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세이] 7월, 초록빛 정원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정원에세이] 7월, 초록빛 정원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 전영호 집필위원
  • 승인 2020.07.14 17:23
  • 호수 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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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입니다. 하늘 아래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속에 이제는 바깥 활동을 하기엔 조금 힘든 계절이 왔습니다. 
정원의 심어둔 식물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까지도 찌는듯한 더위에 높은 습도까지. 일을 시작한 지 얼마지 않아, 온몸이 온통 땀으로 흠뻑 젖어 버립니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정원과 관람로에 물을 뿌려주어도 잠시 서늘해지나 싶다가도 언제 물을 뿌렸냐는 듯이 금세 말라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원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도 크게 줄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이 시기의 정원 일은 다른 계절보다 더 고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본격적으로 풀들과의 전쟁이 시작되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장마도 대비해야 합니다. 화단이 마르지 않도록 수시로 관리를 해줘야 하며, 뜨거운 햇살에 녹아버린 꽃들도 교체해주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또 습한 날씨와 몰려드는 벌레들의 방제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정말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정원 일은 끝이 없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힘들고 금방 지치겠지만, 그래도 고된 일들을 기쁘게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무언가가 여름 정원 안에는 숨어 있습니다.  

먼저, 웅장하게 우거진 나무들의 숲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여름 정원의 풍경을 잘 나타내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거기에 빠지지 않고 있어야 할 게 바로 ‘나무’입니다.
봄에 비해 화려하지도 않고, 가을의 단풍도 구경할 수 없는 온통 초록의 모습을 한, 여름의 나무들이 뭐 그리 아름답다고 생각할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마냥 화려하지 않기에,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의 숨어있던 결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우리 눈에 다 같은 초록으로만 보였던 나무의 색들이 빛의 차이에 따라 더 다양한 색을 품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또한, 우리가 잎과 나무의 수피를 관찰할 때 나무는 뜨거운 햇볕을 피해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그늘 안에 숨어 파도치듯 술렁이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볼 때는 잠시나마 더위가 가시는 시원함도 느끼게 됩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잎을 가진 여름 식물들의 향연도 펼쳐지게 됩니다.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놓은 듯, 더욱 선명한 초록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호스타들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여름은 수국의 계절입니다.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수국의 탐스러운 꽃들을 감상하기 위해서 더운 날씨를 감수하고도 수국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몽실몽실 어린아이 얼굴만 하게 피는 탐스런 수국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는 다 담기 어렵기에 직접 봐야만 느낄 수가 있습니다.  
화려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듯, 은은한 그 수국의 색상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다 보면 잠깐 다른 세상에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몽실몽실한 일반수국 외에도, 미국수국, 나무수국, 떡갈잎수국, 그리고 산수국까지 많은 종류의 수국들이 있습니다. 

‘수국’이라는 이름답게 수국은 물을 참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화분에 심은 수국은 하루에도 여러 번 물을 줘야지 그 탐스러운 자태를 뽐냅니다. 그래서 관리하기가 힘든 식물이긴 하지만, 물을 주고 난 후의 활짝 핀 꽃들을 보면 그런 수고스러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여름 정원을 감상하는데 꼭 빠지지 않는 요소에는 ‘물’도 있습니다. 더불어 수생식물을 관찰하기에도 최적인 계절입니다. 
사계절 다양한 연못의 풍경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꼽으라면, 단연 여름입니다. 여름 정원의 연못 주위에는 수련을 비롯해 연꽃, 수련, 부들, 아이리스 같은 수많은 수생식물이 자라게 됩니다. 아침에 피고 지는 연못 가득 한 수련과 은은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 살랑이는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아이리스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식물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이렇게 하나, 둘 여름 정원에서 즐길 만한 요소를 찾는다면 훨씬 더 즐거운 정원 산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즐길거리를 찾기 전에 여름의 더위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인내심이 꼭 필요하다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식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뒷받침된다면, 미처 보지 못했던, 여름의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여름도 매우 더웠지만, 올여름은 그때를 능가하는 엄청난 더위가 찾아올 거라고 합니다. 지금도 밖에서 일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얼굴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시질 않는데 더 더워진다니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안에만 있기보다 그래도 가끔은 나무와 꽃이 가득한 밖으로 나와 자연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요? 조금 덥기는 해도 좋은 공기와 함께 상쾌한 초록의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시길 기대합니다.

 

전영호 (아침고요수목원 식물연구부 식재디자인팀 주임)

 

-더 자세한 여름 정원의 아름다움은 '월간 가드닝 7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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