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 & GARDEN] 어떤 식재료와도 조화로운 땅두릅
[COOK & GARDEN] 어떤 식재료와도 조화로운 땅두릅
  • 이문숙 집필위원
  • 승인 2020.04.23 10:30
  • 호수 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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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두릅, ‘자연의 맛’ 그대로 품은 두릅 새순

 

내가 처음 두릅에 맛을 들인 것은 34년 전 대학생 시절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지리산 등반을 할 때였다. 지리산 등반이 처음인 데다 기후변화가 심해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기진맥진하여 다시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산을 내려가는 길에 만난 주민에게 “근처에 밥 먹고 갈 곳이 있냐” 고 물었는데, 선뜻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그 분은 하산하는 길에 나무에서 나는 새순 같은 것을 툭툭 따서 바구니에 수북이 담으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분은 큰 솥에 물을 끓이더니 갓 채취한 새순을 데쳐 집 된장과 함께 한 접시 내오셨다. 밥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니 요기나 하라는 의미로 주신 것이었다. 이게 내가 태어나 처음 맛본 두릅(참두릅)이다. 평소 같으면 씁쓸한 맛에 까칠한 가시까지 돋은 음식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허기진 탓인지 아무 양념없이 된장에 찍어 먹은 참두릅 맛이 꿀맛 같았다. 산나물과 집 된장 맛의 조화도, 쌉쌀한 맛에 대한 나의 특별한 미각도 그때 깨어났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라 했다. 배고플 때 맛나게 먹었던 음식은 뇌에 그 맛 에 대한 기억이 특별히 각인된다. 그래서 보릿고개나, 어려운 시절 먹었던 투박하고 헐한 음식들이 평생을 가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개두릅, 봄을 그리워지게 하는 독특한 쓴맛  


참두릅만 두릅인 줄 알았던 내게 두릅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 것은 개두릅이라고 불리는 엄나무(음나무)순이다. 내가 식물 채집에 미쳐 주말마다 강원도 고성군에 사는 지인의 산에 나물과 약초를 직접 캐러 갔을 때, 깊은 산 속에서 채취한 개두릅은 참두릅 보다 더 쓰고 향이 진했다. 봄날, 오래 묵은 엄나무에서 나오는 새순은 마치 연꽃 봉우리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채 벌어지지도 않은 꽃봉오리 같은 개두릅(엄나무순)의 잎은 아침이슬이 총총 맺혀 신비하기까지 했다. 

맛은 참두릅보다 더 쌉싸름했지만, 그래서 더 강하게 미각을 자극했다. 살짝 데쳐서 약간의 소금과 들기름, 깨소금만으로 조물조물 무쳐
서 된장국, 밥과 함께 뚝딱 먹고, 나머지는 간장 장아찌를 만들었던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참두릅이 생홍어회의 맛이라면 개두릅은 삭
힌 홍어의 진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개두릅은 잎 외에도 활용도가 높다. 닭백숙이나 삼계탕, 닭으로 국물을 낼 때 냄새를 잡기 위해 넣는 엄나무가 바로 개두릅나무이기  때
문이다. 개두릅을 채취하면서 곁가지를 뚝뚝 잘라 말려 두면 닭요리를 할 때 국물 요리에 넣어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을 수 있다. 요즘
은 개두릅(엄나무순)이 참두릅보다 더 귀하고 비싸다. 참두릅은 개량종이 많고, 재배도 많이 되고 있지만, 개두릅은 아직까지 자연 채취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참두릅, 뿌리 단속 못하면 정원 쑥대밭 만든다


아파트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전원주택 생활을 하기 전 연습삼아 정원과 텃밭이 있는 단독주택을 임대해 몇 년 산 적이 있다. 서울이지만 
산 밑 마을이라 한적하고,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시사철 낙엽이 떨어지고, 여름 장마철에는 산과 이어진 비탈길의 흙
이 밀려 내려왔다. 또, 방충을 하지 않을 경우 벌레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매매나 임대가 안 되는 빈집이었다.  


