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는 장미 문화, 장미 정원] 장미와 평화
[다시 찾는 장미 문화, 장미 정원] 장미와 평화
  • 김욱균 집필위원
  • 승인 2020.05.19 09:44
  • 호수 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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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화와 희망, 그리고 화해의 메시지

전쟁과 테러, 분쟁과 갈등, 폭력에 대한 평화와 희망 그리고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장소에서는 장미를 자주 볼 수 있다. 뉴욕을 들리게 되면 한 번쯤은 센트럴파크를 거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 때마다 빌딩 숲속인 맨해튼에 자리 잡은 센트럴파크는 가히 도시의 허파라고 불릴 만큼 뻥 뚫린 시골 자연 같은 휴식처이며, 그 목가적인 경관은 뉴욕 사람들의 삶의 질을 청량하게 해 주는 곳이라고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문화적 예술적 장소들은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마련해 준다. 

센트럴파크 서쪽 가장자리에 스트로베리 필드(Strawberry Fields)라고 불리는 작은 공원이 있다. 언제나 장미가 놓여 있는 이곳은 IMAGINE” 으로 상징되는 공간이다. 평화를 노래한 가수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을 추모하기 위해서 그의 아내가 마련한 돈으로 1985년 10월 그의 생일에 개장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Imagine이 새겨진 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벤치나 이곳저곳 바닥에 자리를 잡고 있고, 끊임없이 스트로베리 필드를 오가며 간간이 장미를 두고 간다. 존 레논의 노래 Imagine은 평화의 메시지로 회자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평화 속에서 모두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사람들은 장미로 이런 상상을 응원하는 것 같다.

스트로베리 필드에서 15km 정도의 거리, 맨해튼 남단에 있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는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인한 아픔의 상처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 이곳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그랜드 제로(Ground Zero), 즉 희망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과 그날의 참악함을 기억하면서, 희망의 의지를 나누고 그들을 추억하는 방식으로 선택된 것 역시 한 송이의 장미다. 그라운드 제로가 보이는 광활한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검정 벽 둘레에는 군데군데에 장미가 한 송이씩 놓여 있었으며 그 장미들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미국 남부 애틀랜타시 스위트 오번(Sweet Auburn) 지역에는 “I have a dream”으로 기억되는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그는 196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킹 목사의 평화주의를 기념하는 방식도 장미이다. 스위트 오번에는 I Have A Dream World Peace Rose Garden 이라는 조그만 장미 정원이 있다. 여러 지역 학생들의 이름을 새겨 장미를 정원에 식재하면서 그를 추모하고 평화의 의미를 장미로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2. 평화와 치유의 상징- 장미 정원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미의 언어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가지고 있었다. 순결에서 비밀의 서약, 흐르는 인생의 덧없음, 삶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더러는 사랑을, 삶의 쾌락을, 또 침묵을, 그리고 성스러움과 축복을 표현하였다. 다양한 장미의 언어와 함께, 장미는 평화의 의미를 담아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현대에 이르면서 이러한 메시지가 장미 정원을 통해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네델란드 헤이그는 이준열사가 만국평화회의(The Hague Convention of 1907)에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밀사로 파견된 도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1913년, 국제간 중재재판소(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의 행정 본부로 Peace Palace가 헤이그에 설립된다. 그곳에 평화의 주제를 담기 위한 두 개의 장미 정원이 조성되었다. Peace Palace Rose Garden은 영국의 정원 디자이너 토마스 마슨(Thomas Mawson)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당시 여러 Rose Society들의 후원으로 정원이 조성된 것으로 기록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식재 관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진 못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는 전후(戰後) 추모 공원으로서의 장미 정원이 지속적으로 조성된다. 모든 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장미는 많은 국가와 민족의 수많은 다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전쟁의 추모 정원은 장미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3. 전쟁과 평화– 리디체 장미 정원 Lidice Memorial Rose Garden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회복 정신으로 주목을 받는 장미 정원이 있다. 체코의 리디체 장미 정원이다. 비극의 마을 리디체(Lidice)는 리디체 학살이 감행된 곳으로, 체코의 프라하 외곽에 있는 주민 300여명이 사는 작은 광산 마을이었다. 1942년 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중, 나치 독일의 친위대장은 체코 레지스탕스에 의해 피살된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독일군은 마을의 모든 성인 남자들을 총살시킨다. 그리고 방화와 폭격으로 마을을 완전히 파괴시킨 후 어린이와 여성들은 강제수용소로 보낸다. 독일군에 의해 자행된 이 대규모의 주민 학살 사건, 리디체 대학살(Lidice Massacre)은 전쟁의 참혹한 실상과 무자비한 파괴를 상징한다.

