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 정원(Garden)과 농장(Farm)의 경계를 허물다③
[퍼머컬처] 정원(Garden)과 농장(Farm)의 경계를 허물다③
  • 이진호 집필위원
  • 승인 2020.03.06 09:54
  • 호수 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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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고 저장하라,지속가능한 가드닝을 위한 원칙

 

키친가든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기본원리

 

2014년말 「가이아의 정원」 이 국내에 번역서로 처음 소개되었다. 당시 필자가 이 책을 접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영속적이라는 의미인 퍼머넌트(Permanent)와 농업이란 뜻의 애그리컬처(Agriculture)가 합쳐진 합성어다. 퍼머컬처는 1959년 호주의 생태학자 빌 모리슨(Bill ollison)이 태즈매니아 숲속에서 동물들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을 관찰하던 중에 발상하였다. 그는 이곳의 생태계가 생기 있고 풍요로우며 상호 밀접하게 연결된 데 놀라워하며 “여기와 같은 생태계 시스템을 인간이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그 원리를 규명하게 된다. 1970년대에 그의 제자 데이비드 홈그렌(David olmgren)과 함께 「퍼머컬처1」을 출간하며 퍼머컬처를 세상에 알렸다.

농약과 비료, 퇴비의 끊임없는 투입과 힘든 노동을 멈추고 우아한 키친가드닝을 하기 위해서는 퍼머컬처의 기본원리를 잘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제부터 지속가능한 키친가든 라이프를 위한 12가지 원칙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원칙1. 관찰하고 상호작용하라(Observe & Interact

정원이나 농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많이 간과하는 것이 관찰이다. 집을 지을 때 사계절에 걸쳐 집터와 주변 환경들의 잘 관찰해야 하듯이 긴 시간을 갖고 세심히 바라봐야 한다. 토양과 배수, 바람의 방향과 세기, 태양의 방향과 일조량, 서식하는 식물, 찾아오는 곤충과 동물들, 땅 주변의 주민들과 땅을 규제하는 법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수십 년 아니 수천 년을 거쳐 만들어진 내 땅을 잘 관찰하고 상상해보자. 관찰은 좋은 디자인으로 가는 열쇠다. 


필자의 경우 강원도 영월 상동에 퍼머컬처 시험농장을 만들 때 땅에 돌이 너무 많았다. 그야말로 돌 반 흙 반이었다. 돌을 고르느라 고생도 했지만 돌은 좋은 조경재료이다. 이곳의 돌은 수분을 머금어 건조기에 뿌리에 물을 공급해주어 동네 어르신들은 오줌돌이라고도 한다. 또한 낮에 열을 저장해 밤에 온기를 땅속에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멋이 있기 때문에 화단 경계석으로 안 성맞춤이다. 단, 관찰을 할 때 선입견을 갖고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도록 한다. 장점은 잘 활용하면서 서로 연결되도록 하고 단점은 장점으로 바꾸거나 회피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보급하는데 힘썼던 생태학자 토머스 헉슬리(Thomas Huxley)는 자연을 멋진 체스 상대에 비유했다. “우리는 그가 언제나 공평하고, 정당하며, 끈기 있게 경기에 임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우리는 쓴맛을 보고서야 그가 실수를 눈감아주지 않으며 무지를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알게 된다.” 인간에게는 부족한 인내력을 자연은 갖고 있다. 예를 들면 계절이 몇 번 지나가는 동안, 우리는 잡초를 약간 뽑아낼 수는 있다. 그러나 자연은 해마다 계속해서 씨를 뿌린다. 우리가 싸움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자연은 인내력을 갖고 멀리 보며 일을 해간다. 무지한 채 자연을 무시하고 자연에 맞서 싸울수록 내 정원에 힘든 일과 비용을 계속 쏟아 부어야 하고 언젠가는 지쳐 자빠질지도 모른다. 자연과 함께 일하는 정원을 만들어 보자.

 

원칙2. 에너지를 붙잡아 저장하라(Catch & Store Energy)

 

땅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에너지가 있다. 이것을 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이 필요하다. 며칠 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손예진이 “바람이 왜 부는지 아느냐“고 물으며 ”바람은 지나가려고 부는 것이다“라는 대사를 말하는 장면이 있다. 맞다, 바람은 지나가려고 움직인다. 모든 움직이는 것에는 에너지가 있다. 움직이려면 차이가 있어야 한다. 위치가 높든지 기압이 세든지 전압이 높든지 온도가 높아야 차이가 좁아지며 에너지를 발생한다. 높은 하늘에서 땅 위로 비가 내리고 높은 곳의 빗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바람이 세게 불며 내 땅을 훑고 지나가기도 하고 한낮에 뙤약볕이 내리쬘 때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들을 그냥 흘려 내보낸다. 수자원, 풍력, 태양력, 미생물, 영양분 등이 그런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빗물이 흘러내려갈 때 내 땅의 영양분을 함께 쓸고 간다는 점이다. 지표면 30센티의 흙에는 유기물, 미생물이 풍부해 식물의 양분과 수분 공급원의 역할을 한다. 암석에서 흙 1cm가 만들어지
기 위해서는 최소 천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빗물이 이토록 값진 표토를 한순간에 수탈해가는데도 우리는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물 저장 탱크, 스웨일(Swale)

 

퍼머컬처에서는 빗물이 표토의 양분을 용탈하지 않도록 하고 빗물을 저장하기 위해 스웨일(Swale)을 만든다. 스웨일은 지형의 같은 높이인 등고선을 따라 전쟁터의 참호처럼 땅을 파서 만든 도랑이다. 비가 오면 물이 흘러 도랑에 고이고 비가 그치면 땅속으로 스며들어 건조할 때 땅속에 저장된 볼록렌즈 형태의 물탱크가 식물에게 수분을 공급해준다. 빗물은 하늘에서 내려준 천연비료이다. 공기 중에는 식물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질소가 78%나 있다. 비와 함께 내리치는 번개가 공기 중 질소 기체의 결합을 끊어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 빗방울과 함께 땅속에 스며들도록 한다.