그러나 나는 딱 한번만 보고 그 집에 살 것을 선택했다. 특히 정원과 텃밭의 구분이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잔디가 깔린 정원 한 켠에 
부추밭과 고추밭이 있고, 산 비탈의 흙이 정원 쪽으로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옹벽 쪽으로 참두릅 나무 몇 그루도 있었다. 나는 산에서나 따 먹던 참두릅을 내 정원에서 직접 따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혹했다. 그 다음 해 봄이 되자마자 나는 아침마다 바구니를 들고 참두릅 순이 나기 무섭게 욕심껏 두릅을 땄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두릅순을 채취하고 나면 그 다음날 두릅나무는 내 손을 피하려는 듯, 한 뼘 씩 키가 커지곤 했다. 나는 나의 키에 맞춰 쉽게 참두릅을 채취하려고 나무 전정용 가위로 길쭉이 뻗은 중심 가지를 잘랐다. 그리고 며칠 뒤 유심히 보니 한걸음 떨어진 땅 위에 참두릅 줄기가 비쭉이 올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마치 생존의 위협 속에 종족보존을 하려는 듯, 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새순을 틔우고 있었다. 


그렇게 참두릅과 숨바꼭질을 하는 몇 년 동안 참두릅은 여기저기 예측할 수 없는 곳에 뿌리를 뻗거나 새 줄기를 냈다. 이 바람에 내 정원
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식물들이 생겼다. 참두릅 나무 뿌리는 대나무처럼 지표면과 가깝게 횡보하며 생장한다. 또, 뿌리 중간중간 새순을 틔운다. 나는 그때 참두릅 나무의 이러한 성장 방식을 처음 알았다. 실제로 농가에서는 이 특성을 이용해 참두릅을 번식시킨다고 한다. 여러 식물을 키울 때는 땅 위의 생태뿐 아니라 뿌리와 땅 속의 생존 방식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정원에 수많은 식물과 나무를 식재할 때 그에 맞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반그늘에서도 쑥쑥 크는 땅두릅

정원에서 많은 식물과 나무들을 키우다 보면 잎이 무성한 나무 밑이나 방향에 따라 일조량이 부족한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북향과 북동

 

향의 햇볕을 받는 쪽에서는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나는 두릅에 대한 향수를 못 잊어 텃밭이나 정원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땅두릅을 키
우기로 했다. 햇볕이 좋으면 더 잘 자라지만 활엽수 밑이나 반그늘 아 래서도 잘 자라고, 초봄에서 여름까지 야들야들한 새순을 느긋하게 오래 채취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땅두릅은 참두릅이나 개두릅처럼 나무에서 채취하는 새순이 아니라 초본 식물로 땅에서 바로 싹이 올라오기 때문에 일명 ‘땃두릅’ 혹은 ‘땅두릅’이라고 부른다. 오히려 땅두릅의 줄기는 질감이 사각사각해 서 상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뿌리는 한약명으로 ‘독활’로, 약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다년생이기 때문에 한번 심으면 매년 새순을 채취해서 먹을 수 있다. 


땅두릅은 다른 식재료와 만나도 자기 존재감을 잃지 않으면서 잘 융화 되는 장점이 있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들기름과 참기름 등 어떤 양념과 만나도 맛이 조화롭다. 그래서 나는 땅두릅을 보면 수다가 많아진다. 

 

된장 무침부터 산적 꼬치까지 카멜레온 같은 두릅요리

 

땅두릅은 생으로 먹으면 억세기 때문에 반드시 끓는 물(소금 약간)에 2분 정도 데친 뒤 찬물에 식혀 물기를 뺀 후 요리해야 한다. 두릅은 어떤 종류든 소금, 들기름, 깨소금만 넣고 무쳐 먹는 게 그 원초적인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집 된장으로 무칠 경우 된장 맛이 텁텁하고 짠 맛이 강하면 꿀을 약간 더 추가해 짠 맛과 텁텁한 잡아주는 것이 좋다.


