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식물원에 산다] 9월, 식물에 대한 편견 네 가지
[나는 오늘도 식물원에 산다] 9월, 식물에 대한 편견 네 가지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20.09.03 12:48
  • 호수 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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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편견 네 가지

 

 

편견 첫 번째. 남향으로 심으면 좋다

편견 첫 번째, ‘식물은 남향으로 심으면 좋다.’다. 식물을 키워본 사람들이 흔하게 하는 말이 식물은 남향에, 해가 잘 드는 곳에 심어야 한다고 한다. 과연 정답일까. 물론 정답도 아니고 틀린 답도 아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의 70% 정도가 반그늘 또는 그늘의 서늘하고 직사광선이 내리쬐지 않는 환경을 좋아한다. 대체로 평지보다 비탈면 또는 경사지에 서식하여 식물체가 물에 잠기는 것을 싫어한다.

이러한 식물들과 이런 식물을 육종하여 만들어진 식물들을 햇볕이 많이 들고 투수성이 떨어지는 평지에 심는다면, 제대로 된 생육을 하기 힘들다. 보통 도감을 보게 되면 초장, 수고라고 해서 00~00이라고 적혀 있다. 이건 최적의 생육을 했을 때를 적어 놓은 것이다. 만약 내가 키우는 식물이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환경의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강한 광선, 건조피해, 보비력 저해 등 다양한 이유로 문제가 된다면 식물은 겨우 살아있는 정도의 초장과 수고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장소를 잘못 정해 심는다는 것은 시작부터 생육의 문제를 안고 간다는 것이다. 식물을 심을 때 적어도 삽질 한번, 호미질 한 번이라도 해보고 심는다면 토양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주변의 통기성과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오후 3~6시 사이의 해는 최대한 가려줄 수 있는 수목들이 있는 곳이 생육환경에 좋다. 

 

 

편견 두 번째. 환경에 따라 식물을 심는다

보통 우리는 식물을 심을 때 토양에 점질토양이 많고 축축한 토성을 가지고 있으면, 흔히 물을 좋아하는 식물을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건 초기 식물의 생육을 안정적으로 가지고 가기 위해서 하는 말이지 꼭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다면, 초기에는 토양의 환경에 맞는 식물을 선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기존 토양의 환경을 약간의 성토작업, 토양의 투수성을 확보하기 위한 객토 작업, 수분의 증발산을 높이기 위한 천공작업 등을 시행한다면 전혀 다른 식물을 고를 수 있다. 흔히 낙우송은 물속에서 사는 식물로 여겨지지만, 실제 식재 시에 바로 물속에 심는다면 이 나무는 고사할 것이다. 배수가 잘되어야 하는 소나무도 모래성분이 많은 토양에만 심는다면 생육이 불안정할 것이다. 우리가 식물들의 평균적인 능력만 바라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 어느 토양도 결론적으로 계절적 영향을 안고 있다. 그래서 최저점과 최고점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범위를 가지게 된다. 우린 이런 결과를 평균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런 결론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식한 소나무는 초기 뿌리 활착을 위해서 일정의 보수성 토양을 가져야 하고 낙우송도 초기 토양 호흡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배수성 토양을 가져야 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환경에 따라 식물을 달리 심는 것은 정답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프랑스 모네의정원
프랑스 모네의정원

 

편견 세 번째. 매뉴얼에 따른 관리 

우리는 식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경험보다는 글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능숙한 가드너에게 식물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식물이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해주고 매일매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식물의 관리는 사실 나라, 지역, 환경 등이 모두 달라서, 같은 식물을 관리해도 그 상황이 모두 다르다. 대처법 또한 다르다. 물론 그 식물이 갖는 일정의 패턴에 대한 노하우는 전달할 수 있다. 그 외의 나머지는 직접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가드너의 능력과 현장에서의 판단력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식물마다 중요한 관리 포인트를 먼저 숙지하고 식물이 필요로 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육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실제 가드너가 가져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식물관리에 있어 매뉴얼은 계절별 가드너가 해야 할 업무를 열거한 것이지 식물관리의 체크포인트를 열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드너의 업무에서 매뉴얼을 벗어난 상황판단은 정원의 관리요구도를 높일 수도 줄일 수도 있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옥스퍼드 식물원
옥스퍼드 식물원

 

편견 네 번째. 타인에게 경험과 노하우 수집

식물을 키우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키우는 방법에 대해 찾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식물을 잘 키우는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신 적은 있던가. 필자는 검색 대신 식물을 일단 죽여 봐야 다음에 다른 방법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죽기 전에 다양한 방법을 쓰게 되면 정작 어떠한 이유로 식물이 죽었는지 알 수 없다. 병인지 벌레 때문인지 배수 불량인지 광 조건 때문인지, 문제점을 인지한다면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 

사실 처음 한두 가지의 식물을 키우는 것이 힘들지 100종, 1,000종 다양하게 키우다 보면 식물은 일정한 룰을 가지게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물을 주고, 일정 간격으로 거름을 주며, 성장 속도에 따라서 가지를 잘라주고, 계절에 따라 멀칭 작업을 하는 등 연중 비슷한 작업이 반복된다. 이것을 식물관리의 ‘규칙성’이라 하는데, 이 룰을 잘 지킨다면 식물은 잘 자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의 한 부분이라도 결핍되면 식물은 병해충으로부터 방어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식물과의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게 된다. 가드너의 진정한 경험은 한결같은 일과에 있다. 그중에서도 정말 중요한 것은 식물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

 

- 월간가드닝 9월호 ‘나는 오늘도 식물원에 산다’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식물에 대해 알아야 할 네 가지'는 월간가드닝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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