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호 정원생활자의 자연식탁] 겨울 냉이
[1월호 정원생활자의 자연식탁] 겨울 냉이
  • 이문숙 집필위원
  • 승인 2021.01.06 09:51
  • 호수 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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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생활자의 자연식탁
겨울 땅속 봄의 향기, 겨울 냉이 

 

겨울 냉이 맛은 참 독특하다. 봄에 새순을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겨울 냉이는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줄기와 잎이 검붉게 단풍이 든다. 수분도 줄어들어 얼핏 보면 시든 잎처럼 보이지만,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푸르른 녹색이 새순처럼 되살아난다. 뿌리는 더 튼실하고 진한 향을 낸다. 식감은 다소 질기지만 뿌리는 씹으면 씹을수록 쌉쌀하면서 구수하고 뒷맛은 달큰하다. 

 

 

Enjoy 추울수록 진한 향과 맛
 

냉이는 뿌리째 데쳐 나물로 무치거나, 된장찌개나 된장국에 넣어야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억센 냉이는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겉절이나 김치를 해서 먹기도 한다. 소금물에 절인 냉이를 꾸덕꾸덕 말려서, 묵은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았다가 장아찌로 먹는 맛은 씀바귀나 고들빼기에 없는 향긋함이 있다. 밥과 죽엔 송송 썬 냉이를 한 수저만 넣어도 입맛을 돋운다. 숭덩숭덩 썰어 밀가루 반죽에 섞고 ‘냉이전’을 부쳐도 맛나다. 말려서 가루로 만든 냉이를 밀가루 반죽에 섞어도 풍미가 좋다. 

가을에 새순이 올라오는 냉이는 겨울부터 봄까지 먹는다. 늦가을 김장 배추와 무를 수확한 밭, 서리 내려 모든 식물이 사그라진 들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식물이 동면에 들어간 한겨울, 자연에서 채취해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물이다. 나물 중에서도 단백질 함량이 풍부해 고깃국이 귀하던 시절에 단백질 보충제였다. 냉이에 생콩가루까지 묻혀 된장국에 넣으면 고기 한 점 없어도 설렁설렁 끓인 고깃국보다 훨씬 낫다. 

냉이는 땅콩, 호두, 잣 같은 견과류와도 궁합이 좋다. 개인적으로 냉이에 된장과 들기름을 넣어 무친 냉이나물을 좋아한다. 냉이된장무침에 깨소금과 함께 땅콩가루를 가미하면 땅콩의 고소한 맛이 냉이의 구수함을 배가시킨다. 냉이와 올리브유 등을 섞어 냉이페이스트를 만들 때도 잣이나 땅콩, 호두 등 견과류를 넣으면 호밀빵이나 통밀빵, 바게트빵에 발라 먹어도 맛나다. 

냉이 자체의 맛을 즐기려면 다른 양념 없이 살짝 데친 냉이에 다진 마늘, 참기름, 들기름에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간을 해서 조물조물 무쳐 먹어도 좋다. ‘냉이김밥’도 빼놓을 수 없다. 김에 소금, 참기름, 깨소금으로 밑간한 잡곡밥이나 현미밥을 깐다. 거기에 냉이나물 무침을 올리고, 겨울 동치미를 채 썰어 단무지 대신 넣고 돌돌 말아 먹는 ‘냉이김밥’도 별미다. 

 

 

Histoy 겨울 정원의 풍성한 식재  

 

냉이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어린 냉이 잎을 샐러드로 먹거나 음식의 향을 돋우는 허브용으로도 주로 활용한다. 우리처럼 뿌리까지 사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가 먹는 냉이의 종류는 다양하다. 흔히 먹는 참냉이는 십자화과다. 황새냉이, 물냉이, 말냉이, 논냉이, 싸리냉이, 좁쌀냉이, 외갓냉이, 는쟁이냉이, 다닥냉이 등. 십자화과의 냉이는 독성이 없어 새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찌개 및 국, 무침뿐 아니라 튀김과 볶음, 면류 및 전류, 샐러드나 소스류 그리고 요리의 가니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고정 관념만 버린다면 냉이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냉이는 해넘이살이(월년생 越年生)로 가을에 싹이 터서 로제트(rosette)상태로 겨울을 난다. 이른 봄에 성장하고 생식하여 늦은 봄과 초여름 사이에 열매를 맺는다. 냉이는 환경이 맞으면 40일 안에 열매가 맺힌다. 한 포기당 3천~2만 개의 씨앗을 퍼트리기 때문에 1년에 3세대를 이루기도 한다. 생명력도 번식력도 강하다. 냉이는 발견된 곳 주변에 군락을 이룬다. 

뒷동산에서 한겨울에도 냉이를 종종 발견한다. 각종 야생의 풀과 꽃들이 뒤섞여 자라는 나의 뒤뜰에도 쉽게 겨울 냉이를 찾을 수 있다. 그 몇 뿌리를 찌개나 국 또는 스프나 죽에 조금씩 넣어 먹는 재미가 색다르다. 요즘은 겨울에도 하우스에서 냉이를 재배하지만, 겨울에 맛보는 노지 냉이의 맛을 따를 수가 없다. 

겨울 정원에 푸르름을 간직한 상록수도 많고, 맥문동이나 조릿대처럼 푸른 잎 그대로 겨울을 나는 지피식물들도 있다. 그러나 땅의 지표면이 드러난 곳에는 겨울바람만 휑하다. 자생적으로 자라난 냉이든, 일부러 냉이 씨앗을 뿌리든, 겨울의 풍성한 식탁을 위해 겨울 정원은 냉이에 내어주고 싶다. 

 

이문숙(엘엠에스컨설팅(주) 부설 食 tech 연구소 대표)

 

 

쌉쌀하면서 달큰한 겨울냉이 레시피와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가드닝 1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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