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호 개인정원] 공존과 균형의 정원
[12월호 개인정원] 공존과 균형의 정원
  • 편집부
  • 승인 2020.12.15 13:52
  • 호수 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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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농도원
공존과 균형의 정원 

글 장은주 기자·사진 윤선애 편집장

 

드넓은 초지 위에 늦가을이 내려앉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농도원은 목장이다. 14만 8500㎡ 부지에 초지와 축사, 호밀밭, 소나무숲, 농장체험 프로그램 시설, 주차장, 자택이 넓게 펼쳐져 있다. 목장에 정원이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은 농도원에 들어서는 초입에서 이미 사라진다. 산이 둘러싼 농도원은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하나의 정원이다. 이제까지의 정원과는 다른, 정원을 감상하며 농도원의 대표 황병익 씨와 부인 김용선 씨 만났다. 

 

 

자연 그대로의 정원

“목장이다 보니, 땅을 일구고, 소가 먹을 풀을 심는 초지가 대부분이에요. 정원이라고 특별히 신경을 써본 적은 없어요. 월간가드닝에 나오는 개인정원과 우리가 뭐가 다를까 생각을 해보니 신경을 써서 아기자기 꾸미는 정원은 우리 목장과는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았어요. 뻥 뚫린 초지가 펼쳐진 공간에서 집주변의 공간만 꾸며 놓으면 균형이 안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운동복에 넥타이를 맨 것처럼요.” 

목장에 제일 잘 어울리는 정원이 지금의 형태라고 한다. 넓은 잔디밭과 교목들이 자라는 정원. 특히 정원이 인상적인 것은 건물에 막힘없이 한눈에 푸르른 초지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일부러 목장의 건물을 양 사이드로 지으면서 초지와 산, 호밀밭의 풍경에 걸리지 않게 했어요. 목장 자체를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지었어요. 목장 건물들을 지으면서도 석축을 쌓거나 포크레인으로 평탄작업을 하지 않았어요.” 

자연은 되도록 건드리지 않으며, 모든 인공적인 것은 자연 속에 어우러지게 지었다. 그래서 축사는 물론 체험프로그램 시설인 밀크학교 모두 경사지에 자리한다. 야외 데크 옆에 벚나무들이 있는데, 나무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데크를 옮기거나 크기를 줄였다고 한다. 더욱이 체험하는 이들을 위해 지은 야외 화장실 자리에도 그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그대로 두고 건물을 지었다. 

또한, 농도원 내부에 반딧불이 보호구역이 있다. 불빛이 없는 청정지역에서만 나타난다는 반딧불이가 농장에 나타나자,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개울을 보호하기로 했다. 낙농 체험장 옆에 있는 개울 안으로는 사람이 들어가지 못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무산됐지만, 반딧불이 축제도 8년째 열고 있다. 낙농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찾아와도 가져온 음식이나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야 한다. 쓰레기 문제는 목장 내에서 철저하게 지키는 규칙 중 하나다.

 

 

산업과 자연의 균형을 지키는 목장 

농도원은 역사가 깊은 곳이다. 농도원의 시작은 1952년에 우리나라 농촌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운 김용기 장로가 땅을 일구며, 유태영 박사가 ‘복음농도원’을 세워 농촌지도자를 기독교 정신으로 농업·농촌운동을 시작한 곳이 바로 농도원 주변의 용인 원삼면 사암리 일대다. 

황병익 대표의 부친은 이 땅을 이어받아 1973년 목장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전력에 근무하다 가업을 이어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에 1990년부터 농도원 목장으로 내려와 가업을 승계했다. 

농도원은 낙농업에서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미 유명하다. 자동사료급여 시스템은 물론 프리스톨 우사와 텐덤 착유 시스템을 갖추며 낙농시설의 자동화를 달성했다. 여기에 로봇 착유기와 데이터를 활용한 사육시설을 갖췄다. 이러한 정보들은 중앙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과도 연결했다. 핸드폰으로 젖소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료급여 지시한다. 농도원을 찾는 날에도 황병익 대표의 핸드폰은 젖소들의 상태에 따라 계속 알람을 보냈다.

“시설의 첨단화는 산업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우유를 생산·가공하고 요거트, 치즈도 생산해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초지만 보고 살 수는 없어요. 산업은 산업이지만, 산업과 자연이 공존을 이루는 것이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선 로봇은 사람이 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아요.” 

그래서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동물을 기르면 배설물이 나오고, 배설물은 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근데 땅이 부족하다 보니, 배설물이 갈 곳이 없고 그러면서 균형이 깨지고, 그 산업이 위태로워진다는 설명이다. 

“토양에 거름을 무조건 넣을 수는 없고, 적정량이 있어요. 거름에 있는 질소성분이 과다하게 들어가면, 토양 오염이 돼요. 그래서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 만큼만 기를 수밖에 없어요. 소를 많이 키울 수가 없어요.” 

소는 목장의 땅이 감당할 만큼인 120마리 정도 유지하려고 한다. 젖소는 60마리, 더불어 양도 키우고 있다. 소가 먹을 사료도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다. 밀크학교 아래로 펼쳐진 넓은 밭에는 씨를 뿌려 호밀을 키우고, 호밀밭 옆에는 옥수수가 자란다. 목초, 귀리도 키우고 있다. 농도원은 친환경 목장으로 이름나 있고,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존의 정원

농도원의 또 다른 자랑은 소나무숲이다. 2만 3천㎡ 부지에 400~500주의 소나무가 있다. 숲은 멋스럽게 자란 소나무가 주는 울창함으로 초지와는 다른 자연 정원을 이룬다. 옆으로는 호밀밭이 파란 새싹을 내밀고 있었다. 호밀이 자란 4월이 되면, 바람에 따라 넘실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목장 위는 양 떼가 사는 목장, 양떼 목장 뒤로 숲길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그 길을 강아지 깜지가 사람들을 안내하면서 누빈다. 

사람과 동물, 식물이 이루어진 공간이 농도원이다. 누가 땅의 주인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인터뷰 내내 황병익 대표가 얘기했던 공존과 균형. 그 말이 가장 잘 어우러진 공간일 것이다.

“다른 정원을 다녀와서 정원의 꽃이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원추리, 베고니아를 사와 심었어요. 근데 고라니가 와서 다 뜯어 먹어요. 그래서 꽃에 우산을 씌워놓기도 했는데 그래도 보이는 부분은 뜯어먹어요.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것도 하나의 공존이라고 생각해요.” 

살구나무 옆에 집을 짓고 싶어, 나무를 옮기는 대신 살구나무 옆에 집을 지었다. 반딧불이 발견되자 서식지 근처는 접근을 막고, 축제에는 아이들을 초대한다.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반딧불이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송아지 우유주기, 양 먹이주기, 치즈·아이스크림 만들기, 송아지 젖짜기 등 체험프로그램도 교육의 일환이다. 농장 내 식당과 카페가 없는 이유도 주변 상권과의 공존을 위함이다. 풀 속에 오리알이 발견되자, 직원들과 함께 상의하여 알 주변 10m는 풀을 깎지 않았다.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누군가는 그게 뭔 큰일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공존, 자연과의 균형은 생각보다 쉽게 깨질 수 있고, 생각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작은 자연이 농도원에 자리한다. 그 자연을 온전히 균형에 맞게 돌보는 것.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지키는 것. 그것이 농도원이 정원을 가꾸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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