끔찍한 비극의 후유증을 회복하려는 정신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희망이 종전 후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영국 의회가 주도한 리디체 재건 운동(Lidice Shall Live)이 전개되었으며 마을은 다시 건설 된다. 그 결실로 1955년 6월, 평화와 우정의 정원(the Garden of Peace & Friendship)의 뜻과, 새롭게 건설된 리 디체와 옛 리디체 마을의 연결 의미를 담아 리디체 장미 정원(Lidice emorial Rose Garden)이 건립된다. 정원의 조성은 영국의 정원사 해리 윗크로프트(Harry Wheatcroft)가 주도하였다. 그 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서 장미의 기부가 지속되면서 정원은 확대되었고 몇 차례의 개보수를 거쳐, 현재 24,000 주의 장미가 식재된 10,000 평 규모의 장미 정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세계장미회(World Federation of Rose Societies)는 3년에 한 번씩 세계적으로 우수한 장미 정원을 선정한다. 리디체 장미 정원은 2015년 명예로운 ‘WFRS Award of Garden Excellence’를 수상하였으며, 역사적 유산을 오롯이 간직한 유럽의 아름다운 장미 정원 중의 한 곳으로 자리하고 있다.

4. 평화의 염원과 결실 – 피스 장미 (Rosa ‘Peace’)

1935년 육종된 장미 ‘3-35-40’이 피스 로즈로 1945년 베를린 함락일에 명명되어 시장에 출현되는 데는 10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리고 종전 후 1945년, 유엔이 창설된 San Francisco첫 회의 때 이 장미가 지구상에서 인류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이 화합하는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참가 회원국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3월호 ‘피스 장미는 왜 평화의 장미일까?’ 참고)세계 많은 곳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로 Peace Rose를 식재해 왔고 많은 곳에 Peace Rose Garden이 조성되었다.

5. 장미로 기억되는 희생과 공헌– Rosa ‘We Will Remember Them’, 그리고 Rosa ‘Turn Toward Busan’

1918년 11월11일 11시에 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다. 9백만에서 천3백만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세계 평화가 구현되기까지는 엄청난 희생의 대가가 치러졌고, 그 희생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서 기억되어야 한다. 

영연방 국가들은 11월11일을 추도일(Re_membrance Day)로 정해서 그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평화를 위한 희생을 표현하고 기억을 하는 방법으로 장미는 여전히 많이 활용된다. 장미는 헌사와 추모, 기념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Remembrance Rose, Memorial Rose, Tribute Rose 등으로 호칭된다. 

We Will Remember Them 장미는 호주의 Knight Rose 회사가 호주와 뉴질랜드의 1차 세계대전 참가와 세계 평화에 대한 공헌을 기념하기 위해서 2015년도 육종, 출시한 헌사(獻辭)의 장미이다. 핑크와 오렌지색이 배합되어 새벽의 동트는 모습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하이브리드 티 장미이다.부산의 대현동에는 한국전쟁에 참가한 유엔군 전사자들을 기념하는 UN기념공원이 있다. 장미 정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곳곳에 장미를 심고 정성스럽게 가꾸어 평화를 위한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고 그들을 추모하고 있다.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은 매년  11월 이곳 UN기념공원에서 개최하는 행사이다. “부산을 향하여 하나 되는 순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1월 11일 11시, 1분간의 사이렌이 울린다. 시에, 한국전쟁에 참가한 21개 참전국가에서 이 시각에 부산이 있는 방향을 보며 함께 부산 UN기념공원에 안장된 참전 전사자들을 1분간 추모하며 묵념한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한국전 참전자인 캐나다의 빈센트 커트니(Vincent Courtenay)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행사의 시작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Rosa ‘Turn Toward Busan’처럼 장미로 기억되는 희생과 공헌의 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장미로 전해지는 평화와 희망, 그리고 화해의 메시지는 존 레논의 ‘Imagine’처럼 보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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