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호 개인정원] 정원은 사라져도 향기를 남기다 
[10월호 개인정원] 정원은 사라져도 향기를 남기다 
  • 편집부
  • 승인 2020.12.14 15:01
  • 호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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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오미화 씨의 ‘향기품은뜰’ 정원 

 

정원은 사라져도 향기를 남기다 

 

 

나만 알고 싶은 동네 카페

오미화 씨가 운영하는 카페 ‘향기품은뜰’은 한눈에 봐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한옥을 개조해 만들어 큰 틀은 한옥 형태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아치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등이 프랑스의 니스 지역과 영국 웨일즈의 시골집 느낌이 난다. 그래서 이 집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동서양이 함께 자리한 인테리어는 창밖 풍경과 어우러지면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카페 내부에서 밖을 내다보면 오미화 씨가 유럽에서 모티브를 얻어 완성한 아름다운 정원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오미화 씨가 ‘꽃마당’이라고 부르는 이곳 정원에는 대표적인 한국 야생화인 접시꽃부터 찔레장미, 비교적 최근에 수입해온 떡갈잎수국, 알스트로메리아, 솔잎도라지, 글로브길리아, 모란, 매실나무 등 다양한 초화와 교목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 특파원이던 남편을 따라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본 것이 많습니다. 프랑스 리스 해변가의 낮게 지어진 집에 감명을 받았고, 자연스러운 영국 시골 정원을 거닐며 영감을 받기도 했죠.” 오미화 씨는 전문적으로 ‘정원’이라는 분야를 배우지 않았다. 산촌에 살며 어린 시절 길러온 꽃과 나무에 대한 애정이 나이가 들어 빛을 발했다고 한다.

 

 

사계절 향기가 끊이지 않는 비결

본래 이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이 정원엔 하루하루 쉼 없이 움직이는 오미화 씨와 그의 아들 이호철 씨의 노력이 깃들어있다. 총평수 384평의 정원은 정원 앞쪽을 차지하는 모종을 가꾸는 부지부터 시작된다. 씨앗을 파종해 10센티 정도 자라 모종이 되면 어디에 심어질지 운명이 결정된다. 모종을 가꾸는 부지의 오른쪽으로는 5미터가량의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짧은 길이지만 부지런한 주인 덕에 눈요깃거리가 많다. 씨앗들이 터 잡아 새싹을 거쳐 장성한 꽃을 피운 화단이 양쪽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오 씨는 “우리 집에서는 일년생들도 다년생이 되곤 해요. 월동의 비결은 씨앗을 채종해 직접 기르는 것입니다. 식물은 완성된 상태로 심어지면 땅 앓이를 해서 그런지 한 철 아름다운 것으로 끝나요. 또, 씨앗을 정원에 바로 심으면 어떤 색이 나올지 몰라 제가 원하는 정원으로 꾸미기가 힘들죠. 디자인적인 부분과 식물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직접 모종 형태로 길러내 심고 있어요. 씨앗이 더 싸니, 금전적인 부담도 덜 수 있어 좋죠.”라고 한다. 실제로 정원에는 평균적인 사이즈보다 큰 초화와 교관목들로 넘쳐난다. 모두 월동을 하고 낯선 지형과 기온에 씨앗 시기부터 익숙해져 영양분을 충분히 빨아들인 식물들의 적응력 덕분이다. 오 씨는 계절에 맞게 죽은 모종은 파내거나 잘라주고 새로운 씨앗을 수확해 길러낸 모종을 가을 즈음 심는다. “월동하기 어려운 것들은 포트 작업을 합니다. 무거운 것은 아들이 직접 온실로 옮겨서 도와주곤 해요.” 그녀의 말처럼 포트에 심는 식물은 겹안개꽃부터 노벨리아, 엔젤트럼펫 등 국내에서는 월동이 어려운 다양한 식물들이다. 개인이 기르는 곳에서는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는 이 식물들이 이곳에서는 모두 풍성하게 자라나 정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오랫동안 꽃을 감상하기 위한 데드헤딩(Dead heading) 작업을 해주면 좋다고 귀띔한다. 데드헤딩은 지고 있는 꽃대를 잘라줘 꽃이 씨를 맺는 것 대신 다음번 꽃을 피우는 데 영양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 지속적으로 꽃을 관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방법으로 1월부터 6월까지 피어 있는 꽃도 있어요. 관리만 잘해주면, 꽃을 오래 볼 수 있답니다.”

오솔길 뒤로는 카페 앞 쉼터를 주축으로 다양한 교관목들이 나 있는 아름다운 메인 정원이 펼쳐진다. “큰 나무 옆에는 작은 나무가 있어야 하고, 그 옆에는 자잘한 야생화가 심겨있어야 태가 나죠.” 쉽사리 말하지만, 보통의 안목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결과물이다. 

 

 

꽃을 사고 나누는 기쁨

은퇴 후 들어와 살 예정이었던 시골집을 정원이 딸린 카페로 개조해 7년을 홀로 가꿨다. 처음 집을 지을 때는 일부러 낮은 담장을 지었다. 유럽에서 봤던 정원의 담장이 생각나기도 했고, 정원을 혼자 독식할 생각이 없어 서기도 했다. 지금은 낮은 담장이 의미 없을 정도로 담장을 따라 자란 찔레꽃이나 관목들이 높게 자라 담장 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큰 숲을 낮은 담장이 두르고 있는 독특한 형태다. 

정원을 가꾸고, 이를 타인과 나누는 기쁨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카페로 큰돈을 벌 생각은 없었어요. 카페로 버는 돈으로 꽃 사는 게 목적이죠.”라고 한다. 그녀에 따르면 정원을 가꾸며 삶의 희로애락을 깨닫고 인생을 뒤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정원은 무엇보다 값진 인생의 보물이다.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정원의 가치

7년 동안 큰 노력을 들여 가꾼 정원이 앞으로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돼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계절별로 맞는 꽃을 선별해 매일 파종을 해 온 정성을 얼마로 가치 매길 수 있을까. 오 씨는 “아쉬움이 많아요. 아름다운 정원은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데, 겨우 자리 잡아 놓은 것들을 뒤로하고 다시 새 정원을 만들기 쉽지 않겠죠.” 정원을 가꾸며 투박해진 그의 손 위엔 정원과의 추억이 한 겹 한 겹 쌓여 있다.

이 부지는 내년부터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개발이 시작된다고 한다. 일찍이 영국의 시골 정원이 발전한 배경은 사람들의 생활이 향상되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자연환경을 조성해 쉬어가기 위함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 정원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 정원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것은 정원문화 확산에 있어 일보후퇴하는 일이 아닐는지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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