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 소출을 얻고 재사용해 가치를 높여라
[퍼머컬처] 소출을 얻고 재사용해 가치를 높여라
  • 이진호 집필위원
  • 승인 2020.04.29 08:57
  • 호수 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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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Garden)과 농장(Farm)의 경계를 허물다 4
지속가능한 가드닝을 위한 원칙

 

바이러스가 병과 함께 주는 교훈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자가격리를 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늘었다. 바이러스가 만들어 준 이 시간을 통해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도올학당’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김용옥 선생은 “생명체에 기생하며 종의 다양성을 만드는 바이러스는 자연에서 꼭 필요한데,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을 때 문제가 생긴다. 코로나19의 경우 바이러스의 생활권인 박쥐와의 공동체가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하고 있는 것” 이라며 작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런 바이러스 덕에 박쥐는 1,000종이 넘게 퍼져 전체 포유류의 종 가운데 1/5이나 차지한다. 저들끼리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인간이 숲을 파괴하고 박쥐를 잡아다 요리를 하고 실험을 하니 인간 속으로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 원인이 우한시장의 뱀이 든 천산갑이든 지금 바이러스 반란의 원인은 인간이 자연을 잘못 건드려 일어난 것임은 분명하다.

이번 연재에서는 자연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키친가든을 만드는 데 이론적 바탕이 되는 퍼머컬처에서 자연이 파괴되거나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어떤 원리로 우리를 이끄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원칙3. 소출을 얻어라(Obtain a Yield)

 

 

키친가든이 일반 정원과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정원에 공을 들이는 만큼 우리에게 상응하는 보답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키친가든을 ‘먹을 수 있는 가든(Edible garden)’ 또는 ‘생산하는 가든(productive garden)’이라고 부른다. 

키친가든을 조성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당신이 가꾸려는 정원 주변의 환경과 조건에 잘 맞는 과일이나 채소, 허브류를 골라 심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당신과 가족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심으면 정원은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백악관의 키
친가든은 영부인이 직접 길러 만찬 때 외빈에게 요리해 내놓아 감동을 주기로 유명하다. 당신의 키친가든이 식재료 값을 아껴주고 농약, 비료를 치지 않아 건강한 먹거리를 가져다주는데 손님에게 감동까지 줄 수 있다니 취미를 넘어 효자를 키우는 격이다.

 

여기에 초록, 주황, 빨강, 보라, 노랑, 검정, 흰색 등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가 당신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주니 얻을 수 있는 소출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간 우리는 정원은 관상수로만 꾸미고 채소는 뒤뜰 텃밭으로 내보내기 일쑤였다. 많은 사람들이 농산물은 농부가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유전자 변형된 종자에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로 범벅인 농산물을 먹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온 지 오래다. 


사실 우리나라는 농산물 분야에 세계 최고기록이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6년 화학비료, 농약 사용량이 세계 최고이고 곡물 자급률은 세계 최하위다. 흔히 사용하는 유기합성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역사는 1930년대 전후로 시작되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과다사용이 어떠한 재앙을 가져올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다. 다수의 사람들이 100세 넘게 살아야 하는데, 먹거리가 위험하고 수명은 길어지면 남은 인생을 병들어 주변을 힘들게 할 터다. 긴 시간을 눈치보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있을까? 설상가상으로 나라의 국민연금 곳간은 2035년에는 바닥이 난다고 한다. 정부에 기댈 곳이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 전에 건강하고 작은 소출이지만 자급자족하며 웰빙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내 삶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내 손으로 먹거리를 키우는 과정에서 가드닝의 기쁨을 소출하는 것은 덤이다.

 

원칙4. 낭비하거나 망치지 말며, 교훈을 얻어라(Apply self-regulation and accept feedback)
 

들판의 양떼들은 풀을 뜯을 때 하나같이 지키는 원칙이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푸른 풀잎을 조금이라도 남겨 놓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

 

면 처음처럼 맛있게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살려둔다. 이처럼 들판의 초원을 망쳐버리지 않고 불필요한 풀을 뜯거나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영국의 초원은 항상 그 상태 그대로 보존된다. 네 번째 퍼머컬처의 원리는 내 행동이 미치는 결과에 대해 스스로 잘 살피고 남들의 비판을 경청하라는 것이다. 양들도 지키는 이 원리를 인간도 따라야 자연이 돌고 돌며 생태계의 순환고리가 끊기지 않는다.


