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호 스페셜] 국립세종수목원 이유미 원장 인터뷰  
[12월호 스페셜] 국립세종수목원 이유미 원장 인터뷰  
  • 편집부
  • 승인 2020.12.15 16:32
  • 호수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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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의 플랫폼, 수목원 
나무의 시간을 기다려주세요

 

국립세종수목원(이하 세종수목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유미 원장을 만났다. 국립수목원 원장을 연임하고 퇴임한 뒤다. 국립수목원 원장 취임 당시, 산림청 설립 47년 만의 첫 여성 고위공무원으로 더 주목받았다. 산림청 초기 연구직 공무원으로 자체승진해 국립수목원 원장이 된 첫 사례였다. 

 

 

▲세종수목원 초대 원장으로 부임하셨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 과정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립수목원에서 평생 일했어요. 94년에 연구원으로 입사했으니까 28년이네요. 국립수목원 원장도 생각보다 오래 했어요. 만으로 6년쯤 했네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식물원, 수목원, 정원이 발전하는 과정에 함께 있었던 것 같아요. 9대와 10대 국립수목원 원장을 연임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무거운 자리에 있었죠. 임기는 좀 남아있었지만,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죠. 퇴임 후 때마침 세종수목원이 생겼고, 원장에 응모하게 됐습니다.

 

▲기존 국립수목원과 세종수목원의 다른 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같은 국립수목원인데 달랐어요. 우선 도시에 자리하고 있죠. 기존 국립수목원은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어 식물보전과 생물종에 대한 기초연구가 우선이죠. 도심형 수목원인 세종수목원은 기존 국립수목원이 하지 못했던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좋습니다. 도심형 수목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고민 중입니다. 

수목원은 자연과 사람 사이에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에 있는 것을 수목원이 조사하고 보존하고 복원하죠. 그렇게 자연을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사람은 수목원에서 자연을 즐기고 휴식하고 가꿉니다. 수목원은 사람과 자연의 손을 잡아주는 플랫폼이라 생각합니다. 

 

▲세종수목원은 도심형 수목원을 표방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접근성이죠. 세종시라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자리에 있어 모든 수목원의 전국적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회의가 열리고, 관련 행사와 교육이 이뤄지는 겁니다. 모든 수목원의 장소적 플랫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심형 수목원은 식물을 매개로 다양한 교육과 활동의 참여형 수목원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 심화 과정과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프로그램으로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 속 수목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식물과 함께 하는 도시인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론 정원문화의 산실을 보여주려고 해요. 지자체와 민간에서 정원에 대한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진짜 부족한 것, 잘 되려면 꼭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거죠. 인력양성, 프로그램 개발, 소재 확보, 공급 시스템 등. 수많은 정원문화의 소재가 모여들고 퍼져나가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죠.

 

▲다양한 매체에서 수목원을 3가지 플랫폼으로 비유한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플랫폼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생물종 기초학문의 플랫폼, 바이오산업의 플랫폼,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적 플랫폼입니다. 모두 수목원의 중요한 역할이죠. 우선 바이오산업(BT)의 플랫폼은 광릉 수목원과 백두대간 수목원입니다. 광릉 수목원은 유용식물증식센터(이하 센터)가 있어요. 센터는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연구합니다. 광릉 수목원 원장일 때는 제일 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자생식물 연구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경우 뛰어난 기술에 비해 부족한 것이 소재였습니다. 심장병 신약 개발에 좋은 식물 소재를 찾아냈는데, 멸종위기종이라 시료를 구할 수 없었죠. 어떤 제약회사는 소재 식물을 농가에 의뢰해 재배했는데, 필요한 성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식물 소재가 정확하지 않았던 겁니다. 정확한 식물 소재의 확보와 균질하게 재배할 수 있는 증식기술, 이런 일들이 중요합니다. 필요한 소재의 식물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잘 키우는 것이 수목원이죠. 그런 역할을 하려고 유용식물증식센터를 발족시킨 겁니다. 

