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호 열두 달 장미 정원 가꾸기] 와이너리(Winery)의 장미
[10월호 열두 달 장미 정원 가꾸기] 와이너리(Winery)의 장미
  • 김욱균 집필위원
  • 승인 2020.12.14 14:01
  • 호수 9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미 식재

 

 

부르고뉴의 포도밭_ 아르부아(Arbois) ⓒAlainDOIRE__Bourgogne-Franche-Comte Tourisme
부르고뉴의 포도밭_ 아르부아(Arbois) ⓒAlainDOIRE__Bourgogne-Franche-Comte Tourisme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에는 왜 장미가 식재되어 있을까? 

프랑스 중동부 지역의 부르고뉴(Bourgogne)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대표적 와인 생산지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250km 정도의 거리에 있다.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 지역 중 하나로 여러 마을에 작은 규모로 오랫동안 대를 이어온 포도원들이 많다. 

‘황금의 언덕’이라 불리는 ‘꼬뜨 도르(Côte d'Or)’ 지역의 디종(Dijon)시부터, 최초의 현대 장미 ‘라 프랑스(La France)’의 출생지 리옹(Lyon)시에 이르기까지, 아기자기한 부르고뉴의 와인마을들이 흩어져 있다. 보졸레 누보(Beaujolais)는 매해 가을에 수확한 포도를 한 달 정도 숙성시킨 뒤 같은 해 11월 셋째 주 목요일 전 세계에 동시 출하하는 햇포도주로 낯설지 않다. 보졸레 누보를 생산하는 보졸레 빌라주(Beaujolais Villages)를 포함, 보졸레 와인지역은 리옹과 부르고뉴 와인산지의 남쪽 매콩(Macon) 사이 언덕에 형성되어 있다. 

몇 년 전 리옹에서 세계장미회의(World Rose Convention)가 열렸다. 신화시대부터 많은 전설과 스토리를 가진 장미와 와인의 상징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한 사교 행사가 보졸레 지역 한 와인산지 마을의 오래된 와인 저장고에서 열렸다. 만찬은 보졸레 지역의 와인과 음식으로 차려졌다. 만찬과 함께 우수한 품질의 와인등급(보졸레 크뤼_Cru de Beaujolais)을 가진, 보졸레 10개 마을연합(콩페니옹 디 보졸레_Compagnons du Beaujolais)의 결성을 기념하는 전통 행사도 재현했다. 특히 장미 문화에 공헌한 세계 곳곳의 로자리안들에게 보졸레의 기사(Knight of Beaujolais) 작위를 수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와인마을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은 탐스러운 장미들이다. 또한 포도를 경작하는 포도원에도 장미가 심겨 있다. 포도원의 가장자리에 장미가 식재되어 있다. 포도의 재배와 장미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부르고뉴 포도밭의 장미 ⓒAlainDOIRE__Bourgogne-Franche-Comte Tourisme
부르고뉴 포도밭의 장미 ⓒAlainDOIRE__Bourgogne-Franche-Comte Tourisme

 

장미는 포도의 병해를 관리할 수 있는 지표다

장미와 포도는 오랫동안 함께 식재되어왔다. 포도원은 포도를 심은 고랑 끝부분에 장미를 식재했다. 포도의 병해를 감지하기 위한 지표 식물로 장미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또 장미의 가시는 농장에서 기르던 말이 포도밭을 훼손할 수 없도록 울타리 역할을 했다. 포도와 장미는 관수, 햇빛, 토양, 기온 등 생장에 적합한 환경과 습성의 유사성이 많다. 분류학적으로도 근접성이 있다. 둘 다 목련 강(Magnoliopsida Class), 로사이디 아강(Rosidae Subclass)에 속한다.

그 연유와 방법을 조금 더 살펴보면, 오랜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포도 농사를 해온 와인너리의 전통을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와이너리의 포도밭은 관수하지 않는 건지 농법(dry farming)을 적용한다. 포도 뿌리가 깊은 수원(水源)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물을 공급하지 않는 건조한 환경이 포도의 풍미를 농축시키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흰가루병(powdery mildew)에 노출되지 않도록 극도의 관심이 필요하다. 흰가루병은 건조하고 그늘지고 통기가 안 되는 포도밭의 하부 환경에서 빠르게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흰가루병으로 포도잎이 훼손되게 포도의 맛이 변하고 수확의 질과 양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오늘날 내병성이 강한 장미가 많이 육종되고 있지만, 오래전 장미는 지금보다 병해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장미에 전염하는 흰가루곰팡이와 포도에 전염하는 곰팡이는 다른 종류다. 이들은 발현되는 환경의 온도도 다르다. 

장미의 흰가루병 곰팡이(fungus Sphaerotheca)는 섭씨 21℃ 정도의 낮 기온과 서늘한 밤에 습도가 높아지면 발현된다. 그러나 27℃ 정도의 기온대가 되면 성장을 멈춘다. 반면 포도의 곰팡이(fungus Uncinula)는 장미의 곰팡이가 성장을 멈춘 27℃에서 번식을 시작해 30℃가 되야 멈춘다. 또 포도의 곰팡이균은 번식에 6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장미에 흰가루병이 생기면 포도밭은 방제준비를 할 수 있고, 장미의 상태를 지표로 포도를 보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와이너리에서는 화학적 방제를 하지 않고 가용성 유황으로 보호를 한다. 

 

샹볼 뮈지니 (Chambolle-Musigny) 포도밭 ⓒAlainDOIRE__Bourgogne-Franche-Comte Tourisme
샹볼 뮈지니 (Chambolle-Musigny) 포도밭 ⓒAlainDOIRE__Bourgogne-Franche-Comte Tourisme

 

장미로 꾸며지는 와이너리

“우리 와이너리에 오셔서 헨리 포드, 잉글리드 버거만, 빙 그로스비, 존 에프 케네디, 아브람 링컨을 만나보세요!” 

모두 장미 이름이다. 장미는 유인 효과도 우수하며 포도원과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소재다. 오늘날 와인 산지는 포도가 자라는 토양,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양조장에서의 시음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휴식과 다이닝, 문화적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와인테이스팅, 포도 수확 계절의 축제, 소믈리에의 와인 클라스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전통적으로 장미는 포도 병해의 효과적인 경보 시스템으로 포도밭에 식재가 시작되었지만, 포도원의 미적 경관에도 도움을 주었다. 포도밭 주위의 장미 식재는 주변을 아름답게 한다. 포도의 색깔과 장미의 색상을 맞추어 조화로운 경관을 조성하는 포도원도 있다. 다른 색상의 장미가 블록별로 식재되어 포도의 품종을 식별하는 기능적 효과도 볼 수 있다. 포도재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통적으로 하던 포도밭 장미 식재는 점차 동네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었다. 오늘날까지 와이너리에 부합하는 요소로 장미를 활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장미를 포도밭의 가장자리에 심는 것은, 건조한 환경이 필요한 포도와 수분의 공급이 필요한 장미가, 포도와 공생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김욱균 (한국장미회 회장)   

 

-더 다양한 열두 달 장미정원 이야기는 2020 월간가드닝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