돌고 도는 자연에는 패턴(pattern)이라는 흔적이 있다. 퍼머컬처에서는 자연이 남긴 패턴을 간과하지 않고 정원설계 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면 나뭇잎이 광합성을 하고 영양분을 뿌리에 가져가기 위해 생긴 잎줄기를 보자. 키친가든 농장은 정원관리 통로를 유사하게 디자인한다. 실제로 관행방식의 일자형 줄무늬의 고랑과 이랑에서 통로는 전체면적의 50%를 차지하지만 나뭇잎 줄기와 같은 통로는 전체 1/3의 면적을 차지해 효율적으로 여유 있게 식재 면적을 활용할 수 있다.


한 예로 2015년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원에서는 나뭇잎 구조에서 착안하여 이온의 이동 경로를 최대한 짧게 만든 초소형 전기저장장치 발명에 성공했다. 자연은 수억년에 거쳐 지금의 모습대로 효율성을 높이며 진화했기 때문에 자연을 잘 관찰하고 우리 생활에 적용하면 많은 이로움을 얻을 수 있다.

한겨울이 되면 우리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난방온도를 높이느라 석유나 가스를 많이 소비한다. 생각을 바꿔 벽의 단열을 신경 쓰고 내복과 두꺼운 옷을 하나씩 더 챙겨입으면 고갈되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매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내 정원을 둘러보면 자연을 재사용하여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먼저 무심히 바라만 봤던 뒷산을 관찰해 보자. 비가 오면 숲은 두꺼운 낙엽층과 비옥한 표토에 수분을 머금는다. 


비가 그치고 나면 조금씩 물과 영양분을 아래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산아래 산기슭에는 식물들이 잘 자란다. 이곳에 정원을 가꾸면 물과 양분을 주는 수고를 크게 덜 수 있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가두어 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키우며 배설물이 섞인 물을 끌어 식물에 주면 요즘 떠오르는 신농법인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를 하는 셈이다.


“자연이 가는 길을 가게 하라”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자원을 소비하거나 하이테크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우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새 지방의 군 단위까지 경쟁하듯 식물공장을 세우고 운영하다 문을 닫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식물공장 300평을 세우려면 3억5천만원이 든다. 그리고 운영을 하려면 상주해야 하는 인력이 필요한데 기본적인 양액 제조법과 자동제어법을 알아야 한다. 그 뿐인가? 높은 냉난방비와 배지, 양액재료 등 끊임없이 원가를 투입해야 한다. 운영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어 환경까지 오염시킨다. 이렇게 어렵게 생산된 농산물의 품질은 어떠한가? 질소, 인산, 칼륨 등 인간이 만든 몇 가지 영양제를 물에 섞어 투입한 결과 식감이 떨어지고 쉽게 무르고 상한다. 물과 영양분을 너무 부족함 없이 준 결과 뿌리가 아기 솜털같이 퇴화해 버릴 정도니 거친 자연 속에서 생장하는 식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재배 가능 식물로 나무는 어렵고 상추 같은 엽채류에 국한돼 선택의 
폭도 적다. 그나마 대도시에 근접한 곳에서 생산해야 수지가 겨우 맞을 정도다. 

 

사실 식물공장은 남극의 세종기지 같은 곳에서 선택지가 없을 때 컨테이너 키트로 생산하는 게 제격이다. 식물공장을 보면 옛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이 연상된다. 인간이 신에 가까이 가기 위해 바벨탑을 하늘 높이 쌓다 탑이 무너지는 이야기다. 인간이 식물을 공장에서 만들어 내기 위해 LED등으로 태양을 모방하고 몇 가지 영양제로 인간이 밝힐 수 없는 수만 종의 미생물과 미네랄이 있는 자연의 흙을 흉내 내며 식물을 키워 먹기까지 한다.

자연은 만드는 것이 아니고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키친가든은 이런 믿음 속에서 햇빛을 받으며 흙을 만지고 다양한 과실수와 채소를 심어 
나비와 새들이 날아들도록 하는 숲을 닮은 밭과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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