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식물원에 산다] 4월 정원에 필요한 것
[나는 오늘도 식물원에 산다] 4월 정원에 필요한 것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20.04.29 12:32
  • 호수 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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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꼭 해야 할 정원관리는?

첫째, 모든 식물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시비작업
둘째, 연중 늘 해야 하는 전쟁, 제초작업
셋째, 화려한 정원을 보기 위한 적심과 전지
넷째, 병해충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전정작업
다섯째, 식물생장의 시작점, 신초발생 촉진을 위한 관수작업
여섯째, 적정 공간 확보를 위한 솎아내기, 분주, 
            이식 및 보식작업

싹 트는 4월, 정원에 필요한 것

 

언제나 그렇듯 모르는 사이 봄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그러나 겨울 동장군의 시샘 때문인지 가녀린 새싹과 신초들은 기지개를 완전히 펴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봄을 대비해 정원을 가꾸려는 가드너들이 많을 것이다. 밀려드는 일감에 정신은 차리고 있을까? 사실 봄이 되면 정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다. 그러나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이 시기엔 정원에서 할 수 있다 여겨지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일 년을 시작하는 정원사들이 봄철에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물론 실제 정원관리는 1월부터 시작될 것이나, 순수한 정원활동으로 본다면 봄이 한해 정원 일의 ‘시작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 오늘도 필자는 식물원을 돌아보며 만족감과 근심이 교차한다. 필자의 도움으로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손길이 필요한 식물이 있기 때문이다. 식물에게 어떤 행위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정원사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봄철 정원관리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무수히 많으나, 모든 것을 다 언급하기보다 중요한 요점을 얘기하고, 후에 세부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첫째, 모든 식물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시비작업


아마도 일 년 중에서 비료나 거름을 주기 가장 좋은 시기를 꼽자면 2~3월일 것이다. 이는 지상부에 무언가를 뿌릴 때 효과적으로 뿌릴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시기에 비료나 거름을 준다면 시비에 따른 효과를 판단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시비에 따른 효과는 지상
부의 잎이 어느 정도 있을 때 비료를 주어 확인하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식물 또는 식물의 성상에 따라 시기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의 경우 신초가 발생하기 전에는 거름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식물이 어느 정도 성장기에 접어들면 화학비료를 쓰는 경우가 많다.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대체로 화학비료라 하면 나쁜 것으로 여기지만 정원에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식물들의 경우 거름만으로 비료 요구도를 충족하는 것은 거의 없다. 식물이 일 년을 살아가면서 자연계에서 얻는 양분과 거름만으로 영양상태를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화학비료도 질소비료와 복합비료 같은 ▲속효성 비료와 삼투압 작용에 의해 서서히 영양분이 녹아 나오는 ▲완효성 비료로 나눌 수 있는
데, 이것을 상황과 시기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분화재배를 하는 경우는 완효성 비료를 주로 사용하고, 노지나 정원의 경우는 값이 저렴한 속효성 비료를 사용해 관리하는 것이다.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연중 개화 기간이 길거나, 대형의 꽃을 피우거나, 무수히 많은 신초와 잎을 만드는 식물은 대체로 다량의 비료를 요구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구근의 형태를 띠는 초본이나, 벚꽃과 같이 많은 꽃을 피우거나, 매실나무와 같이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 가 그렇다.

많은 정원관리 책자에서 비료에 대한 부분을 언급한 책은 적은데 이는 식물을 기르는 환경과 관리자의 관리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
다. 누군가 필자에게 언제 시비를 하는 것이 좋냐 물어본다면 신초가 나오기 전인 3~4월, 2차 성징이 시작되는 6월, 그리고 휴면에 들어가
기 전인 9월이 가장 이상적인 시비시기라 말할 것이다. 시비에 대한 적당한 시기를 필자가 단정 지어서 말하기는 어려우나 위에서 언급한 식물을 고려한다면 효과적인 시비가 될 것이고 또한 거름과 화학비료를 적절히 사용하면 영양상태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둘째, 연중 늘 해야 하는 전쟁, 제초작업


많은 사람들이 정원 관리에서 가장 힘든 일로 제초작업을 꼽는다. 특히 한국은 정원관리를 하기 어려운 환경요건을 갖고 있다. 한국은 온
대와 아열대에 걸쳐있어 화본과(벼과) 잡초의 발생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잡초는 사실 본인이 키우고자 하는 식물이 아닌 것을 모두 잡초
라 하므로 심은 것 외에는 모두 제거하는 것이 좋다.

