무 같은 느낌으로 단단하고 키도 크기 때문에 목단(木丹)방풍, 산방풍(山防風)이라고도 부른다. 


같은 과, 같은 종이라도 이처럼 생태(生態)가 다른 것은 해안가에서는 매서운 바닷바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고, 산속에서는 햇볕을 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일 이다. 모든 식물을 이렇게 자연 속에서 모진 시련을 온몸으로 견디면서 생존하고, 자연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과정에서 생긴 에너지와 내성이 그 식물 고유의 약성(藥性)이 되고, 그것을 섭취하는 사람들에게도 약리적 효능을 발휘한다. 

 

모래언덕 바위틈이나 고랭지에서 자라는 방풍나물,

뿌리부터 줄기, 잎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그런 기능성 효과를 기대하고 먹는 식물 중 하나가 방풍나물이다. 그러나 중풍을 예방한다고 해서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방풍은 중국이 기원 인<원방풍>이다. 옛날부터 어부들은 갯방풍이라고도 불리는 <해방풍>을 민간요법으로 활용했다. 해방풍의 따뜻한 성질이 찬 바람을 막아줘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가벼운 감기나 근육통, 관절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 먹던 식물이다. 


그러나 실제 시중에서 판매되어 흔히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방풍나물은 해방풍이 아니라 갯기름나물이라고 부르는 <식방풍>이다. 잎이 억세고 두꺼운 해방풍에 비해 식방풍은 줄기와 잎이 야들야들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식용해 온 나물이다. 서식지도 남으로는 여수 금오도부터 중남부지역 해안가는 물론 중북부의 고랭지까지 분포지 역이 넓다. 발아율이 높고 어디서나 활착이 잘되기 때문에 강원도에서도 월동이 되는 식물이다. 자연산 채취는 지역에 따라 3월 말이나 4월 초가 한창이지만, 노지 밭 재배나 하우스 재배가 많아 2월 중순부터 맛볼 수 있다. 뿌리는 가을에 캐서 깨끗이 씻어 잘 말렸다가 겨울에 차로 음용하기도 한다.  

 

진한 맛과 향에 있어서는 바닷가에서 소금기를 머금고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해방풍이 한 수 위지만, 자연산은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값도 비싸다. 방파제와 해안 도로 건설 등으로 서식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현재는 남부지역 해안가와 울진, 영덕, 삼척, 강릉 등 동해안 해안가에서 자생한다. 자연에서 채취하거나 일부 씨를 채취하여 농가에서 재배하기도 하지만 대량 유통이 어렵다. 

 

 

생선 매운탕, 생선찜, 생선회 등의 비린 맛도 잡는 방풍나물


미나리과 식물인 식방풍은 나물과 장아찌로는 물론 생선회, 매운탕, 생선찜 등 생선과 특히 맛 궁합이 좋은 식물이다. 생선 매운탕에 비린 맛을 잡기 위한 향신채로 미나리와 쑥갓이 들어가지만 식방풍 나물도 향신채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식방풍 나물 자체가 된장이나 고추장과 맛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두툼한 생선회를 먹을 때 초고추장이나 된장과 함께 방풍 나물을 쌈 야채 대신 이용해도 독특한 맛이 있다. 수육이나 고기와 먹을 때는 어린 방풍 잎을 데치지 않고 겉절이 양념을 해서 곁들여도 좋다. 식방풍 잎은 끓는 물(소금 약간)에 2분 정도 데친다. (어린 잎은 1분) 너무 삶아 잎이 뭉그러지면 맛이 없다. 잎이 도톰해도 줄기나 잎이 억세지 않기 때문에 약간 씹는 맛이 있는 것이 좋다. 

취향에 따라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 먹어도 되고, 된장(재래 된장의 경우 꿀, 설탕, 물엿 등 단맛 가미)에 약간의 고추가루와 참기름, 깨소금 등의 양념에 무쳐 먹기도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방풍나물은 고추장과 된장을 4대 1이나 3대 1 정도의 비율로 섞어서 맛간장, 설탕 약간,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여기다 말린 가오리 또는 냉동 가오리에 간단한 초간장 양념을 해서 찐 뒤 살만 쪽쪽 찢어서 방풍나물 무침 위에 올려주면 육지와 바다의 독특한 향이 어우러진 <방풍나물 가오리 찜>이 된다. 방풍나물 못지않게 독특한 향취가 뚜렷한 가오리는 방풍나물과 잘 어울리는 파트너다.

 

방풍나물 가오리회 국수


말린 가오리 찜은 쫀득한 질감이 장점이지만, 살짝 삭힌 홍어를 먹을 때처럼 약간의 꼬리꼬리한 맛이 있다.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건조된 가오리는 민물(=담수 : 염분이 거의 없어 짜지 않아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에 씻어 바짝 건조된다. 가오리도 홍어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향취가 있는 데다 말리는 과정에서도 숙성이 진행되기 때문에 홍어 삭힌 것과 같은 향이 너무 강해져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숙성된 가오리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냉동 가오리를 이용하면 된다. 