스웨일은 빗물이 흐르는 것을 막거나 속도를 느리게 해 급류에 의한 실도랑이 생기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평균 1,500mm를 내외로 특히 여름에 집중호우가 내리기 때문에 스웨일의 효과가 더욱 크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스웨일의 간격을 5m 이내로 권장한다. 지표면에 바위가 많아 등고선을 따라 길게 스웨일을 만들지 할 경우에는 길이가 짧은 스웨일을 서로 엇갈리게 해서 비늘 모양이 되게끔 한다. 이렇게 내 땅에 소중한 흙뿐만 아니라 물과 양분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 을 수 있다.
 

 

양분 저장 탱크, 후글컬처(Hugelkultur)   


스웨일을 만들 때 새로 쌓는 두둑 아래에는 주변에 버려진 통나무나 나뭇가지, 나뭇잎, 풀들은 순서대로 바닥에 쌓고 흙을 덮으면 가장 효과가 증대된다. 이것을 후글컬처(Hugelkultur)라고 한다. 

그리고 두둑 위에 묘목을 심으면 완성되는데 어린나무는 2~3년이 지나면 뿌리가 깊게 뻗어 두둑 속의 통나무에 다다르게 된다. 이 기간에 통나무는 땅속의 미생물과 벌레들의 먹잇감이 되면서 잘 부숙이 되어 나무의 좋은 영양분이 된다. 땅속 깊은 곳의 통나무가 부숙이 되는데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다음 순서가 나뭇가지, 나뭇잎, 풀이다. 후글컬처의 식물들은 땅속 가까운 것부터 차근차근 식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두둑의 효과, 스웨일+후글컬처로 극대화

 

산지가 70%가 넘는 우리나라는 스웨일과 후글컬처 기술을 합치면 많은 혜택를 누릴 수 있다. 산지 경사면이 다랭이논처럼 골(스웨일)과 두둑(Hugelkultur)으로 연속되면 지표면의 용탈방지와 물저장 효과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1. 지표면 용탈 방지: 빗물에 의한 침식 방지로 지표면의 흙 보호
2. 물 저장: 양분을 녹여 빗물이 흘러내려가지 않도록 골을 통해 땅속으로 저장 
3. 냉해와 동해 방지: 골을 따라 땅속에 스며든 물은 두둑 아래에 볼록렌즈 형태로 저 장되는데 건조기가 되면 식물은 이곳으로 뿌리를 깊게 내려 수분을 공급받는다. 땅속 
50~80cm 이하는 땅이 얼지 않으므로 땅속 깊이 뻗은 뿌리 덕택에 나무는 겨울에 냉해
와 동해를 견디기 유리하고 넓게 뻗은 뿌리만큼 식물은 많은 영양분을 빨아들이게 된다.
4. 넓은 표면적(입체적 토지 활용): 두둑의 단면을 잘라 보면 삼각형 모양이 된다. 즉 아랫면 이 일반 밭이라면 두둑은 일반 밭보다 최대 2배 가까이 면적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주름진 두둑을 다리미로 넓게 폈을 때 내 밭은 1.5배에서 2배 가까이 넓어진다.
5. 땅속에 산소 공급 용이: 공기와 흙이 접하는 지표면적이 넓어 공기 중의 산소가 흙 속 으로 원활히 공급된다. 가장 이상적인 흙은 땅속에 흙과 공기, 물이 삼등분된 상태이다.
6. 다양한 미세 기후 생성으로 다양한 식생가능: 두둑을 만들면 해가 비치는 방향은 평 면보다 최대 3배 가까이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한여름에 콧등이 빨리 그을리는 이치이다. 반면에 뒷면은 그늘이 진다. 또한 비가 오면 두둑의 위쪽은 물이 빨리 스며들며 건조해지고 아래쪽은 물이 모여 습해진다. 평면이 였을 경우 모든 면이 햇빛과 습도가 같다면 두둑을 통해 모든 지점이 동일하지 않은 다양한 미세 기후가 만들어지게 된다. 두둑의 위에는 햇빛을 많이 요구하고 내건성 식물을 심으면 좋고 뒤편의 아래쪽은 음지성으로 다습한 환경을 요구하는 식물이 적합하다. 이점은 퍼머컬처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자연은 다양한 미세 기후일수록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어서 생태계가 풍요로워지고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7. 편리한 작업성: 두둑이 없으면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 밭일해야 한다. 두둑의 크기 는 높이 90~120cm이고 폭은 양쪽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60~80cm의 두 배인 120~160cm이다. 서서 우아하게 가드닝에 가까운 텃밭 가꾸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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