땅두릅은 줄기 부분이 두껍기 때문에 간이 잘 안 밸 수 있다. 데친 땅두릅에 소금과 참기름만으로 밑간을 하면 간이 겉돌지 않고, 다양한 
요리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땅두릅이 한창 올라오는 4월경에는 갑오징어도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에 주목하자. 갑오징어가 없으면 
흔한 오징어라도 함께 데쳐서 초고추장에 함께 찍어 먹으면 오징어의 비린 맛은 없어지고 두릅의 향과 해산물의 시원함이 상승작용을 
해 더 향긋하게 느껴진다. 


땅두릅은 해산물뿐 아니라 소고기와도 궁합이 잘 맞다. 불고기 양념에 잰 소고기와 함께 볶아 먹어도 맛있고, 접대용 요리로 준비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땅두릅을 활용한 접대용 요리로는 다양한 것이 있는데, 샤브샤브용으로 얇게 썬 소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한 후 한 장씩 팬에 살짝 굽고, 데쳐서 밑간 해 둔 두릅을 소고기에 돌돌 말아 싸 먹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베트남 라이스페이퍼를 이용해 불고기와 두릅, 각종 야채를 넣고 돌돌 말아 쌈을 싸 예쁘게 접시에 담아내는 방법 등이 있다. 두 방법 모두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모든 두릅은 냉동 보관했다가 나물이 귀해지는 겨울에 즐길 수 있다. 살짝 데쳐서 찬물에 열기를 식혀 두고, 데친 물도 버리지 않고 식혔다
가 진공 비닐팩이나 밀폐용기에 데친 두릅과 두릅 데친 물을 자작하게 담아서 함께 냉동하면 가을, 겨울에도 두릅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냉동했던 두릅을 자연 해동한 후 두릅전이나 두릅 튀김, 또는 소고기와 함께 살짝 볶아 먹으면 계절에 상관없이 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추석이나 설날, 명절에 먹는 산적 꼬치도 두툼하고 질감 좋은 땅두릅 줄기와 도톰한 소고기를 꼬치에 꿰어 상에 올리면 격식 있는 명절 음
식이 된다. 한 겨울 귀한 두릅산적이 명절 상에 올랐을 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땅두릅이 나오는 철에는 술 안주로 매콤한 두릅 골뱅이 무침을 만든다. 특히 땅두릅은 줄기의 질감이 사각사각하기 때문에 오이 대 신 두릅을 넣고, 오징어채나 북어채, 양파채, 통조림 골뱅이를 넣어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쳐 먹으면 별미다. 

 

땅두릅, 기르기 쉽고 활용도 높아 


참두릅과 개두릅을 기르려면 볕이 좋아야 하고, 개성이 강해 아무데나 심는다고 잘 자라지 않는다. 이 두 두릅은 사람 손을 타는 것도 별
로 좋아하지 않아 개인 정원에 들여놓기 까다로운 친구들이다. 반면 땅두릅은 맛도 향도 성격도 참 유순하다. 정원에 다른 식물들과 함께 심어도 남의 영역을 탐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참두릅이나 개두릅에 비해 땅두릅 맛이 밋밋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땅두릅은 내 키친가든에서 그 어느 식물보다 유용하고, 친근한 식물이다. 


나는 가끔 정원에서 식물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때가 있다. 참두릅, 개두릅, 땅두릅을 기르고, 먹어 보면서 두릅이라 불리우는 세 친구
의 너무나 다른 개성에 웃음이 난다. 마치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참두릅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 휘둘
리지 않는 자기 주장이 강한 고집 센 친구 같고, 개두릅은 겪어보면 참 진국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잘 섞이지 않는 강한 개성 때문에 가까이 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는 친구 같다. 반면 땅두릅은 언제나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가 늘어져도 싫증 나지 않는 편한 동네 친구 같다.   나는 땅두릅 요리를 한상 차려 놓고 웃으며 혼잣말을 한다.


“너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친구였니?”