잡초의 제거는 연중 시행돼야 하며 1~2월에도 다년생의 바랭이, 포아풀, 뚝새풀 등을 제거할 수 있으며 본격적인 제초작업은 3월 중순부터는 시행돼야 한다. 정원을 관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잡초의 잎이 어느정도 자랐을 때 제거하는 것이 쉽다고 하지만, 꽃구경을 열심히 하다 보면 금세 5월이 되어 잡초가 정원식물의 성장을 초월하는 경우가 있다. 미리미리 제거해야 여름철 잡초의 성장을 어느 정도 추월할 수 있는 것이다.


잡초는 원칙적으로 완전제거란 있을 수 없기에 제초 작업은 계속 시행돼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종자를 맺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는 것 이다. 만일 시간이 없어 모두 제거가 어렵다면 잡초의 꽃대 부분이라도 낫이나 가위로 제거해야 다음 해 잡초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어떤 이는 예쁘게 자란 잡초도 하나의 식물이니 잘 키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잡초는 정원에서 관상용으로 심은 식물에 비해 수
해에 강하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잡초밭이 될 확률이 높다.


또한 잡초는 다양한 곤충과 병원균의 서식처 역할을 하므로 결론적으로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물이 식재되어있지 않은 빈 땅이라
면 잡초를 키우는 것도 지력에 도움이 된다. 잡초도 종류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잘 이용한다면 아주 좋은 토양 멀칭(mulching: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것) 식물이 될 수 있다.


셋째, 화려한 정원을 보기 위한 적심과 전지

 

많은 사람들이 정원 관리가 바쁜 시기를 5월이라 생각한다. 사실 정원을 관리할 때 가장 바쁜 시기는 4월이다. 신초라는 아주 어린 새싹이 
돋아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신초는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신생아와 같아 아직 세상의 위험을 느끼지 못하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5월은 그저 4월의 관리를 통해 결실을 맺는 시기일 뿐이다. 정원사가 가장 한가한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5월은 식물에 물만 잘 주면 큰 문 제없이 정원관리가 되는 시기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3~4월의 관리가 곧 5월의 정원을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다. 연중 적심, 전지, 전정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4월에는 주로 꽃눈과 잎눈을 조절해 식물 전체의 통기성을 유지하는 작업이 주로 시행된다. 목본류의 경우 전년도에 덜 시행된 가지, 과다한 꽃눈 등을 제거해 개화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좋다. 


개화품질관리는 꽃눈과 줄기를 제거해 보다 크고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한 작업 형태다. 초본류는 잎의 성장을 통해 꽃대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작은 잎이 많은 것보다는 큰 잎이 적은 것이 광합성에는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과다한 신초발생에서 불필요하고 중첩되는 잎
을 정리해 효과적인 광합성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린 보통 봄이 되면 알아서 신초가 나오고 꽃이 핀다고 알고 있지만 이러한 적심과 전지를 시행해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비로소 아름다운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불필요한 작
업이라고 해서 건너뛸 수도 있지만, 올해 한 번 실행해 본다면 여름철 식물의 건강상태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넷째, 병해충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전정작업 


