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호 나는 오늘도 식물원에 산다] 식물의 전지·비배·멀칭작업
[12월호 나는 오늘도 식물원에 산다] 식물의 전지·비배·멀칭작업
  • 이정철 집필위원
  • 승인 2020.12.15 15:50
  • 호수 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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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한 정원이 아름답다
식물의 전지·비배·멀칭작업 

 

흔히 겨울은 식물도 쉬고 정원사도 쉬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일 년 동안 정원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을 건강하게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 이 겨울 정원에서의 작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는 전지작업, 비배관리, 멀칭작업을 다루고자 한다.

 

 

식물에게 전지작업이란

정원 식물은 일 년 동안 쉼 없이 부피 생장과 길이 생장을 하며 성장해 왔다. 이러한 식물의 성장은 주변의 환경에 따라 그 성장 방향이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또 원하지 않는 줄기와 잎을 만들어 오히려 식물의 성장을 방해할 때도 있다. 인간은 어느 정도 스스로 성장을 조절할 수 있지만, 종족 번식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식물은 그러한 역할을 하기에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식물을 나약한 존재로 보면 안 된다.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생존을 위하여 잎의 크기를 줄이거나, 성장 속도를 줄여 절간장(마디 사이의 길이)을 줄이거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길이 생장을 더하거나, 영양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화를 촉진하는 등 다양한 생육의 변화를 하고 있다.

식물은 야생의 경우 동종 또는 이종간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최소한의 영양분을 골고루 나누어 생육한다. 불필요한 안쪽 가지를 고사시키고, 최소한의 분지를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에 비해 정원의 식물은 인간의 관리에 의해 풍부한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받고 과잉성장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보통 전지작업이라면 수형을 좋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부환경으로부터 안정된 수분, 습도, 통기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병해충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통기성 부족으로 잎이 물러지거나, 어린 신초(새로 나온 나뭇가지)의 도장(웃자람)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론적으로 정원식물의 전지와 전정작업은 단순한 성장속도의 조절, 수형조절을 넘어 적절한 생육환경 조성이 가장 큰 목표다. 이는 건강한 식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작업이다. 

 

초본류의 전지작업

초본류의 경우에는 전지작업이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아는 것이다. 외국의 책들을 보면 우리나라 정원에 있는 초본식물과 같은데 초장과 크기가 다른 식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외국과 우리나라의 성장속도와 환경이 달라 생기는 차이다. 때에 따라서는 초본식물도 수형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어떤 작업이 초본류에 필요한 전지작업일까. 과도한 수분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가지를 줄이는 절지작업이 있다. 대게 10개의 가지가 있다면 7개 정도로 가지를 줄여 줄기의 간격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줄기 하부의 잎을 20% 정도 줄여 근권(식물뿌리의 둘레)의 통기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초본류의 경우 개화기의 조절이 가능하면 적심(Tipping, 필요 없는 순을 잘라내는 일)을 통해 길이 생장을 부피 생장으로 전환한다. 전체의 수형을 조절하고 동시에 개화빈도를 높이는 것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에도 식물의 생육이 원활하지 않으면 혼식을 해야한다. 혼식은 주로 정원의 다양한 화색, 수형, 질감 등을 표현하기 위해 한다. 하지만 혼식은 식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해야 한다. 줄기의 강도가 다소 떨어지는 식물은 줄기의 강도가 높은 식물과 이웃하여 식재한다. 하층에서 포복하여 다른 식물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식물은 적당한 길이 성장을 하는 식물과 식재한다. 그늘이 필요한 식물은 키가 큰 식물과 혼식하면 어느 정도 성장억제를 막을 수 있다.