 

땅두릅 레시피

땅두릅 된장무침

땅두릅 200g, 된장 1Ts, 고추장 1/2Ts, 들기름(또는 참기름) 1Ts 깨소금 1ts

1. 준비된 분량의 된장, 고추장,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2. 데친 땅두릅에 양념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3. 취향에 따라 들기름(참기름)과 깨소금은 더 추가한다. 

 

땅두릅 골뱅이 무침

땅두릅 100g, 오징어채 100g, 양파 100g(작은 알 1개), 골뱅이 1캔 (양념장) 고추가루 2Ts, 맛간장 1Ts(양조간장 1/2Ts), 설탕 2Ts, 식초 2Ts              소금 1ts, 다진 마늘 1/2Ts, 참기름 1Ts, 깨소금 1Ts
1. 고추가루만 빼고, 분량의 준비된 양념을 섞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2. 골뱅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고, 국물은 그릇에 따로 따라 둔다.

3. 마른 오징어채나 북어채는 골뱅이 통조림 국물에 10분 정도 담가 부드럽게    만든 뒤 건져 놓는다.

4. 땅두릅은 데쳐서 밑간(소금, 참기름)을 해놓고, 양파는 채를 썰어 놓는다.

5. 골뱅이, 오징어채(북어채), 양파채, 땅두릅 등을 큰 볼에 넣고 고추가루로 버무린다. 6. 분량의 준비된 양념을 5에 넣고 잘 버무린다. (취향에 따라 식초나 설탕을 더 넣는다.

땅두릅 소고기 산적 

 

두릅줄기(데쳐서 소금, 참기름에 밑간한 것) 길이 5~6cm 21개, 소고기(보섭살) 200g, 꼬치 7개 준비, 식용유 2Ts (소고기 양념장) 맛간장 2Ts(양조간장 1Ts), 설탕 1Ts, 참기름 1Ts, 깨소금 1/2Ts, 후추가루 1ts, 생강술 1/2Ts, 다진 마늘 1/2Ts

1. 분량의 양념은 섞어서 소고기 양념장을 만들어 놓는다.

2. 두릅줄기는 끓는 물에 2분 정도 데쳐서 찬물에 헹궈 식힌 후 물기를 빼고  밑간(소금, 참기름)을 해 놓는다.

3. 소고기(보섭살)는 칼로 잘 두드려서 부드럽게 한 후 소고기 양념에 10분 정도   재웠다가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구워서 두께 1cm, 너비 1cm, 길이 5~6cm로 썬다.

4. 꼬치에 2의 두릅과 3의 소고기를 번갈아 끼운다.

5. 꼬치 위 아래로 삐쳐 나온 두릅과 소고기는 가위로 잘라서 가지런하게 만든다.

6. 접시에 담아 보기 좋게 잣가루를 뿌린다.

계란 스크램블 곁들인 땅두릅 볶음밥

자투리 땅두릅, 오징어 남은 것, 소고기 등 약 100g, 잡곡밥 1공기 200g, 계란 2개 (소금 1ts, 후추 1/2ts, 생강술 1ts), 파 100g, 양고추 1개, 소고기 양념 2Ts, 참기름 1Ts, 깨소금 1Ts, s, 식용유 2Ts, 시판되는 스위트 칠리 소스(어린이용 밥만)
1. 계란은 소금, 후추, 생강술을 넣고 밑간 한 후 대충 섞어 놓는다.

2. 요리하고 남은 두릅, 오징어, 소고기는 적당한 크기로 송송 썰어 놓는다.

3. 파와 청양고추는 송송 썰어 놓는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넣고 송송 썬 파를 넣어 파가 기름에 자글자글 끓으면 1 의 계란물을 팬에 붓고 젓갈로 휘저어가면서 스크램블을 만든 다음 따로 접 시에 담아 놓는다. 
5. 팬에 두릅, 오징어, 소고기, 다진 청양고추, 밥을 넣고 남은 소고기 양념과 함께 볶다가 참기름, 깨소금으로 마무리한다. 6. 볶은 밥을 그릇에 담고, 위에 계란 스크램블을 얹는다.    (아이들 밥은 스위트 칠리 소스를 1Ts 정도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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