가드닝을 처음 하는 사람들은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희열감을 느끼곤 한다. 도구를 활용해 스스로 식물의 미래를 결정하면서 정원사로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도구를 사용해 식물을 관리하는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전정작업이다. 일반적인 농업 활동들이 호미와 삽을 주로 사용한다면 가드닝은 좀 더 세심하고 조심스러운 톱과 가위로 전정작업을 한다. 보편적으로 전정작업은 수목류의 수형을 유지하면서 생장을 조절하는 관상적인 부분과 개화에 도움이 되는 작업으로 분류된다. 어떤 작업을 선택해야 할지는 ‘목적’에 따라 구분한다. 과실을 수확하기 위한 나무의 전정은 과실이 목표이지만 관상을 목적으로 하는 나무의 목적은 개화와 관상 가치에 있다. 관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은 병과 해충으로부터 방어 능력을 가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목의 환경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정작업은 인위적인 자연상태에서 볼거리만을 위해 키워진 나무에 통기성과 습도 등을 조절하기 위한 최소한의 작업이다.어떤 이들은 외형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전정기(트리머)를 통해 수형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지만, 내형적으로 불필요한 가지와 신초의 발생은 나무의 병해충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전정은 사실 오랫동안 해온 필자도 정답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무가 흡수하는 양분은 제한적이므로 모든 가지와 잎이 골고루 양분을 섭취하기는 어렵기에 인위적으로 인간의 힘을 빌어 장해를 미리 제거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특히 농약 사용량을 최소화 하고자 한다면 전정작업은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다.


다섯째, 식물생장의 시작점, 신초발생 촉진을 위한 관수


봄은 만물의 태동을 알리는 시기다. 겨울철 낮은 온도와 낮은 습도는 토양의 구조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관수작업을 아주 하찮은 정원 활동이라 생각하지만, 필자는 물을 잘 주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정원사라 말하고 싶다. 봄철 토양은 결빙과 용융의 반복된 과정을 통해 지표면 토양의 공급이 과다하게 발달돼 있다. 혹시라도 겨울철 시비를 한다면 표면에 살포하는 것보다는 터파기를 하고 묻어두어 토양에 뿌려진 수분과 함께 충분히 흡수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하면 봄철의 토양은 토양이 들떠있어 초본류 같은 경우 
뿌리 부분이 공기 중에 노출되는 부분도 있어 충분한 관수를 통해 토양을 가라앉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겨울철 적절한 눈과 비는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최근 들어 눈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면서 토양의 물리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겨울철과 봄철 토양은 마치 스폰지 같아서 자주 밟게 되면 답압에 의해 신초발생이 늦어지거나 통기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가급적 관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식물이라도 물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식물의 생육은 극과극을 달린다. 관수작업은 식물에게 필요한 수분을 공급하는 것 외에도 산소와 토양의 물리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니 관수 시 식물별로 주의 깊게 살펴 주는 것이 중요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은 관수작업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아닐까.

 

여섯째, 적정 공간 확보 위한 솎아내기·분주·이식·보식 


정원은 위치, 환경 및 식생에 따라 생육의 양상은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2~3년이 지나면 식물의 정리가 필요하다. 과다하게 증식된 곳
은 솎아내어 분주(포기나누기)하고, 식물의 수세가 부족한 부분은 보식하고, 공간이 좁은 식물은 이식작업을 하게 된다. 분화로 키워지는 식물은 언제 분주를 하거나 이식하는 것이 좋은지 물어 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정답은 따로 없다. 현재의 공간에서 수분과 양분의 흡수가 부족해지고, 토양의 산소량의 떨어지고, 공극(토양 입자 사이의 틈)이 좁아진다면 그때가 분갈이 적기이기 때문이다.


정원의 경우도 식물들의 수세가 확장돼 당초 식재할 당시의 공간보다 좁아진다면 그때가 솎아내는 적기이고 시기는 신초가 발생하기 
전인 3월이나 신초가 막 나오기 시작하는 4월이 최적이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가을 휴면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다년생식물은 3년 이상 사는 식물을 말하지만, 모주가 죽고 지속적으로 자식 세대가 성장하는 경우도 다년생으로 분류한다. 이 경우 3년 정도 지나면 식물간 경쟁으로 식재간격은 더더욱 좁아질 수 있다. 특히 초본류의 경우 지상경(Runner)과 지하경(Rhizome)으로 
번식하는 경우 다른 식물에 우점화(식물 군락 내에서 어떤 종이 영역을 넓혀 수가 많아지거나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지는 현상)될 소
지가 높으므로 주기적으로 솎아내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섯 가지 봄철 관리사항 외에도 식물은 언제나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식물 관리를 정원사의 입장이 아닌 식
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정원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으리라.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도움이 필요한 식물을 찾아 식물원의 이
곳저곳을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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