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에 산다] 결실을 보고 부족함을 채우는 계절
[식물원에 산다] 결실을 보고 부족함을 채우는 계절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20.05.21 14:15
  • 호수 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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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계절의 여왕이 돌아왔다. 왔다라는 표현보다는 ‘돌아와서 기쁘다’ 또는 ‘기쁘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정원을 바라보는 이들은 5월은 가드너에게 매우 바쁜 기간으로 생각되지만 사실 가드너가 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물을 주는 것이 하루일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계시즌이 하계시즌보다 가드너가 할 일이 더 많은데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하계시즌이 좀 더 무리 없이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식물원 내에서도 파트별로 업무의 경중이 있어서 쉽게 계절별로 업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5월이라는 계절을 필자가 서두부터 정리해 보자면 가드너가 관리해온 정원이 얼마나 잘 관리 되었는지를 평가받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호는 5월의 식물원에서 가드너들이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식물원, 정원, 공원 등의 개념과 활용적인 의미는 다르지만, 실제 어떠한 녹색 공간이더 라도 변화가 없다면 단순히 숲에 지나지 않는다. 혹자는 숲이 된다면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것이라면 애초부터 수목을 심어 가꾸는 것이 좋지 다양한 식생을 혼식할 필요는 없다. 이 시기에는 내 식물원과 정원에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를 잘 관찰하여 단계적으로 현재 바로 적용 할 지 준비 후적용 할 지 그리고 차기년도에 도입 할 지 등으로 나누어 실행하 여야 한다.


필자는 여섯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았다. 보는 이에 따라 호불 호가 있을 수 있으나, 상황에 맞게 변형하여 쓴다면 좋으리라 생각된다. 그린킵퍼(Green Keeper)가 잔디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늘 관찰하고 돌아다니듯이 정원사(Gardener) 또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정원을 돌아보며 문제점을 확인한다. 돌아다니는 것은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지만 실제 정원에 대한 견해가 높은 사람은 정원을 보는 순간 문제점, 개선점 및 장단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럼 정원사로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이 시기에 해야 할 일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식물식재에 대한 보식
대부분의 정원디자이너와 정원사들은 늘 최고의 정원을 꿈꾸며 디자인과 식재를 하지만 막상 조성된 정원의 모습은 최고의 모습을 100% 구현해 내지 못한다. 그건 디자이너와 정원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구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늘 부족한 식물적 요소를 찾아내 관람객에게 보다 좋은 경관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식물에 따라서 최고의 식물상태를 표현하 는데 걸리는 시간, 관리적 요소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어린 식물을 심어 기존의 식물과 조화를 이루는 데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정원에 도입되는 식물을 어느 정도 키우는 선 재배와 보식을 겸해 정원의 최고치를 표현하는 것이 보편적 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 번에 최고의 경관을 표현하거나 가격이 저렴한 어린 식물의 집중 식재로 제대로 된 경관을 표현하는데 불필 요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왜 나의 정원은 이렇게 부족한 부분이 많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필자가 이러한 질문에 답변한다면, 너무 성급하게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말고 빈 땅의 환경, 주변의 식생, 생육 속도 등을 감안해 식물의 식재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같은 날 태어난다고 키가 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식재의 패턴은 단순히 화색, 화형, 초장, 엽색등 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식물의 영속성, 성장성, 확장성 그리고 생육 속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원 식물의 대부분은 사실 자생 식물 보다는 외래종 또는 외국의 원종을 바탕으로 육종된 품종이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환경보다 육종한 나라의 특성에 맞게 개발되었기에 우리나라의 환경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자신의 정원에 부족한 부분을 무엇인가로 채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원종을 근거로 하는 식물을 먼저 고려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둘째, 식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의 정원시설 개선

 

정원이라는 것은 자연의 수려한 모습을 나의 공간에 옮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동일한 모습을 옮겨 놓으면 자연과 차이가 있기는 쉽지 않다. 물론 독특한 식물, 느낌이 다른 식물들을 심는다면 더 나아지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스스 로의 이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새로운 무엇인가를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 하고 있다.

필자는 국내외 식물원을 가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식물 보다 정원 시설물들을 먼저 본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일 년 중 한 시기에만 꽃이 피므로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하다. 물론 순차적으로 다른 식물 들의 개화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이것이 최고의 대안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 이다. 정원의 화려한 정원시설물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관람객의 이용 측면을 본다면 벤치, 아치, 파고라 등 보편적인 소재의 선정은 일상적이 면서도 정원 식물을 한층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장소에 따라 목재, 석재, 철재 등 다양한 소재와 자유곡선, 원형, 격자형 등 다양한 모양을 표현하는데 이것은 주변의 식재와 잘 어울려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시설물의 디자인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관람객의 기호, 소재의 내구성, 정원의 다양성 등이 복합적 으로 변화하면서 누구나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커서, 올해 본 정원은 내년에 다시 보려하지 않는다. 정원은 스스로도 매년 바뀌고 있다. 식물의 성장은 곧 정원의 변화인데 이를 늘 관리하고 변화를 꽤하는 식물원의 근무자는 사실 이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정원시설물의 개선은 식물의 변화에 맞추어 서서히 개선하는 것이 좋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꾸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정원시설의 개선이라는 것은 식물의 변화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지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식물원이 나아갈 식물유전자원 연구의 정진
요즘 우리나라의 환경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오르고, 사계절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우기와 건기로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정원 식물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식재가 어려운 식물이 생기고 식재가 어려웠던 식물의 식재가 가능해졌다. 오늘도 어떤 식물들은 멸종하고 어떤 식물들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식물들의 연구는 많은 유전자원을 가진 식물원의 몫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많은 유전자원의 수집은 한곳에 식재가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품종의 육성, 보전 및 다양성 연구를 추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구라고 해서 매우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조금 있으면 한창 피기 시작하는 백합의 경우 꽃가루를 수분시켜서 종자를 길러 본다면 아마도 다양한 형태와 색이 나올 것이다. 
물론 원하는 종이 되지는 않더라도 현재 심겨진 식물 보다는 다양성이 높아질 것이 다. 이런 이유에서 인간은 끈임 없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사라져가는 식물 연구, 새로운 식물의 창조, 그리고 이것들을 통한 보급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고 지구에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의무가 아닐까.

