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숲이야기] 8월 수생식물편
[재미있는 숲이야기] 8월 수생식물편
  • 양형호 집필위원
  • 승인 2020.08.05 14:48
  • 호수 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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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백년 전 씨앗도 꽃을 피우다


물에 잘 적응해 생활사(생물개체가 나서 사망할 때까지의 과정)군이 중 어느 한 시기를 물에서 자라는 식물을 수생식물이라 한다. 수생식물은 물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육지 식물과 다르게 수중 생활에 적응하며 통기조직, 방수기능, 물 위에 꽃이 피는 특징 등을 가지고 있다.
수생식물은 생활사에 따라 정수식물, 부유식물, 부엽식물, 침수식물로 나누며 같은 식물이라도 수중상태에 따라 형태적 특성이 다르게 표현되기도 한다. 

 

하늘을 바라보는 연밥
하늘을 바라보는 연밥

 

정수식물 연꽃 : 7백 년 전 씨앗으로 꽃을 피우다

물속에 있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잎과 줄기는 물 위에서 자라는 수생식물을 말한다. 대표적인 식물로 연꽃, 부들, 벗풀 등이 있다. 연꽃은 잎이 물 위로 솟는 정수식물이지만, 뿌리에서 처음 나오는 잎은 부엽식물처럼 물 위에 뜨다가 얼마큼 자라면 물 위로 본잎이 나온다.

연꽃은 물이 있다고 해서 아무 곳에서 잘 자라지는 않는다. 물이 흐르는 강이나 연못보다는 물이 고여 흐르지 않는 수온이 높은 못이나 연못에서 생육이 좋다. 수온이 낮거나 인위적으로 만든 연못에 토심이 얕을 때는, 적당한 크기의 연통에 흙을 채워 연을 심은 후 물에 넣는 게 생육에 좋다.

연꽃은 수정되면 물뿌리개 꼭지 같은 연밥이 생긴다. 연밥은 익기 전에는 구멍이 없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씨앗이 점점 익으면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구멍이 커진다. 씨앗이 다 성숙하면 구멍이 커진 연밥에서 물로 떨어져 번식한다.

물에 떨어진 연 씨앗은 보존 상태가 좋으면 수백 년 동안 발아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경남 함안 성산산성의 유적 발굴 과정에서 700여 년 전 고려시대 연꽃 씨앗이 수습되었다. 이 씨앗을 발아시켜 꽃을 피웠는데, 함안 지역의 가야시대 나라 이름인 ‘아라’를 붙여 ‘아라 홍련’이라 부른다. 아라 홍련은 꽃잎 아래쪽은 흰색이나 꽃잎 끝으로 갈수록 선홍색에서 진홍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존빅토리아 수련(Victoria amazonica)
아마존빅토리아 수련(Victoria amazonica)

 

부엽식물 :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수련

뿌리는 물속 땅에 있고 잎은 수면에 떠 있는 식물을 부엽식물이라 부른다. 수련이 대표적인 부엽식물이다. 그 외 가래, 가시연꽃, 어리연꽃 등이 부엽식물이다. 흔히 사람들은 수련을 물에 사는 연꽃이라 수련(水蓮)이라 부른다 생각한다. 하지만 오전에 핀 수련 꽃이 오후가 되어 꽃잎을 오므린 모습이 마치 잠을 자는 것 같다 하여 수련(睡蓮)이라 부른다. 수련은 수온에 크게 상관없이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

수련은 수면에 떠 있는 잎은 끝이 갈라져 있는 게 특징이다. 수련이 사는 연못은 가뭄이나 강수량에 따라 수심이 수시로 변하는데, 수련 꽃은 변하는 수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잎줄기나 꽃대의 길이를 빠르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수심이 2m이상 깊어도 물 위로 잎을 뻗어 올릴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또 부엽식물은 잎을 유선으로 만들어 물살이 생겨도 방향을 잡아 잎이 물살에 꺾이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꽃이 지면 수련은 꽃대를 나사처럼 또르르 말아 물속으로 끌어들여 씨앗을 보호한다.

 

부레옥잠(Eichhornia_crassipes_A)
부레옥잠(Eichhornia_crassipes_A)

 

부유식물 : 비바람에 뒤집히지 않는 무게추가 되는 뿌리

개구리밥이나 부레옥잠처럼 물 위를 떠다니는 식물을 ‘부유식물’이라 한다. 부유식물은 식물체 줄기나 잎에 공기가 들어있는 튜브 형태의 공기주머니가 있다. 공기주머니는 물이 깊으면 커지고 물이 얕아지면 작거나 형태가 없어지기도 한다. 부유식물은 독립된 개체로 떠다니기보다는 러너 형태로 긴 줄기에 새로운 개체를 많이 만들어 수많은 개체가 군락 형태로 생활한다.
대부분의 부엽식물은 물속으로 뿌리를 뻗고 있는데, 이 뿌리는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기도 하지만 무게추 역할도 한다. 바람이나 물결이 일어도 식물체가 뒤집히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수생식물은 물고기들 같은 수생생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공간을 제공한다. 또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어 생물 종 다양성에 크게 기여한다. 수초를 제거하기 전에는 많은 물고기가 호수 가장자리까지 와서 안전하게 먹이활동을 했지만, 제거 후에는 숨을 공간이 없어져 사람들 가까운 곳에서는 쉽게 물고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물이 있으면 저절로 생기는 식물로 생물 종 다양성에 기여해 지구생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수생식물의 특징을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람과 같은 소중한 생명체라는 생태적 관점에서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길 기대해 본다.


양형호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


-월간 가드닝 8월호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더 재밌고 다양한 ‘수생식물 이야기’ 월간 가드닝 8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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