 

 

필요한 비배관리

비료는 정원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

식물은 단순히 질소(N), 인(P), 칼륨(K)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외에도 10종의 대량요소와 미량요소가 복합적으로 움직이는 영양 체계를 가지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비료는 질소, 인, 칼륨이 주성분이고 여기에 약간의 마그네슘(Mg), 칼슘(Ca) 등이 첨가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지되거나 용탈되어 주기적인 시비가 필요하다. 특정 영양성분이 과하면 독소로 작용할 수 있어 용량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질소(150~350ppm), 인(30~100ppm), 칼륨(50~200ppm)의 영양성분이 필요하고, 미리 그램당 량(me/ℓ)으로 환산하면 대략 질소(10), 인(10), 칼륨(10)이 된다. 비료를 사면 앞면 또는 뒷면에 ‘10-10-10’과 같이 숫자가 있다. 이것이 바로 영양분의 함량을 표기한 것이다.

보편적으로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의 농도를 알지 못하는 경우, 낮은 단계의 ‘5-5-5’에 준하는 비료를 시비하는 것이 좋다. ‘10-10-10’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외에 필요한 미량요소와 다량요소의 마그네슘과 칼슘은 추가로 시비하는 것이 좋다.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경우는 흔히 종합영양제로 먹는 알약을 녹여 조금씩 식물에 공급하면 어느 정도 영양결핍을 해소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화학적인 시비를 말한 것이다. 두엄과 같이 친환경적인 비료는 그 농도가 높지 않으므로 분기에 1회 정도는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약재 찌꺼기, 커피 찌꺼기 등과 같이 식물의 부산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오히려 화학비료 보다 그 농도가 높아 소량을 주어야 한다. 노지 정원도 과다한 시비는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물에 얼마나 자주 시비하냐고 묻는다면 1년에 1회 정도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록성의 식물과 낙엽성의 식물은 차이가 있지만, 보편적으로 연 3회를 시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식물의 성장에 직접 작용하는 생육 초기(봄), 성장기(장마기), 성숙기(가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시비는 식물의 생식·생장을 방해할 수 있다.

영양분은 다소 부족한 듯 주는 것이 적절하다. 과하면 해를 가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화학비료의 양을 줄이고 거름과 같은 유기물을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

 

작은 정원관리의 멀칭

우리가 정원을 관리하면서 잊는 부분이 멀칭이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져 정원을 뒤덮게 되는데, 낙엽을 싹싹 긁어버리는 것은 초본류와 수목류의 공생 관계를 방해하는 일이다. 정원에서 낙엽은 지저분한 식물의 부산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겨울 동안 수목류와 초본류의 근권부위를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보온제 역할을 한다. 겨울철 혹한의 추위에서도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할 수분과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토양 속 뿌리가 과하게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낙엽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내한성이 떨어지는 식물은 낙엽을 두텁게 덮어주는 것만으로도 겨울철 파카를 입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새우난, 만년청, 남천 등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철 혹한을 이기기 어려운 식물도 낙엽을 덮어주는 것만으로도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다. 15~25cm 정도로 덮는데 식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그 효과는 유사하다.

겨울철 야외정원은 10~15일 간격으로 관수하는데, 멀칭이 되어 있지 않다면 식물은 수분을 섭취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토양과 식물체가 얼어있는 상황에서 수분의 흡수율은 10%이하로 떨어진다. 약간의 멀칭이 된 상황이면 식물은 겨울철에도 안정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게 될 것이다. 멀칭이 하는 역할은 원활하지 않은 수분을 복사열로부터 보호하여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이다.

겨울철 멀칭과 하절기의 멀칭은 조금은 차이가 있으나 근본적으로 토양층을 보호하고 뿌리의 호흡과 수분섭취를 원활하게 하는 것은 비슷하다. 또 잎의 발효를 통해 식물에 일정 부분의 영양분도 공급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 축적되면 흔히 말하는 비오톱(Biotope)의 시작이다. 그러나 침엽수처럼 잘 발효가 되지 않는 식물의 잎은 보온효과도 떨어지면 타감작용으로 초본류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봄철 식물의 새싹이 나오기 전엔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

 

-더 자세한 '나는 오늘도 식물원에 산다'의 식물관리방법은 월간가드닝 1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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