 

넷째, 식물원의 종합적인 개념을 일반화시킬 수 있는 정원의 조성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정원과 식물원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나라 전체가 정원화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원과 정원문화의 보급은 한편으로는 잘못된 인식의 전환으로 식물에 대한 인식을 져버리는 경우가 있어 필자로서는 매우 안타 깝다. 정원이라는 것은 식물원이라는 종합적인 운영관리의 체계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파생된 형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정원의 시작은 수렵문화에서 농경문화로 발달하면서 시작된 형태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정원은 식물원이 그 뿌리라고 보아도 될듯하다. 정원은 많은 식물을 심고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심겨진 식물을 잘 가꾸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만 죽으면 다시 식물을 심는 형태로 발전한다면 가드닝(Gardening)의 기본적인 개념과는 맞지 않는다. 많은 식물을 관리하는 식물원은 식물의 토양, 기후, 환경 등을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의 보급과 관리기술 전파에 노력을 기하여야 한다. 일회성으로 심고 버려지는 식물을 줄이고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식물 소재의 보급이 보다 효율적인 정원조성의 방법이라할 수 있겠다. 식물원은 어려운 식물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떠나서 누구나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식물 소재를 활용하여 보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섯째, 신품종 육성을 위한 유전자원의 도입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편적인 공공정원(Public Garden)의 보급과 아울러 새로운 식물의 보급도 중요한 기능으로 생각된다. 물론 상업적으로 육종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과 사람도 있지만, 식물원만큼 다양한 식물 유전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도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신품종을 육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원의 개발을 위해서는 모든 식물을 대상으로 접근할 수는 없으므로 식물원에서 중요 유전자원으로 여기는 식물부터 도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원도 필요하지만 특정 과 또는 속의 유전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화시키기에는 식물원 또는 정원에 더 유리하다. 결론적으로 우리집 정원에 새로 심는 식물은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유지 관리적 기능을 위한 식물이 우선 적으로 선정되어야 하고 부수적으로 경관적인 식물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어떤 식물이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도입하고자 하는 장소의 환경이 고려되어야 하고 그 식물을 관리하는 정원사의 관리 기여도의 높낮이가 식물의 생장을 결정하게 된다. 육종을 떠나서 새로운 식물의 도입은 기존에 있는 식물들과의 조화 로움도 중요하므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고 또한 도입 시에 병해 충이 따라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방제를 하고 순화과정을 거치는 것이 최선의 도입방법이다.

 

여섯째, 새로운 볼거리 창출 위한 정원 아이디어 개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식물원과 정원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식물과의 융합을 기본 으로 하여 창의적인 정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존의 정원요소가 식물과 정원시설물이었다면 이제는 전혀 식물과 어울릴 수없었던 분야의 요소들이 정원으로 속속 적용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점이 있지만, 정원이 보다 보편적으로 성행하는 것은 긍정 적인 부분도 있다. 식물이 표현할 수 없는 모양, 색, 구조물 등을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여 표현되는 정원은 전통적인 정원의 틀에서 새로운 변화를 불러온다는 장점이 있다. 이 부분에서 적어도 식물을 혹사하거나 식물의 생리를 거스르는 것은 오히려 식물의 입장에서 혹사당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정원은 기본적으로 식물의 원활한 생육이 뒷받침되고 무언가가 추가되는 것이 좋지, 시설물이 주인공이 되 고 식물이 조연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원 아이디어는 정답이 없다. 무언가를 정원 내에 도입하는 것은 바림직하고 그 영속성과 식물이 잘 결합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지금까지 일 년 중에 다소 여유가 있는 5월에 정원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아보았는데 이건 필자의 생각일 수 있다. 어떤 시기에 상관 없이 계절에 맞는 정원을 가꾸고 싶다면 그 계절의 모범적인 정원과 이와 관련된 곳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필자는 정원사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훌륭한 디자이 너의 설계보다는 훌륭한 정원사의 관리가 보다 좋은 식물원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 정원사 또는 이와 관련된 분야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식물이 잘 되기만을 바랄 것이다.

오늘도 정원에서 식물들은 서로의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식물의 치열한 생사의 경합을 알아주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 사람들이 몰라주더라도 오늘 필자는 내일 더 빛나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전지가위를 열심히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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