세종수목원은 수목원, 식물원, 정원에 필요한 수많은 소재의 축적된 데이터를 만들려 합니다. 지금까지 외국 자료를 보고 했다면, 우리의 식물 데이터로 축적해 나가야 하죠. 그런 일을 세종수목원에서 합니다. 적어도 식물과 정원을 보고 싶을 때 세종수목원에 오면 어떤 식물이 있는지, 어떻게 키우는지는 볼 수 있는 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 시작이잖아요. 섬세하게 시스템과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종시 건설계획 당시 수목원 건립을 건의하신 것으로 압니다. 

제 역할은 굉장히 미미해요. 아이디어를 던진 것 뿐이죠. 세종시가 만들어질 때 식물 자문 회의를 갔는데. 당시 세종시 자리가 야산이었어요. 도시를 만들려면 나무를 다 없애야 하는데 나무를 옮겨서 은행처럼 만들자는 회의였어요. 나무은행을 만들 거면, 수목원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죠. 

외국의 도시는 도심 한복판에 식물원이나 수목원이 상징처럼 있어요. 행정수도를 만든다고 하길래 수목원이 있으면 정말 좋지 않겠냐고 했는데, 많은 분의 노력과 우여곡절 끝에 세종수목원이 생겼습니다. 저는 말만 했을 뿐이에요. 그때는 제가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국립수목원 원장 시절 에피소드를 부탁드려요. 세종수목원은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국립이란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쁜 정원을 만드는 것은 사립도 할 수 있고, 민간도 할 수 있는데, 우리가 국립이어야 하는 이유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국립수목원장 시절 식물을 정리하려고 보니까, 충격적인 게 많더라구요. 소나무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인데, 이미 정해진 학명은 바뀔 수 없지만 ‘Japanese Red Pine’(일본붉은소나무)이라는 소나무의 영명은 다른 영명을 많이 써서 대중화하면 통일이 돼요. ‘Korean Red Pine(한국붉은소나무)’으로 영명을 정리하고 광복절에 맞춰 발표했죠. ‘소나무의 광복을 선언합니다’라고.

재밌는 것도 많았어요. 우리가 중심인 것은 우리말을 그대로 붙였습니다. 개나리 영명은 따로 있었는데, 그냥 Gaenari(개나리)로 했어요. 영명을 새로 만들면 많이 부르고 써야 합니다. 그래서 칼럼도 쓰고 방송에 나가 홍보도 했습니다. 또 세계가 함께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위키피디아에 올리는 방법을 찾아 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서 아무도 안 하는 일, 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죠. 그런 일을 국립수목원이 하는 거죠. 

 

▲코로나 19 이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새로운 전염병에 약효가 있는 식물 개발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종수목원 민속 식물원에 약용식물원이 있습니다. 식물원의 시작은 다양하지만, 서양의 식물원은 약용식물의 전시와 연구에서 시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델이 서양식 약용식물원이었다면, 과학적 데이터를 전제로 우리의 자생식물로 그런 연구를 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쓰임에 맞는 정확한 식물을 찾아내는 것은 수목원이 제일 잘하는 일이니까. 잘 정리해서 놓으면 활용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죠. 서양 중심의 약용식물이 아닌 우리나라 중심의 약용식물원을 하고 싶어요. 

 

월간가드닝 독자에게 국립세종수목원 관람 방법이나 전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주세요.

사계절마다 바뀌는 전시가 있으니 자주 오시구요. 세종수목원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1년이 안 됐어요. 작년 가을부터 심었죠. 사실 큰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은 나무한테 가혹한 일입니다. 그래서 작은 나무를 크게 키우는 것이 수목원의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오시면 나무가 작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나무들의 시간을 같이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기다리는 동안 세종수목원만의 사계절온실이나 전통정원을 보면서 즐겼으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체험프로그램도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집에 정원을 만들 공간이 없다면, 저희 세종수목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독자분들도 식물을 가까이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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