냉동 가오리로 그대로 찜을 하면 너무 흐물거려서 탱탱한 질감이 없다. 냉동 가오리를 이용해 찜으로 쫄깃하고 감칠 맛나게 먹으려면 좀 거롭더라도 한번 더 수분을 빼 주어야 한다. 토막 낸 냉동가오리를 사서 찬물에 바닷물 농도(3%)의 천일염을 타고, 식초를 한, 두 스푼 섞은 다음 그 물에서 1시간 정도 해동 시켜 나물이나 생선 말리는 망에 넣어서 1~2일 실온에서 말렸다가 요리하면 적당히 폭신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의 가오리 찜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손질해서 말린 가오리는 다시  냉동 보관한 후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아파트에서 냉동 가오리를 말릴 여건이 안되면 똑 같은 방법으로 해동해서 면보나 물에 풀리지 않는 키친타월로 감싸서 냉장고에 하루정도 물기를 더 뺀 다음 쪄도 된다. 가오리는 물기만 다 빠져도 살이 탱탱해진다. 해동 시 찬물에 소금과 식초를 넣었기 때문에 살짝 밑 간도 되고, 가오리의 비린 맛은 날라가고, 살은 더 탄탄해 진다. 쪄도 더 감칠맛이 있다. 이런 상태의 가오리는 살만 찢어서 방풍나물과 함께 새콤달콤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서 먹으면 <방풍나물 가오리회 무침>이 된다.   여기다 밑간*한 소면을 곁들여서 먹으면 <방풍나물 가오리회 국수>가 된다. 자극적인 매운 맛을 좋아하면 초고추장 양념에, 방풍과 가오리 특유의 맛을 더 즐기고 싶으면 초간장에 고추장과 된장을 약간 가미한 양념에 함께 비벼 먹으면 된다.(*양조간장, 참기름, 설탕을 동량으로 섞은 것)  특유의 냄새가 있는 말린 가오리를 사용할 때는 쌀뜨물에 1시간 정도 불려서 초간장 양념을 해서 찌면 가오리 특유의 꼬리꼬리한 비린 맛이 많이 줄어든다. 말린 가오리는 김이 오른 찜기에 20분 이상 쪄야 한다. 요즘은 무수분* 조리가 되는 도자기 그릇 등을 활용하면 전자레인지에 5~7분만 익혀도 수분이 마르지 않고 폭신하게 익는다. (*물을 붓지 않고도 식재료 자체의 수분으로 찜)


냉면에도 생선 식해를 얹어 먹는 황해도


예전에는 방풍나물을 나물과 장아찌로 주로 먹었다. <방풍나물 가오리 찜>은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으로 50년차 황해도 요리 전문가 추향초 선생님께 배웠다. 유난히 해산물 요리가 많고, 비빔국수나 냉면에도 각종 생선 식해를 얹어서 함께 먹는 음식이 많은 황해도에는 육지의 나물과 바다 생선이 절묘한 조합을 이룬 음식들이 많다. 그 분이 남한에서 가오리 찜과 어울리는 찰떡 궁합의 나물로 찾아낸 것이 방풍나물이다. 황해도에서는 뱃사람들이 가오리를 잡으면 바로 손질해서 바닷물에 씻어 고리에 꿰어 바닷바람에 말리면서 항구에 들어온다고 한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양념없이 그대로 구워 먹어도 바닷물로 인해 적당한 밑 간
이 되어 있는 데다 살도 더 탄력 있고, 응축된 감칠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방풍나물이 많이 나오는 즈음에는 ‘방풍나물 가오리 찜’을 즐긴다. 

해안지대가 주 서식지인 방풍나물과 남북의 경계없이 깊은 바다를 휘젓고 다녔을 가오리를 함께 먹으면 나는 왠지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못 가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 분의 마음이 느껴진다. 바다를 품은 듯한 방풍나물의 풍미와 바다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뭍에서 말라버린 가오리의 절묘한 만남이 마치 수평선 너머 보일 듯 말 듯한 고향산천을 바라보며 애끓는 실향민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면 필자가 너무 감상적인 것일까. 


식방풍의 하얀 꽃은 비비추, 노루오줌 등

분홍,보라색 계열 꽃과 함께 식재하면

풍성한 여름 화단을 꾸밀 수 있다.

 

식방풍은 삼년생이지만 씨앗 발아가 잘되고, 모종도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서울 및 중부지방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 키친가든을 조성할 때 한몫을 할 수 있는 식물이다. 아침햇살이 잘 들고, 여름에 약
간의 그늘이 있는 서늘한 곳으로 물 빠짐이 좋고, 습기유지가 잘되는 땅에 ‘모아심기’를 해도 군락을 이루면서 소복하고 풍성하게 잘 자란다. 햇볕 좋은 곳에서는 목대가 굵고 키가 커서 여름에 수국처럼 풍성하고 소담스런 하얀 꽃을 튼실하게 피운다. 


다년생이면서 키와 생육환경이 비슷하고, 한 여름 7~8월에 한창 꽃이 올라오는 비비추(보라색)나 노루오줌(분홍색) 등 분홍, 보라색 꽃 들과 잘 어우러지게 심으면 유럽의 은은한 파스텔 톤의 정원처럼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화단을 볼 수 있다. 비비추와 노루오줌의 여린 잎도 한번 살짝 데쳐서 나물로도 먹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햇볕 좋은 곳에서는 초여름부터 부쩍 키가 크는 방풍나물이 기댈 수 있는 온양석, 자연석 등 조경석을 군데군데 함께 놓아주면 자연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멋진 키친가든을 꾸밀 수 있다. 


이른 봄, 식방풍의 어린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모양새가 흡사 세 잎 클로버를 닮았다. 클로버의 잎이 4개면 행운, 3개면 행복을 뜻한다고 했던가. 겨울을 거뜬하게 이기고, 이른 봄 새순이 올라오는 모든 나물들이 기특하지만, 방풍나물의 어린 잎들은 보기만해도 왠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요즘 식방풍은 종묘회사를 통해 씨앗도 구할 수 있고, 식방풍 재배농가를 통해 5~10cm 정도 자란 튼실한 모종도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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